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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깨짐 속 피어나는 희망”… 연극 ‘유리동물원’서 마주한 현대의 초상 [현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9.08 12:54
수정 2026.09.0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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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부터 11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김성령·최정원·장승조·권율·김경남·정운선·문유강 등 출연

“단순한 소개팅극 아닌 시대의 비극… 인간 가치 상실한 현대 사회에도 울림”

가족에 대한 책임과 개인의 자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걸작 ‘유리동물원’(The Glass Menagerie)‘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신유청 연출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2026 예술의전당 토월정통연극 ‘유리동물원’ 기자간담회에서 “겉줄거리만 본다면 가난한 집에서 딸을 시집보내려는 소개팅극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담겨 있다”라며 “비참한 고난과 상처, 깨짐 속에서 다 사라진 가운데 사랑이라는 싹과 작은 희망이 피어오르는 무대를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의 자전적 희곡인 ‘유리동물원’은 1944년 초연 이래 시드니 하워드상,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최우수 미국 연극상 등을 석권하며 작가를 세계적 반열에 올린 대표작이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세인트루이스의 낡은 아파트에 사는 윙필드 가족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과 좌절을 시적인 언어로 그렸다.


연극 '유리동물원' 출연진 ⓒ연합뉴스

신 연출은 80여 년 전의 텍스트에서 오늘날의 불안을 읽어냈다. 신 연출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고귀한 가치가 무너지고 인간의 죽음이 숫자로 환원되던 시대, 장기화된 가난 속에서 인간이 느꼈을 감각에 주목했다”라며 “급격한 산업화와 속도 경쟁 속에서 자기 가치를 증명하지 못해 길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은 현대 우리 사회와도 맞닿아 있다”라고 짚었다.


무대 시각화에 대해서는 성화(聖畵)의 이미지를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신 연출은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소품에 부여된 색채 상징을 분석하며 무대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자 ‘기억’으로 남도록 연출하고 있다”라며 “작품의 본질적 메시지는 일치시키되, 배우마다 지닌 생각의 차이를 존중해 인물을 입체적으로 빚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유리동물원' 아만다 역 김성령(왼쪽)과 최정원 ⓒ연합뉴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과거의 영화에 갇혀 자녀들에게 환상을 강요하는 어머니 아만다 역에는 김성령과 최정원이 더블 캐스팅돼 상반된 매력을 선보인다. 어느덧 8번째 연극 무대에 오르는 김성령은 “무대에 설 때는 늘 가장 두렵고 불안하지만, 그 불안감을 깨고 알에서 나오고 싶어 끊임없이 연극에 도전하게 된다”라며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남기고 싶을 만큼 충만하고 행복하게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뮤지컬 무대의 베테랑 최정원은 내면의 성장을 강조했다. 최정원은 “뮤지컬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보여주는 장르라면, 연극은 결핍된 내적 고민과 드라마를 채워주는 큰 스승”이라며 “대본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결코 우울하기만 한 작품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엄청난 기쁨과 희망이 담긴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전했다.


'유리동물원' 톰 역 (왼쪽부터) 권율, 장승조, 김경남 ⓒ연합뉴스

가족 부양이라는 족쇄와 시인으로서의 자유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들 톰 역은 장승조, 권율, 김경남이 맡는다. 장승조는 “톰은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인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부딪히던 과거 내 20~30대 시절을 마주하는 느낌”이라며 “관객들 역시 톰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율과 김경남 역시 “떠나고 싶지만 결국 사랑하기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가족 간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밀도 있게 표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유리동물원' 로라 역 (왼쪽부터) 임세미, 정새별, 정운선 ⓒ연합뉴스

신체적 장애와 내성적인 성격 탓에 유리동물 수집에만 몰두하는 딸 로라 역에는 정운선, 정새별, 임세미가 분한다. 2014년과 2015년 국립극장 무대 이후 11년 만에 다시 로라 역을 맡은 정운선은 “10년 전에는 보이지 않던 대본의 결들이 새롭게 다가온다”라며 “동료 배우들과 함께 이 시대에도 온전히 숨 쉴 수 있는 깊이 있는 로라를 완성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유리동물원' 짐 역 (왼쭉부터) 문유강, 배훈, 최정우 ⓒ연합뉴스

윙필드 가족의 집을 찾아와 희망과 파문을 동시에 일으키는 신사 방문객 짐 역에는 문유강, 배훈, 최정우가 캐스팅돼 현실의 규범과 개인적 결핍을 동시에 품은 청년의 민낯을 입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유리동물원’은 10월 17일부터 11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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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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