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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합 반대' 불붙는다…133개 시민·안보단체 1000만 서명운동

이바름 기자 (right@dailian.co.kr)
입력 2026.08.22 06:00
수정 2026.08.22 06:00

오는 31일 국회 의원회관서 '사관학교 폐교 저지 국민연대' 발족

"통수권자가 軍 전통 폄훼…국가안보 내부서부터 허무는 자해"

"국가 백년대계인 국방 교육 난도질…국민들 깊은 절망과 분노"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 등 참석자들이 7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사관학교 통합 반대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요지부동'인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하는 안보·시민단체들이 합심해 1000만 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한다. 이들은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범국민연합체를 결성키로 했다. 연합체는 이달말 '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발대식을 갖고 정부의 국군사관학교(가칭) 창설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할 방침이다.


'사관학교 폐교 저지 국민연대'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국민 연합체를 공식 발족하고, 안보 파괴를 막기 위한 전면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육사 출신인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과 해군사관학교 소재지인 경남 진해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했다.


국민연대는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국방부는 '합동성 강화'라는 포장지를 씌워, 수십년간 다져온 육·해·공군사관학교를 사실상 폐교하고 단일 '국군사관학교'로 강제 통폐합하는 방안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종교계 공동대표인 법일스님은 "이번 통폐합의 본질은 군사적 필요가 아닌, 통수권자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군에 대한 삐뚤어진 편견, 그리고 특정 사관학교를 잠재적 적폐 세력으로 낙인찍는 정치적 증오심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통수권자가 군의 전통과 사관학교를 스스로 폄훼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은 국가안보를 내부에서부터 허무는 명백한 '자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군사전문가 공동대표인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은 "군 복무 경험도 식견도 턱없이 부족한 정치인 출신, 탁상공론에 갇힌 민간 학자, 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극소수 정치 군인들이 야합해 국가 백년대계인 국방 교육을 난도질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잘못된 안보관에 직언 한 마디 못하고 권력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국방부 장관과 관료들의 비겁한 행태에 국민들은 깊은 절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우리는 정부의 졸속 통폐합 폭거를 저지하기 위해 온 국민과 함께 전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준 82개 시민단체와 51개 예비역 단체 등 총 133개 단체가 국민연대에 이름을 올렸다. 육·해·공사 총동창회는 물론 대한민국수호 예비역 장성단, ROTC 중앙회, 3사 총동문회, 학사장교 총동문회,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등이 포함됐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 대한 NGO 총연합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 시민단체도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


그동안 육·해·공군 예비역과 진해, 청주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에게서만 보이던 반대 움직임이 커져 각계각층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국민연대는 오는 31일 500명 정원인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민연대 공식 발대식 및 범국민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1000만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각계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국민 검증단'을 출범해 정부 정책의 위헌성 고발에도 나선다.


육·해·공사 총동창회는 국민연대 발족과 별개로 오는 26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릴 예정인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는 '보이콧'하지 않고 참석하기로 했다. 총동창회는 당초 공청회가 요식행위에 불가한 만큼 불참하는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려고 했으나, 내부 회의를 거쳐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해사가 위치한 진해에서도 공청회 참석을 위해 학부모들이 버스를 대절해 상경, 정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이 저해되고, 지역인 경남 진해와 충북 청주에 위치한 해·공군사관학교를 광역시인 대전으로 이전해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장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미래전에 대비하려면 통합적인 작전 능력을 갖춘 간부도 길러내야 한다"며 "국군사관학교 창설 준비 또한 흔들림 없이 준비해 주길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지난 13일 총동창회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면담한 이후 이 대통령이 직접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고삐를 죈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정책 수립 과정에서 민생 현장의 실정을 살피지 못하거나 집행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임기를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국정 속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7월 16일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생도들이 저학년 때 통합교육을 받고 고학년부터 육·해·공군별 특성화 교육을 이수하도록 해 합동성과 군별 전문성을 함께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군 당국은 오는 10월께 국군사관학교 창설 세부계획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이바름 기자 (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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