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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였다 풀었다…가계대출 총량규제 넉 달 만에 ‘누더기’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8.21 07:03
수정 2026.08.21 07:03

가계빚 첫 2000조 돌파…규제 속 대출절벽·오픈런까지

4월 증가율 1.5%로 묶더니 4개월 만에 3%로 상향

은행별 추가 한도도 미정…내년도 관리 기준 불투명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대출 총량을 강하게 조였지만 가계빚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에 한도가 남은 금융회사로 수요가 몰리면서 오픈런과 대출절벽 등 부작용도 잇따랐다.


결국 정부는 불과 넉 달 만에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두 배로 높였다.


일률적인 총량을 먼저 정한 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외를 덧붙이는 방식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이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증가폭도 2021년 3분기 이후 19분기 만에 가장 컸다.


2분기 주택 관련 대출은 12조2000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12조8000억원 늘었다.


특히 기타대출 증가폭이 주택 관련 대출을 넘어선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약 5년 만이다.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키웠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며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했다.


부동산 대책을 거치며 대출 규제가 겹겹이 강화되자 추가 규제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한도가 남은 은행권으로 몰렸다.


인터넷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접속하는 이른바 ‘오픈런’까지 벌어졌다.


결국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약 30조원의 추가 대출 공급 여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늘어난 대출 여력을 은행별로 배분하기 위한 후속 작업에도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은행권과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계획 관련 실무회의’를 열고 은행별 총량목표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전체 총량을 늘리는 동시에 예외도 확대한다.


우선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집단대출은 개별 금융회사의 총량과 별도로 관리한다.


총량 규제로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까지 막히며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의 피해가 불거지자, 당국은 결국 잔금대출을 은행별 총량과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청년·중저신용자 대출에는 추가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 중금리대출은 증가액의 30%만 총량에 반영하고 있는데, 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일반 주담대와 전월세·신용대출 등은 여전히 총량 규제를 받는다.


가계대출을 일률적으로 묶었다가 실수요자 피해가 불거지자 정책적으로 필요한 대출을 하나씩 예외로 빼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다시 손질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설정한 총량 규제가 불과 넉 달 만에 목표치는 두 배로 늘고 대출별 예외까지 확대되면서 사실상 ‘누더기 규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입장에서도 혼란은 불가피하다.


은행별 추가 한도가 일률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국과 개별 협의를 거쳐 정해지는 데다 구체적인 규모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총량 목표가 불과 넉 달 만에 뒤바뀐 상황에서 내년도 관리 기준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당국은 강화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큰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총량 목표와 예외·인센티브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은행별 추가 한도를 빨리 정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저희도 그게 정해져야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도 있지만 내년까지 예측이 돼야 대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속 당국에 물어보고 있다”며 “당국에서는 지속적으로 강화된 가계대출 관리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강하게 관리할 것이었다면 일관된 기준을 유지했어야 한다”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건 여기에 붙이고 저건 저기에 붙이는’ 식으로 예외를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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