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보다 ‘제대로’…파인다이닝 입힌 콘래드 제스트 [임유정의 체크인 로그]
입력 2026.08.18 07:00
수정 2026.08.18 07:00
2012년 개관 후 첫 대대적 리뉴얼
뷔페 자유로움+파인다이닝 섬세함 조합
라이브 스테이션 강화…“커피·젤라또 눈앞 완성”
시그니처 메뉴·추천 페어링 등 길잡이 역할도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제스트 파티세리(Pâtisserie) 섹션. 콘래드 서울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디저트 공간을 전면에 내세웠다.ⓒ콘래드 서울
기념일을 앞두고 근사한 한 끼를 계획할 때면 ‘호텔 뷔페’와 ‘파인다이닝’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다양한 음식을 취향껏 즐길 수 있는 뷔페도 매력적이지만, 셰프가 설계한 요리와 섬세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파인다이닝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파인다이닝은 셰프가 엄선한 식재료를 활용해 코스 형태로 요리를 선보이는 고급 식사 경험을 뜻한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메뉴의 구성과 순서, 식재료의 조합, 플레이팅, 서비스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손님이 직접 음식을 고르는 뷔페와 달리 셰프가 가장 맛있다고 판단한 방식과 순서대로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한 접시씩 천천히 즐길 수 있어 생일이나 기념일 등 특별한 날을 위한 식사 장소로도 선호된다.
호텔 뷔페 역시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한식부터 중식, 일식, 양식,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고, 정해진 순서 없이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각자 입맛에 맞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뷔페만의 매력이다.
그렇다면 뷔페의 자유로움과 파인다이닝의 섬세함을 한자리에서 누릴 수는 없을까. 특별한 한 끼를 찾고 있다면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제스트(ZEST)’가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이 될 수 있다. 최근 리뉴얼을 통해 두 가지 장점을 한데 담았다.
조지 사데(George Sade) 콘래드 서울 식음 총괄 디렉터는 “이번 제스트 리뉴얼은 단순히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들이 오감을 따라 새로운 메뉴와 셰프의 추천 페어링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콘래드 서울 제스트 전경. ‘디스커버리 다이닝’ 콘셉트 아래 5개 스테이션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콘래드 서울
제스트는 올해 8월 2012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하드웨어 개편을 마쳤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간 구성’이다. 기존 공간을 재정비해 각기 다른 콘셉트의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동선을 새롭게 짰다. 일반적으로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 공간을 입구에 배치했다.
통상 디저트를 식사의 마지막 순서로 여기는 것과 달리, 입장하는 순간부터 다양한 메뉴를 둘러보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제스트만의 콘셉트를 공간에 반영했다. 총 244석으로 리뉴얼을 통해 좌석 수를 늘리기보다 식사의 경험을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
공간 뿐만 아니라 메뉴를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수십 가지 메뉴를 늘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라이브 스테이션에 시그니처 요리를 전면에 배치하고, 셰프가 추천하는 메뉴와 페어링까지 제안하는 ‘디스커버리 다이닝’을 도입했다.
이는 메뉴가 많다고 반드시 식사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다. 한 끼에 2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하고도 수많은 메뉴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대표 메뉴를 놓친다면 오히려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제스트는 식사로 제공되는 80여 가지 메뉴를 모두 맛보지 않더라도 ‘가격에 걸맞은 식사를 즐겼다’는 기억을 남기고 떠날 수 있도록 시그니처 메뉴와 추천 조합을 길잡이로 제시해 고객의 식사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스트 비스트로 섹션의 시그니처 메뉴 ‘마르살라 크림을 곁들인 MSC 랍스터와 망고 살사’.ⓒ콘래드 서울
◇ 80여개 메뉴 앞 고민 끝…‘시그니처 메뉴’ 길잡이
디스커버리 다이닝은 ▲오션(Ocean) ▲랜치(Ranch) ▲비스트로(Bistro) ▲오리엔탈(Oriental) ▲파티세리(Pâtisserie)의 다섯 개의 라이브 스테이션을 따라 고객이 높은 수준의 짜임새 있는 식사를 즐기듯 호텔 뷔페가 추천하는 미식을 경험하도록 기획됐다.
각 스테이션을 미각과 식감, 향, 청각, 시각 등 서로 다른 감각과 연결해 음식을 맛보는 재미를 더했다. 고객이 원하는 음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뷔페의 방식은 유지하면서도, 각 스테이션의 고유한 테마와 섹션별 셰프의 추천을 코스 요리를 즐기듯 식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미각(TASTE)’을 테마로 한 오션 스테이션에서는 해산물 본연의 맛과 섬세한 풍미를 살린 요리를 선보인다. 이 가운데 ‘유자 참다랑어 타르타르와 캐비어’, ‘그릴 장어 초밥과 산초 글레이즈’를 셰프 추천 메뉴로 내세웠다. 전부 맛 볼 수 없다면 두 가지는 꼭 추천한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제스트의 새로운 콘셉트를 온전히 경험하고 싶다면 오션→ 비스트로→오리엔탈→ 랜치→ 파티세리 순으로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바다가 선사하는 본연의 맛에서 시작해 다채로운 식감, 요리를 완성하는 향, 그릴의 생동감 넘치는 소리, 마지막 눈으로 즐기는 파티세리의 시각 까지가 하나의 미식 여정을 완성하는 구성이다”고 말했다.
제스트는 해산물 선택에도 환경적 책임을 고려했다. 수산물에 ASC(수산양식관리협의회)와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 수산물을 사용한다. ASC는 책임 있는 양식 수산물, MSC는 수산자원과 해양 생태계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자연산 수산물에 부여되는 국제 인증이다.
육류 스테이션에서는 고기의 특성에 따라 숯불과 철판, 수비드 등 조리법을 달리해 맛과 식감의 차이를 살렸다. 대표 메뉴를 중심으로 계절에 따라 곁들이는 채소와 소스 등에 변화를 주고, 다른 스테이션의 음식까지 넘나들며 새로운 맛의 조합을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다른 호텔은 스테이션이 일렬로 배치돼 있어 특정 메뉴나 강점에 집중할 수 있지만, 제스트는 5개 스테이션이 물리적으로 나뉘어 있어 어느 한 곳에만 집중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호텔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스테이션을 골고루 잘해야 한다”고 웃어보였다.
제스트 오리엔탈 스테이션의 시그니처 메뉴 ‘어향 동고’. 음식의 특징과 추천 조합 등을 담은 안내를 통해 메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임유정 기자
◇ “‘잘 먹었다’는 만족감 높인다”…미술관처럼 메뉴 설명도 도입
호텔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고메 도슨트(Gourmet Docent)’도 도입했다. 미술관의 도슨트가 작품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듯 각 요리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새로운 맛의 조합을 직접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고객이 선택한 음식을 어떻게 즐기면 더 맛있는지 알려주는 셈이다.
각 스테이션에 설치된 사이니지를 통해 대표 메뉴와 셰프가 추천하는 페어링, 맛있게 즐기는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원하면 서버에게 직접 안내받을 수도 있다. 향후에는 호텔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셰프 추천 메뉴와 페어링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QR코드 등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설명하는 방식에는 다소 회의적”이라며 “미술관과 달리 식사를 위해 찾은 공간인 만큼 휴대전화로 설명을 듣게 하기보다는 직원이 직접 메뉴와 페어링 방법 등을 설명하며 고객과 소통하도록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콘래드 서울 제스트의 파티세리 스테이션. 쿠키를 라이브 스테이션에서 즉석으로 구워 따뜻한 상태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임유정 기자
◇ 라이브로 완성하는 한 접시…커피부터 디저트까지 ‘즉석의 미학’
제스트는 즉석에서 음식을 완성하는 라이브 스테이션도 대폭 강화했다. 뷔페 특유의 선택하는 재미는 그대로 두면서도 한 접시의 완성도는 파인다이닝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얼마나 많은 메뉴를 선보이느냐’를 넘어 ‘어떤 한 접시를 맛보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콘래드는 이번 리뉴얼을 통해 호텔 뷔페 최초로 ‘오픈형 라이브 커피 바’를 도입했다. 언더카운터 커피 시스템을 적용해 시야를 가리지 않는 개방형 바를 구현하는 한편, 고객과 바리스타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커피가 완성되는 전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과 바리스타와의 소통까지 하나의 다이닝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다. 여기에 새롭게 마련한 베버리지 스테이션에서는 와인과 맥주를 비롯한 다양한 주류와 음료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음식과 취향에 맞춰 자유롭게 페어링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리뉴얼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디저트 공간이다. 기존 20종 미만이던 디저트 종류를 50여종으로 두 배 이상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혔다. 쿠키는 라이브 스테이션에서 갓 구워 따뜻하게 제공하고, 진열된 젤리까지 셰프들이 직접 만드는 등 디저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국내 호텔 뷔페 최초로 ‘라이브 젤라또 스테이션’도 선보였다. 별도의 장비를 활용해 고객에게 제공하기 10~15분 전부터 젤라또를 만들어 가장 부드러운 질감일 때 제공한다. 셰프가 즉석에서 완성한 젤라또에 다양한 토핑을 곁들여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제스트 PDR 룸ⓒ콘래드 서울
이 밖에도 콘래드 서울은 제스트를 통해 글로벌 미식 프로젝트 ‘월드 오브 콘래드(World of Conrad)’도 확대 운영한다. 전 세계 콘래드 호텔의 셰프가 직접 서울을 찾아 현지의 미식 문화와 조리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콘래드 푸네를 시작으로 ▲5월 충칭 ▲6월 발리 ▲7월 오사카의 셰프들이 제스트를 찾았으며, 이달 들어선 콘래드 싱가포르의 페이스트리 셰프가 참여했다. 이는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맛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방문 셰프는 현지 특색을 살린 메뉴를 직접 선보이는 동시에 제스트 셰프들에게 레시피와 조리 노하우를 전수한다. 고객 반응이 좋은 일부 메뉴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제스트의 정규 메뉴로 편성해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식이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World of Conrad는 단순히 해외 음식을 소개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새로운 지역과 셰프의 미식 세계를 경험하면서 제스트를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식은 단순히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소리와 향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기억을 만드는 경험”이라며 “이번 리뉴얼에서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고객이 셰프의 조리 과정에서 느껴지는 소리와 향, 에너지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