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시장에 ‘도박’ 낙인…폴리마켓 막으면 끝일까
입력 2026.08.21 07:05
수정 2026.08.21 07:05
방미심위, 도박성 판단해 국내 접속 차단
VPN·대체 도메인 통한 우회 이용 한계
업계 “상품별 허용 기준·보호 장치 마련해야”
폴리마켓의 국내 접속이 차단됐지만 우회 이용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예측시장을 제도권에서 관리할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해외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 대한 국내 접속을 차단하면서 조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 사건의 ‘결과’에 재산을 걸고 손익이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 현행법상 도박으로 판단해 불가피하게 접속을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경을 넘나드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접속 차단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 성격이 다른 예측시장 상품을 일률적으로 도박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2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방미심위는 지난 18일 폴리마켓이 형법상 도박을 방조하거나 도박 공간을 개설할 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고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스포츠 관련 상품은 국민체육진흥법이 금지하는 유사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폴리마켓에서는 선거와 스포츠, 날씨, 경제지표 등 미래 사건의 결과를 예상해 ‘예’ 또는 ‘아니오’에 해당하는 계약을 사고팔 수 있다.
예측이 맞으면 계약당 1달러를 받고 틀리면 투자금을 잃는 구조다.
방미심위는 이용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에 재산을 걸고 결과에 따라 손익이 갈리는 만큼 도박성이 있다고 봤다.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원화 결제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국내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이상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불법 도박 사이트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차단 자체는 현행 규율상 예상 가능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차단 이후다.
개인지갑과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폴리마켓의 특성상 국내에서 접속을 막는 것만으로 이미 형성된 수요까지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망에서 특정 주소를 차단하더라도 가상사설망(VPN)이나 대체 도메인을 통한 우회 가능성이 남는다.
이용자가 규제 밖으로 이동하면 신원 확인과 자금 흐름 파악은 물론 분쟁 발생 시 피해 구제도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쟁글 관계자는 “접속 차단은 접근 비용을 높일 뿐 우회의 여지가 있고, 도메인이나 시장 이름을 바꾸는 대응도 가능하다”며 “예측 상품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 없이 차단이 먼저 나온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금융거래 제한만으로 이용을 막는 데는 한계가 나타났다.
프랑스는 2024년부터 폴리마켓 이용을 제한했지만 우회 접속이 이어지자 지난달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추가 조치에 나섰다.
프랑스 도박규제기관에 따르면 전면 차단에 앞선 지난 6월 현지 폴리마켓 접속 횟수는 약 57만9000건에 달했다.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이용 수요 자체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측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을 모두 같은 성격의 도박으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예측시장 상품을 ‘이벤트 계약’으로 분류하고 파생상품인 스와프의 하나로 규율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모든 예측 상품이 금융상품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연방 당국은 이벤트 계약을 파생상품 체계에서 관리하지만 일부 주에서는 스포츠·선거 관련 상품을 무허가 도박으로 판단하는 등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글 관계자는 “석유를 다루는 회사가 고유가에 대비해 거래하는 것과 다른 나라의 선거 결과에 돈을 거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며 “이미 부담하고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거래인지, 참여자가 결과를 조작하거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예측시장 전체를 제도 밖으로 밀어내기보다 상품의 성격과 위험도에 따라 허용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접속을 차단해도 우회 이용과 이용자 보호 문제가 남는 만큼 투자한도와 미성년자 접근 제한,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 내부정보 이용 금지 등 위험을 통제할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센터장은 “현행 규율 안에서는 합당한 처사지만 새로운 시장에 대한 탐색과 논의 없이 차단한 것은 아쉽다”며 “금리나 물가처럼 헤지 수요가 분명한 상품부터 시범적으로 허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승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장도 “기존 현물 투자와 다른 형태가 나타나면서 도박과 투자의 경계가 스펙트럼 형태로 흐려지고 있다”며 “금지와 규제만으로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제도 안에서 합법적인 대체재를 만드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옳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