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불펜 도미노 붕괴’ 미래마저 암담한 한화의 추락
입력 2026.08.31 08:27
수정 2026.08.31 08:28
폰세-와이스 떠나자 선발 도미노 이탈, 불펜 붕괴
최고 공격력 갖추고도 가을야구와 사실상 멀어져
한화 김경문 감독. ⓒ 뉴시스
불과 1년 전만 해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매 경기 야구 축제를 벌였다.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라는 ‘원투펀치’를 앞세워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비록 우승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길었던 암흑기를 끝내고 드디어 강팀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2026시즌을 앞두고도 기대감은 여전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등으로 폰세와 와이스가 동시에 팀을 떠나는 공백이 발생했지만, FA 시장에서 최대어 강백호를 전격 영입하며 내야 및 타선의 화력을 극대화했다. 비록 우승 후보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갖춰진 상위권 전력을 바탕으로 ‘가을야구’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날개 잃은 독수리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리그 최고 수준의 팀 타격을 지니고도 5강 싸움에서 밀려나며 중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벌어놓은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시즌 한화의 가장 약점은 단연 선발진의 붕괴다. 만 39세의 베테랑 류현진이 외롭게 중심을 잡고 있지만 뒤를 받쳐줘야 할 토종 선발 라인업은 완전히 와해됐다.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문동주는 시즌 전반기도 채 마치지 못한 시점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며 이탈했다. 여기에 거액의 FA 계약으로 영입했던 엄상백마저 한숨 나오는 성적표를 남긴 채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5월에는 신인 박준영이 데뷔전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깜짝 희망을 쏘아 올리는 듯했으나, 결국 구위의 한계라는 벽에 부딪혔다. 제구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상대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어 장타를 헌납했고,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시즌 전 체중 증량과 커브 구종 장착으로 기대를 받았던 황준서 역시 명확하지 않은 보직 운용 속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제 페이스를 잃었다. 그나마 박준영이 시즌 중반 이후 제구를 잡아가며 5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위안거리지만, 팀의 확실한 카드로 자리 잡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외국인 선발진 역시 지난해의 압도적인 위용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아시아 쿼터로 합류한 왕옌청과 오웬 화이트가 무난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으나, 상대 타자를 확실히 제압하는 탈삼진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닝당 투구 수가 늘어나고 마운드에서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여기에 3선발 역할을 해주어야 했던 에르난데스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 한계를 드러내며 기복 심한 피칭으로 일관하다 결국 후반기 짐머맨으로 교체돼 방출됐다. 새롭게 도입된 짐머맨마저 느린 구속이라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며 연일 부진을 거듭, 선발 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불펜진에 조기 과부하를 넘기고 있다.
한화는 문동주 등 특급 유망주들의 성장이 더디게 진행 중이다. ⓒ 뉴시스
선발이 일찍 무너지자 그 여파는 고스란히 구원진으로 전가됐다. 2025시즌만 하더라도 한화 불펜진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리그 2위에 달할 정도로 철벽을 자랑했다. 하지만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부터 조금씩 균열의 조짐을 보이더니, 올 시즌 들어서는 SSG와 더불어 급격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기존 필승조와 추격조의 이탈이 컸다. 김범수, 한승혁, 이태양 등 베테랑 및 핵심 자원들이 FA와 2차 드래프트 등을 통해 팀을 떠났다. 이 공백을 메워줘야 할 김서현, 정우주 등 영건 투수들이 집단 부진에 빠졌다.
기록으로도 잘 드러난다. 올 시즌 한화 선발진의 WAR은 10.40으로 리그 7위에 그쳐 있으며, 선발 평균자책점 역시 4.78(8위)에 달한다. QS(퀄리티 스타트) 성공률은 28.3%로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구원진도 마찬가지다. 한화 불펜 투수들의 WAR은 0.04로, 사실상 대체 선수 수준의 기여 밖에 하지 못한다. 구원진의 평균자책점은 5.50까지 치솟았고, 블론세이브는 19개에 달한다. 선발이 일찍 내려와 불펜이 조기 가동, 오버 페이스와 기량 저하로 무너지는 연쇄 효과가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김경문 감독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감독은 이미 지난해 후반기부터 단기전 및 리그 경기에서의 투수 운용 방식을 두고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시에는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에 묻혔으나 성적이 떨어진 올해는 팬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미래 자원 육성도 삐걱거린다. 한화는 전체 1순위급 유망주인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정우주가 1군 무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받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부상 또는 슬럼프에 빠져있다. 아기 독수리인 이들이 날아오르지 못한다면 내년뿐 아니라 이후에도 한화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