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조현문, 부모에게 '독사' 폭언… 아버지는 임종까지 고소 취하 막아"(종합)
입력 2026.08.21 22:37
수정 2026.08.22 06:04
2014년 고발로 시작된 '효성 형제의 난'… 두 형제 첫 법정 대면
"아버지, 임종 직전까지 조현문 고소 취하 말라 당부…동생 처벌 원한다"
2012년 실물주권 반출·2013년 '오후 3시 블록딜' 전말 폭로… "지분 비싸게 팔려 가족 압박"
조현문 "불투명한 경영 바로잡기 위한 내부 고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 전 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이성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법정.
증인석에 앉기 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피고인석의 동생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을 바라봤다. 가볍게 목례를 건넨 뒤 증인선서를 마친 조 회장은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아버지는 임종 직전까지도 현문이가 뉘우치도록 고소를 취하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12년간 이어진 '효성 형제의 난'에서 두 형제가 처음으로 법정에서 마주한 순간이었다. 이날 법정 피고인석에는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공갈미수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나란히 자리했다.
◇ "둘째 아들 깨우치려 피 토하는 심정으로 소송"… 부친의 마지막 뜻 증언
조 회장은 증언 내내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이 생전에 겪었던 깊은 고통과 소송에 이르게 된 배경을 담담히 증언했다.
조 회장은 "아버지는 '이 방법 외에는 현문이를 뉘우치게 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둘째 아들을 깨우치기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송을 선택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일로 얼마나 많은 가족이 고통을 겪었는지 모른다"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더는 집안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고소·고발을 이어온 이유"라고 강조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강요미수' 혐의 관련 공판에 증인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대여금고 실물주권 반출과 '오후 3시 블록딜' 매각의 전말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그룹을 떠나는 과정에서 벌어진 주식 매각 행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2012년 말 우리은행 대여금고에 보관돼 있던 자신 명의의 효성 실물주권을 반출한 경위를 문제 삼으며 "해당 주식은 회사 경영권과 직결된 주식이어서 명의와 관계없이 처분하려면 아버지와 가족의 동의를 받는 것이 가문의 불문율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동생이 당시 주식을 관리하던 재무본부 임원을 겁박해 대여금고에 보관된 주식을 가져갔다고 생각하셨다"며 "주식을 처분하려 했다면 아버지에게 매입을 요청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은행에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실물주권을 반출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특히 조 전 부사장이 2013년 2월 28일 사임 보도자료를 '오후 3시'에 배포하도록 요구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조 회장은 "동생의 지시를 받은 변호사와 박수환 전 대표가 찾아와 사임 자료를 장 마감 시점인 오후 3시에 내라고 요구했다"며 "장중에 보도자료가 나가면 주가가 떨어져 매각 대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사전에 골드만삭스와 종가 기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약정해 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퇴진을 공식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보유 지분을 한 푼이라도 비싸게 팔아 치우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었다는 취지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2월 28일 보유하던 효성 지분 약 24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해 1300억원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그 주식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버지가 가족 명의로 함께 관리하던 것"이라며 "소유권 위에 경영권이 있는데 임의로 가져가 매각한 것은 가족의 등을 찌르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에 대해서는 "부동산 계열사 지분은 대부분 10% 정도여서 경영권에 지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효성 측이 반드시 사줄 이유는 없었다"며 "일부 회사에서는 주주총회 때마다 모든 안건에 반대하면서도 배당금은 받아 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연합뉴스
◇ "독사 같은 어머니… 죽을 때까지 감옥서 썩게 하겠다" 부모 앞 폭언 증언
2015년 3월 8일 조 전 부사장이 부모의 자택을 방문했을 당시 상황에 관한 증언도 이어졌다.
조 회장은 "동생이 응접실 문을 잠그고 비서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 뒤 '독사 같은 어머니 몸속에서 나온 것을 후회한다', '지옥에 떨어뜨리고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부모님에게 들었다"며 "아버지를 범죄집단이라고 표현하는 등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해 부모님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으셨다"고 진술했다.
어머니 얘기를 할 때는 말이 길어졌다. 조 회장은 "어머니는 현문이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집에 동생이 스키 타는 사진을 붙여 놓기도 했다"며 "그날 이후 아버지가 큰 충격을 받고 사진을 모두 떼어냈다. 부모님에게 한 말은 명백한 협박이라고 생각한다"고 규정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공익재단 설립과 상속 문제 등을 통해 가족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그는 "2024년 동생이 자신의 공익재단을 만들겠다며 가족들에게 설립 동의를 요구했다"며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 기존 재단에 기부할 수도 있는데 왜 자신이 만드는 재단에 동의하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결국 동의했다"고 말했다.
유류분 소송을 언급할 때는 감정이 실렸다. 조 회장은 "아버지가 생전에 현문이 문제를 많이 걱정하셨는데, 동생은 상속 지분을 받은 뒤에도 유류분 소송을 제기해 가족을 압박하고 있다"며 "재산 문제라면 재산만 놓고 논의하면 되는데 고소 만능주의에 빠져 아버지 유산까지 소송으로 다투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산 문제라면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갔으면 한다"며 "동생이 원하는 대로 절연하고 관계를 끊고 싶다"고 했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는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이 "조 회장이 주장하는 '협박'은 경영 비리에 대한 예측이나 경고 차원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조 회장은 "상식적으로 형제였던 사람이 형과 아버지를 상대로 그런 극단적인 말을 하는데, 어떻게 그걸 단순한 경고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맞받았다.
◇ 檢 "비상장 지분 고가 매수 압박" vs 조현문 "경영 정상화 위한 정당한 문제 제기"
'효성 형제의 난'은 2014년 조 전 부사장이 형 조 회장과 그룹 임직원들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맞서 효성 측은 2017년 조 전 부사장이 비리 폭로와 수사를 앞세워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높은 가격에 사들이도록 그룹과 가족을 협박했다며 맞고소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대외적으로 ‘재벌 개혁’과 투명 경영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홍보대행사 및 변호사 등과 공모해 가족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비상장 지분을 비싸게 처분하려 했다고 보고 2022년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당시 조치는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과 비리를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내부 고발이자 문제 제기였을 뿐,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가족을 강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