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오르는데 강남·서초는 ‘마이너스’, “집주인들 호가 낮춘다”
강남·서초 아파트값, 2주 연속 하락…낙폭도 커져
세제개편안에 매물 출회, “최고가 대비 호가 5% 낮아져”
중저가 단지는 신고가,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13억→16억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부동산 보유세 부담 확대가 가시화되자 강남권 집주인들이 매도를 서두르고 있다.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호가를 낮추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강남·서초 아파트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서울 전체 집값은 여전히 오름세다. 상대적으로 세 부담과 대출 문턱이 낮은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대신 ‘덜 똘똘한 한 채’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만 2주 연속 하락했다.
8월 둘째 주 서초구와 강남구 아파트값이 각각 0.04%, 0.02% 떨어지며 하락 전환했다. 이후 셋째 주에는 서초구가 0.09%, 강남구가 0.05% 하락하며 낙폭이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이 같은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초구 중개업소 관계자는 “체감상 최고가 대비 5% 정도 호가가 낮아진 것 같다”며 “보유세를 걱정한 집주인들이 동시에 매물을 내놓으면서 호가를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중개업소 관계자도 “국회에서 세제개편 관련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강남권 아파트값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매수인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관망 중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권에서는 종전 최고가보다 호가를 낮춘 매물이 다수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56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면적 127㎡ 매물은 현재 48억~50억원 수준으로 호가가 형성돼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 매물도 46억원에 나왔다. 해당 면적은 지난 2월 49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지난 6월에는 실거래가격이 46억원으로 낮아졌다.
고가주택 중에서도 재건축 추진 중인 단지의 매물이 늘었단 분석도 나왔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세제개편안 발표 전날인 지난 2일 약 6만1000건에서 21일 기준 약 6만5000건으로 4000건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매물이 같은 기간 32건에서 52건으로 62.5%, 수서까치마을이 52건에서 73건으로 40.4% 증가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매니저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1주택자라도 실거주하지 않을 경우 종부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라며 “보유공제가 축소되고 거주공제로 전환되는 만큼 강남권 재건축 고가주택 단지를 중심으로 세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권 고가 단지의 호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2% 올랐다.
중저가 단지에 신고가 거래가 확산되는 등 서울 집값을 견인하면서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는 지난 13일 9억23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1일 체결된 직전 거래가격 8억6500만원보다 58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성북구 삼선동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전용 84㎡도 지난 14일 16억779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 3월 거래가격인 13억3003만원보다 무려 3억원 이상 상승했다.
고가 아파트보다 대출 문턱이 낮은 데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실거주 중저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계한 영향이 반영되면서 덜 똘똘한 한 채의 신고가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세금 공식이 바뀌면서 집주인들의 셈법도 복잡해진 상황”이라며 “시세 32억원 수준인 과세표준 6억원을 넘기면 세 부담이 강화되는 만큼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아파트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도 있어 중저가 아파트값이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