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장인화 한자리에…8조원 美 전기로 제철소 본궤도
입력 2026.09.05 12:02
수정 2026.09.05 13:00
58억 달러 투자해 연 270만톤 규모…자동차강판 180만톤 생산
2029년 양산 목표…현대차·기아 넘어 美 완성차 공급 확대
전기로 기반 탄소저감 생산…향후 수소 활용해 생산체제 전환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Jeff Landry)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Troy Carter)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William Kimmitt)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현대제철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건설되는 8조원 규모 전기로 제철소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현대제철은 58억 달러를 투자해 연 270만톤 규모의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고 자동차강판을 중심으로 고부가 판재류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HPLS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올해 4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HPLS는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다. 연 27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며 이 가운데 자동차용은 180만톤, 일반용은 90만톤이다.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도금강판 등을 생산한다.
이날 행사에는 제프 랜드리(Jeff Landry) 루이지애나 주지사, 윌리엄 키밋(William Kimmitt)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트로이 카터(Troy Carter)·줄리아 렛로(Julia Letlow) 연방 하원의원 등 미국 정·관계 인사를 비롯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이경은 주휴스턴 총영사 등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 서강현 사장 등이 자리했다. 포스코그룹에서는 장인화 회장과 김광무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총 250여명이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데이터센터에서 발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핵심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더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PLS 전기로 제철소는 철강산업이 보다 자원순환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시작점”이라며 “혁신과 지속가능성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이곳 루이지애나에서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현대제철이 북미 첫 제철소 부지로 루이지애나를 선택한 것은 숙련된 인력과 인프라 그리고 우수한 비즈니스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대제철의 투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루이지애나 지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철강 기술과 제조역량,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노동력이 만나면 압도적인 산업적 기회로 이어진다”며 “서로의 강점을 연결해 양국의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것이 한미 협력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 270만톤 생산…2029년 자동차강판 양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시삽 세리머니를 마친 후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사진 왼쪽)와 악수하고 있다.ⓒ현대제철
총 58억 달러가 투입되는 HPLS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한 곳에서 생산하는 일관 공정 시스템을 갖춘다.
원료 생산설비(DRP·Direct Reduction Plant)는 철광석과 천연가스를 활용해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을 생산한다. 직접환원철은 철스크랩과 함께 전기로에 투입돼 쇳물로 만들어진다. 이후 연속주조와 열연·냉연 공정을 거쳐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 등 자동차강판으로 생산된다.
현대제철은 2029년 양산 이후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업체까지 자동차강판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美 수요·가격에 입지 경쟁력까지
현대제철이 미국을 투자처로 선택한 배경에는 견조한 철강 수요와 높은 내수 가격이 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8190만톤의 조강을 생산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년 2000만톤 이상의 철강을 수입하고 있으며, 열연강판과 냉연·도금강판 등 고부가 판재류 수입 비중도 높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지난해 자동차 생산 규모는 1024만대에 달했다. 최근 미국 열연강판 내수 가격은 톤당 약 1200달러로 아시아와 유럽보다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슨빌은 철도와 미시시피강을 통한 육·해상 물류가 가능하고 배턴루지와 뉴올리언스 등 주요 도시와도 가깝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주요 완성차 생산거점과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의 철강 관세 등 통상 리스크를 줄이고 북미 시장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외국산 철강 제품 관세를 25%로 부과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이를 50%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2025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54만톤으로 전년 276만톤보다 약 8% 감소했다.
전기로 기술력 바탕 탄소저감…향후 수소 투입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공식 환영사를 하고 있다.ⓒ현대제철
현대제철은 HPLS를 탄소저감 생산체제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전기로 기반으로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 고부가 판재류를 생산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22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기로에서 1.0GPa급 고강도 탄소저감 자동차강판 생산에 성공했다.
올해 2월에는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통한 탄소저감 강판 양산에도 성공했다. 현대제철은 향후 대형 용융 전기로 기술을 개발하고, 최종적으로 2050년까지 석탄 기반 제철 공정을 수소 기반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HPLS 역시 초기에는 천연가스를 활용하지만 향후 DRP에 수소를 투입해 탄소배출량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HPLS는 현대제철의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뿐 아니라 국내 철강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와 순천공장 등 국내 생산거점과 미국 현지 생산체계를 연계해 국내외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고, 미국에서 확보한 고객과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유럽 등 선진시장 신규 고객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HPLS 프로젝트는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3월 미국 백악관에서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포함한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현대제철은 이후 북미철강사업부를 신설하고 루이지애나 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올해 1월 현대차·기아·포스코 등 주요 투자사의 지분 출자를 통해 HPLS를 공식 출범시켰다.
설비 계약도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다니엘리(Danieli), SMS(SMS group GmbH)와 주설비 계약을 체결한 뒤 올해 3월에는 엔터지(Entergy)와 전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 피브스(Fives)와는 냉연설비 공급을 위한 상호협력 MOU를 체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