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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연 삼성전자...주주엔 최대 110조, '성과 배분' 셈법은 복잡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8.21 18:28
수정 2026.08.21 18:30

3분기 30조 배당·보상용 자사주 15조...사상 최대 환원

DX노조 추가 보상 요구...DS 중심 노조는 내년 공동교섭 결별

주주단체도 성과급 주총 승인 요구...5월 합의 놓고 이해 엇갈려

ⓒ데일리안DB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곳간을 열었다. 올해 주주에게 최대 110조원을 돌려주고 임직원 보상을 위한 자사주도 15조원어치 별도로 사들이기로 했다. 주주환원 규모는 국내 기업 사상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다만 커진 성과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같은 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일대에서는 완제품(DX)부문 노동조합이 반도체(DS)부문과의 보상 격차를 문제 삼아 거리로 나섰고, 주주단체는 회사 이익과 연동한 성과급의 결정 절차를 문제 삼았다. DS와 DX 중심 노조 간 공조도 내년 임금협상을 앞두고 갈라지는 모습이다.


사상 최대 주주환원...임직원 보상용 자사주 15조도

삼성전자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약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기존 최대였던 2020년 20조3000억원의 약 5배다. 우선 3분기에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시행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나머지 환원 규모와 방식은 올해 결산을 마친 뒤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이번 환원은 삼성전자가 2024~2026년 3년간 발생한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한 기존 정책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4~2025년 현금배당 20조9000억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8조4000억원 등 총 29조3000억원을 환원했다. 올해까지 합치면 3개년 주주환원 규모는 총 120조~1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주주환원과 별도로 임직원 보상을 위한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이날 의결했다.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서 열린 삼성전자 DX노조의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 요구 집회' 현장.ⓒ연합뉴스
DS는 호황·DX는 적자...엇갈린 실적에 보상 갈등

이사회가 열리던 이날 오후 서초사옥 밖에서는 직원 보상을 둘러싼 집회가 진행됐다. DX부문 직원이 주축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은 올해 임금협상의 재논의와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수준의 추가 보상 등을 요구하며 서초사옥에서 강남역 일대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 5월 임금협상이다. 당시 삼성전자 노사는 DS부문에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다. 반면 DX부문에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부문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불만이 커졌다.


DX의 실적만 놓고 보면 추가 보상 요구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DX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DX부문 출범 이후 첫 분기 적자다. 올해 임금협약이 이미 가결돼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보상을 요구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다만 DX의 실적 부진에는 최근 급격한 부품 가격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는 갤럭시 S26 시리즈와 A시리즈 판매 호조로 2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늘었다. 그럼에도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원가가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이 DS에는 실적 호재로 작용한 반면 스마트폰·TV·가전을 만드는 DX에는 '칩플레이션'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돌아온 구조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DX 노조 요구가 사실상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것도 맞지만, 상황이 다소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사주 1000주 지급 등 노조의 요구 수준과는 별개로 제품을 팔아 매출을 늘리고도 부품 가격 상승으로 실적과 보상 모두에서 불리해진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삼성전자는 DS와 DX를 사실상 별도 사업체처럼 운영하며 각 부문의 성과에 따라 보상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환경의 차이는 노조 간 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DS 조합원이 중심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동행노조 측에 내년 임금협상부터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내년에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DS 내부의 처우 개선에 보다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주주도 성과급 문제 제기...5월 합의 놓고 이해관계 얽혀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에는 주주들도 가세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강남역에서 집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성과급 결정 방식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동행노조와 주주운동본부가 올해 임금교섭과 성과급 합의를 놓고 공동 브리핑도 진행했다.


동행노조는 DS와 DX 간 보상 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반면 주주운동본부는 회사의 경영성과와 연동된 특별경영성과급을 노사 합의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주주운동본부는 해당 성과급이 이익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요구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지난 5월 임금협상의 절차와 결과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구체적인 공동 대응 여부는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의 공식 주주환원 발표에 앞서 170조원 이상의 환원도 요구하기도 했다. 보유 현금의 50% 이상과 올해 하반기 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삼성전자가 이사회를 통해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 100조원 이상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은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같은 원칙을 성과급과 설비투자에도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임금이 아닌 (성과급) 40조원이 주주총회 결의 없이 노사 합의만으로 처분되는 구조의 위법성은 100조원을 주주에게 환원한다고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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