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의 탈을 쓴 ‘도파민’ 소비…상담 예능이 남긴 잔혹한 낙인 [방송 뷰]
입력 2026.08.21 14:02
수정 2026.08.21 14:02
‘이혼숙려캠프’ 라면부부 편, 방송 직후 뜨거운 논란
이지현, ‘금쪽같은 내새끼’ 출연이 남긴 상처 고백
카메라 꺼진 뒤 남는 악플, 관찰 예능의 위태로운 수위
위기의 부부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상담 예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학대’, ‘폭력’ 등 자극적인 키워드에 시청자들의 분노 역시 폭발 직전이다.
‘이혼숙려캠프’ⓒ유튜브 영상 캡처
JTBC 예능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의 ‘라면부부’ 편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이 방송에서는 남편 심층 가사 조사 영상을 통해 육아와 집안일에 손을 놓은 아내의 모습이 담겼다. 밥 대신 라면만 먹는 아이들의 모습부터 막내딸의 토스트를 빼앗아 먹는 행동에 대해 “어린 시절 폭력과 상처를 받으며 컸다”, “남편에게 사랑받는 막내딸에게조차 질투를 느낀다”고 털어놓는 엄마의 모습까지. 비상식적인 양육 실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엄마의 무기력증으로 인해 아이들이 5일간 학교에 가지 않아 신고까지 이뤄진 상황에 서장훈을 비롯한 시청자들도 크게 분노했다.
방송 이후에도 여파는 이어졌다. 해당 장면들은 캡처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고, 이 과정에서 아내를 향한 악플도 쏟아졌다. 급기야 자신을 라면부부 편 아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이 “그 영상만으로 남의 인생 함부로 단정 짓지 마라. 당신들이 뭘 아냐”, “‘이숙캠 나간 건 잘못된 것 같다”고 토로하며 “방송이 끝나면 죽어드리겠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내뱉었다. 아직 해당 편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심각한 악플과 이로 인한 고통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위기의 부부를 돕겠다는 긍정적인 취지로 출발했으나, 자극적인 사연이 등장하고, 시청자는 분노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아내를 폭행하는 남편의 이야기부터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부모의 이야기까지. 심각한 사연들이 영상을 통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출연진의 감정적 반응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도한다. 자극적인 사연일수록 유튜브 쇼츠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악플이 쏟아지곤 한다.
연인 간의 갈등을 다루는 ‘연애전쟁’ 등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특정 출연진의 미성숙한 태도 또는 적나라한 갈등의 순간이 온라인상에 박제되고, 댓글을 통해 출연진을 향한 가감없는 평가가 이어진다.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면서까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한 이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 찍히는 셈이다.
2022년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에 출연했던 방송인 이지현 역시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아들과 함께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다. 당시 ADHD를 앓는 아들을 공개했던 이지현은 “우리가 계획하고 생각했던 것과는 촬영이 다르게 흘러갔다”며 “‘아이의 정말 안 좋은 부분을 봐야지만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고칠 수 있다’'고 해서 (아이를) 많이 자극을 시킨 부분도 있었다”,“자극시킨 부분을 모아서 편집하다 보니 방송에 나가고 후폭풍이 심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아이에게 미안했다. 저는 괜찮은데 아이가 밖에서 듣는 것들이 너무 상처가 되지 않나”, “너무 마음이 아팠던 게, 저희 가족이 1월에 미국을 다녀왔다. 그때 아들이 ‘미국 가면 사람들이 나 금쪽이인 거 모르겠다’ 그러더라”라고 아이가 받았을지 모를 상처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물론 솔루션이 완성되기 위해선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러닝타임이 정해진 프로그램에서 갈등의 전후 맥락을 모두 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송 문법상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상담 예능 속 사연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유튜브 JTBC Entertainment 채널에서는 라면부부 편의 영상에 댓글 사용이 중지됐다. 그러나 해당 영상의 악플만 멈췄을 뿐, 이미 수많은 캡처와 편집 영상이 여러 플랫폼을 EJehfrh 있다.
지금의 솔루션 예능이 출연진에게 진정한 치유를 선사하고 있을까. 자극적인 서사 뒤 남는 잔혹한 낙인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