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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실태조사…영화 암표 대책 마련 속도 내야 [기자수첩-연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8.21 07:00
수정 2026.08.21 07:00

특별관 인기 타고 반복되는 웃돈 거래

영진위, 특별관 부정거래 상시 제보 접수…실효성 있는 근절 대책 마련 착수

공연·스포츠와 달리 영화관 입장권은 규제 사각지대…실질적 대응책 필요

'오디세이'를 좋은 자리에서 보려면 영화표 한 장에 정가의 여러 배에 달하는 웃돈이 붙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가는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 1만7000원에서 2만1000원.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이른바 '용아맥' 선호 좌석의 가격은 정가의 7~8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일부 판매자가 한 회차에 10장이 넘는 표를 내놓으면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대량 예매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왔다.


놀라운 것은 가격보다 익숙한 풍경이라는 점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개봉하고 특별관 예매가 몰릴 때마다 암표 문제는 되풀이됐다. 특히 아이맥스 포맷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 개봉할 때면 좋은 좌석을 둘러싼 예매 경쟁과 웃돈 거래가 함께 나타났다.


'오디세이' 아이맥스 포스터ⓒ유니버설 픽쳐스

이번 '오디세이'는 그 현상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다. 작품 전체가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아이맥스 관람 수요가 집중됐고, 국내에서 1.43대 1 화면비를 구현할 수 있는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의 희소성까지 더해졌다. 좋은 좌석을 잡기 위한 '취케팅'이 이어지는 사이, 누군가는 그 희소성을 돈으로 바꾸고 있었다.


결국 영화진흥위원회가 움직였다. 영진위는 지난 18일부터 IMAX와 4DX, 돌비시네마 등 특별관 입장권의 부정거래 관련 제보를 상시 접수하기 시작했다. 중고거래 플랫폼과 SNS 등에서 확인한 암표 거래 게시물뿐 아니라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대량 예매도 제보 대상이다.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실효성 있는 암표 근절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뒤늦게라도 공공기관이 문제를 공식적인 관리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암표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특별관 암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이번에도 화제작의 흥행이 끝난 뒤 관심까지 함께 사라진다면 다음 대작이 등장했을 때 같은 풍경을 다시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공연·스포츠와 영화 사이의 차이다. 공연과 스포츠 경기에서는 올해 8월 28일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와 관계없이 상습적·영업 목적으로 입장권을 구매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부정판매·부정구매를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신고포상금 제도도 도입된다.


하지만 영화관 입장권은 이러한 제도의 대상이 아니다. 콘서트 티켓을 웃돈을 붙여 반복적으로 파는 것과 영화 특별관의 명당 좌석을 선점해 되파는 행위가 관객에게 미치는 피해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대응 수단에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영화표 암표가 공연이나 스포츠만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람 환경이 달라졌다. 이제 관객은 단순히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만 선택하지 않는다. 같은 영화라도 IMAX, 4DX, SCREENX, 돌비시네마 등 어떤 포맷으로 볼 것인지 선택한다. 특별관은 침체된 극장가에서 관객을 끌어들이는 주요 상품이 됐다.


그만큼 특정 상영관과 좌석에 희소성이 생겼다. 암표상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한정된 좌석을 먼저 확보한 뒤 실제 관람객에게 웃돈을 받고 넘기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정상적인 예매에 참여하는 관객만 불리해진다.


영진위의 제보 창구는 그래서 출발점이어야 한다. 매크로를 이용한 대량 선점을 어떻게 걸러낼지, 반복적으로 티켓을 구매해 재판매하는 계정을 어떻게 관리할지, 극장과 중고거래 플랫폼이 부정거래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지까지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연과 스포츠에 마련된 제재 장치를 영화관 입장권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특별관에 관객이 몰리는 것은 극장가에는 반가운 일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관객이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 열기가 정작 영화를 만든 사람이나 극장이 아니라 좌석을 먼저 차지한 암표상의 수익으로 돌아가게 둘 이유는 없다.


'오디세이'가 지나가면 또 다른 대작이 온다. '어벤져스: 둠스데이', '듄 파트3'처럼 특별관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릴 것이 예상되는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때 다시 10만원, 20만원짜리 영화표를 보며 암표 문제를 이야기할 것인가. 영진위가 이제 첫발을 뗀 만큼, 여기서 멈추지 말고 속도를 내 실태 파악을 넘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까지 서둘러 나아갈 차례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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