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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밖으로 몰리는 하영, 비판에도 선이 필요하다 [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8.21 08:33
수정 2026.08.21 08:34

증조부 자랑에서 친일행적 논란으로 번진 상황

자필 사과문에도 멈추지 않는 퇴출 여론

차기작 '승산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2' 하차 압박

배우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 논란에 대해 자필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방영을 앞둔 SBS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증외상센터’ 시즌2 등 차기작을 중심으로 하차 요구가 쏟아지며 사실상의 퇴출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고 비공개 전환과 예능 프로그램 다시보기 삭제에 이어 차기작 제작 현장까지 거센 파장이 덮치면서 방송가와 제작진 역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배우 하영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물론 이번 사태의 1차적 발단은 하영 본인에게 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집안을 ‘4대째 의사 가문'’로 소개하며 이를 대중적 호감과 이미지 구축의 자산으로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논란 초기 소속사가 명백한 역사적 기록을 두고 사실무근이라 부인하다 뒤늦게 입장을 번복한 점 역시 비판을 키웠다.


개인이 태어난 혈통 자체를 문제 삼기 이전에, 가문의 역사를 검증 없이 방송용 서사로 소비한 경솔함에 대해 대중이 실망하고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영 본인도 자필 사과문을 통해 역사적 무지와 경솔했던 언행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사과 이후 전개되는 여론의 방향이다. 비판의 초점이 과거 발언에 대한 지적을 넘어 차기작 강제 하차와 직업적 활동 차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촬영이 90% 가까이 진행된 작품의 주연 배우 교체 요구는 제작 현실을 도외시한 집단적 압박에 가깝다.


조상의 행적을 역사적으로 규명하고 평가하는 일과 후손 개인의 직업적 생업을 가로막는 일은 엄격히 분리되어야 한다. 선조의 과거 행적을 이유로 후손에게 사회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사실상 연좌제적 발상과 다르지 않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하영 ⓒKBS

개인이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조상의 과오를 이유로 사회적 활동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는 민주사회의 기본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역사 연구 단체들이 선조의 친일 행적을 사실로 규명하면서도 후손 개인을 향한 무차별적 비난에는 선을 그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조의 행적을 은폐하려 했거나 옹호했다면 응당 더 큰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당사자는 스스로 무지를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막바지 촬영 중인 작품에서 하차시키고 연기 활동 자체를 봉쇄하려는 움직임은 합리적인 공적 비판이라기보다 사적인 보복이자 낙인찍기에 가깝다.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잘못된 언행을 질책하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 비판이 도를 넘어 한 개인의 직업적 무대를 완전히 빼앗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끝없는 배제와 퇴출 요구가 아니라, 비판이 멈추어야 할 정당한 선을 지키는 절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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