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 1인 2역도 단번에 납득되는 류준열의 ‘다채로운’ 얼굴 [인터뷰]
입력 2026.09.06 14:12
수정 2026.09.06 14:12
소설가 문재, 그의 인생을 빼앗은 들쥐로 1인 2역
“복잡했던 관계성…감독님·분장팀이 잘 서포트 해 주셔”
R늘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로 시청자를 몰입시킨다. ‘들쥐’를 통해서는 질투심, 탐욕 등 인간의 민낯을 파헤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배우 류준열이 ‘들쥐’를 통해 추적 스릴러의 재미와 지금 통하는 메시지를 함께 선사하며 또 한 번 시청자를 설득했다.
넷플리긋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분), 그리고 형사 순용(이규형 분)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류준열은 이 드라마에서 하루아침에 존재를 잃어버린 문재, 그리고 문재의 얼굴로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들쥐 역으로 ‘1인 2역’ 연기를 소화했다. 쫓는 인물과 쫓기는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것에 류준열 역시 부담감을 느꼈다. 그러나 ‘들쥐’의 완성도 높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들쥐’ 류준열ⓒ넷플릭스
“영화 ‘올빼미’ 때도 그랬다. 당시엔 시각 장애인 역할이었는데, 모두가 류준열이라는 배우에겐 시각장애가 없다는 걸 뻔히 아는데, 그걸 연기로 어떻게 설득해 낼 수 있을지 부담스럽더라. 1인 2역 역시 그랬다. 또 이런 역할은 어떻게 찍는지도 다들 아시지 않나. 그런데 다행이었 건, 캐릭터 간 성격도 달랐고 카메라 워크도 (여느 작품과는) 조금 다르게 가지고 가려고 했다. 사실 문재, 들쥐는 물론 들쥐를 연기하는 문재까지. 복잡한 면이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 분장팀이 잘 서포트를 해 주셔서 표현이 잘 된 것 같다.”
들쥐의 정체, 문재와의 관계, 나아가 그 선택을 한 이유까지. ‘들쥐’ 속 모든 인물들은 ‘입체적으로’ 활약한다.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담아내는 것이 ‘들쥐’의 장점이다.
류준열 역시 선과 악으로 나눠 인물을 구분하기보다는, 그들의 복잡한 내면을 파고들며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류준열이 작품, 캐릭터를 선택하는 기준과도 닿아있었다.
“이 작품에서 빌런은 없는 것 같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악역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며 여러 선택을 하는 것이다. 확실한 빌런을 연기하는 것도 재밌지만, 내가 선호하는 건 그렇다. ‘계시록’ 때도 그랬다. 당시에도 목사는 본인은 선한 일을 한다고 믿지 않나. 이번에도 본인이 살기 위해 하는 선택이라고 캐릭터를 이해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모두가 빌런일 수도 있고, 이 역시도 보는 분들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류준열이 연기한 캐릭터는 늘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현실에 발을 디딘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들며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거친다. 류준열 특유의 디테일을 바탕으로 한 입체적인 연기까지. 시청자들 또한 류준열의 연기에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곤 한다.
‘들쥐’ 류준열ⓒ넷플릭스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법한 인물에 끌리는 것 같다. 우리가 살면서 고민했을 법한 것들을 탐구하며 세밀하게 표현하는데 재미를 느낀다. 장르물을 많이 했지만, 땅에 붙어있는 인물을 더 연기하고 싶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대본을 보며 인물을 파고들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배우, 감독, 스태프와 대화하며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하기도 한다. ‘들쥐’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그런 류준열에게 “너 같은 배우는 처음 만나봤다. 너무 재밌었다”는 말로 그의 열정을 인정했다.
“쉬다가도, ‘내가 준비를 다 한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대본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 또 다른 게 보이기도 한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얻기도 한다. 그래서 질문을 많이 한다. 다행히 이번에 김홍선 감독님이 잘 받아주셔서 감사했다. 끝나고 하신 감동적인 말씀이 있다. 내가 살면서 어른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후배들에게는 듣지만, 어른들은 주로 ‘수고했다’는 말을 많이 해주시지 않나. 그런데 김 감독님이 ‘나랑 작품 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셨다. 나 같은 배우는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아마 질문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앞으로 남은 연기 인생에서 큰 힘이 될 것 같다.”
연기를 할 땐 캐릭터에 푹 빠지지만, 일상에서는 배우가 아닌 ‘인간 류준열’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사진을 찍어 사진전을 열고, 동네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등 좋아하는 일, 사람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연기보다, 배우 생활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여긴다. 인간 류준열이 그렇다. 아들 류준열, 친구 류준열의 역할이 필요하다. 연기가 그 위로 올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삶이 있어야 연기도 있고, 배우도, 작품도 있는 것 같다. 뭐가 더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작품을 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지켜야 할 것을 넘어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만의 룰도 만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