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계속된다”…전유성 기억하며 막 올린 제14회 부코페 [현장]
입력 2026.08.21 21:32
수정 2026.08.21 21:33
고(故) 전유성 1주기 맞아 첫 ‘전유성상’ 시상…박준형 초대 수상
해외 마임부터 ‘말자쇼’·‘개그콘서트’까지…1800여 관객 웃음으로 하나
QWER 축하무대·가족 관객까지 어우러져…10개국 52개 팀 축제 시작
고(故) 전유성을 기억하는 추모부터 아이들의 웃음이 터진 마임 공연까지.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한국 코미디의 과거와 현재를 한데 묶으며 열흘간 축제의 막을 올렸다.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 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개막 공연이 열렸다. 코미디언 지석진이 MC를 맡아 축제를 이끌었고, 벡스코 오디토리움을 채운 1800여 명의 관객이 국내외 코미디언들의 무대를 함께했다.
본 공연에 앞서 진행된 블루카펫부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해외 공연팀 ‘마임 드 리옹’의 패트릭 코텟 모이네와 ‘더블’의 노베르 페레, 찰리 매그, 김민형을 시작으로 ‘개그콘서트’ 팀, ‘말자쇼’ 김영희·정범균, ‘갈갈이 개그콘서트 : 레전드의 귀환’ 박준형·김지혜·박영진·임혁필·오지헌·오정태,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 이홍렬·신봉선·김신영·이재형·한현민·정진욱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코미디협회 김송희, 배영만, 지영옥, 이용식 등도 자리를 빛냈다.
지석진은 등장부터 예상치 못한 웃음을 만들었다. 자신의 소개 순서를 기다리다 무대에 덩그러니 서게 되자 “블루카펫 진행자 양상국 씨가 소개를 해줘야 하는데 뻘쭘해서 그냥 나왔다”고 말하며 객석을 웃겼다.
개막 공연의 문은 ‘크로키키 브라더스’가 열었다. 두 사람은 그림과 마술, 팬터마임을 결합했다. 비둘기를 빠르게 그린 뒤 실제 비둘기를 등장시켰다가 사라지게 하는가 하면, 흰색 긴 풍선 하나로 큐피드의 화살과 심박수, 기타 등 다양한 형상을 표현했다. 공연 내내 그리고 있던 말 그림을 거꾸로 돌리자 한 남자의 초상화로 변하는 피날레는 감탄까지 자아냈다.
해외 코미디도 언어의 장벽 없이 객석을 공략했다. 프랑스 마임 공연 ‘마임 드 리옹’은 테니스 선수로 변신해 공이 튀는 소리까지 입으로 표현했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듯하다가 급한 마음에 공을 발로 던지는 등 과장된 움직임을 더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 개막식에서 가장 의미가 컸던 순간은 고(故) 전유성을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전유성이 없는 첫 부코페이자 그의 1주기를 맞아 추모 영상이 상영됐고, 대한민국 코미디 발전에 기여한 코미디언에게 수여하는 제1회 ‘전유성상’ 시상식도 처음 열렸다.
시상자로 나선 이홍렬은 “첫 시상자로 나서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저뿐 아니라 모두가 좋아했던 전유성 선배님의 웃음이 이 상을 통해 오래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갈갈이 개그콘서트 : 레전드의 귀환’ 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첫 수상자는 박준형이었다. 그는 “첫 번째 수상자라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난다”며 “이 상의 의미가 너무 커 영광스럽다. 부코페를 통해 코미디를 알리고 사람들이 웃을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는 후배가 되겠다”며 동료 코미디언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뜻밖의 웃음은 ‘안 온 사람들’ VCR에서도 나왔다. 참석하지 못한 코미디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참 사유를 전했다. 허경환은 자신의 유행어를 섞어 아쉬움을 전했고, 준호와 결혼한 김지민은 “화가 아직 안 풀렸다”, 장도연은 “오빠 회사가 가지 말래”, 말왕은 “부코페가 뭔데요?”라고 답하며 짧은 영상만으로도 존재감을 남겼다.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무대 중 하나는 ‘말자쇼’였다. 김영희와 정범균은 관객의 실제 고민을 즉석에서 코미디로 바꿨다. 예비 시어머니의 질문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고 단번에 답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혼자 왔다는 관객이 “어떤 남자와 결혼해야 하느냐”고 묻자 김영희는 “안 하는 게 좋아요”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앞선 사연까지 끌어와 “결혼하면 저런 시어머니 만난다. 솔로니까 혼자 왔지, 나 좀 봐. 애 데리고 온 것 봐. 돌아버리겠다”고 몰아붙이자 객석에서는 큰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준비된 대사보다 관객의 이야기를 받아치는 현장 코미디의 힘이 두드러졌다.
축하 공연으로 등장한 QWER은 ‘세리모니’(CEREMONY), ‘내 이름 맑음’, ‘고민중독’을 연달아 선보이며 분위기를 바꿨다. 특히 마지막 곡 ‘고민중독’에서는 관객석에서 지원한 어린이들을 비롯한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QWER과 함께 공연을 완성했다.
QWER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석진은 “용기를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혹시 진행 중 실례가 있었다면 용서해달라”며 “특히 어린이들이 정말 용기를 많이 냈다.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개막식의 마지막은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썽난 사람들’과 ‘전부노래자랑’ 팀이 채웠다. 방송 화면으로 보던 코너가 관객 바로 앞에서 펼쳐졌고, 특히 ‘전부노래자랑’ 출연진은 성대모사 버전으로 싸이(PSY) ‘강남스타일’ 무대를 꾸몄는데 이재명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윤석열 등을 따라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14회 부코페에는 10개국 52개 팀이 참여한다. ‘개그콘서트’, ‘꽁트어셈블’, ‘더블’, ‘마임 드 리옹’, ‘만담어셈블’, ‘서울 코미디 올스타스’,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 ‘갈갈이 개그콘서트 : 레전드의 귀환’ 등 다양한 공연이 오는 30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