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 이전설에 내부 '술렁'…노조는 총파업 전열
입력 2026.08.16 07:02
수정 2026.08.16 07:02
산은·기은·수은 노조 "정책금융 경쟁력 훼손"
쟁의행위 96.05% 찬성…9월 4일 총파업 예고
이전 대상·지역 안갯속…"전과 분위기 달라"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는 공동 집회를 시작으로 대응에 나섰고 금융노조도 다음 달 총파업 핵심 요구 가운데 하나로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저지를 내걸었다. ⓒ뉴시스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3사의 지방 이전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각종 이전설만 잇따르자 직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 산하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조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국책은행 3사 노조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3사 노조가 지방 이전 문제로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최 측 추산 약 2000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국책은행을 물리적으로 분산할 경우 산업 육성과 중소기업 지원, 수출금융 등 정책금융 기능과 금융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금융노조와 더불어민주당이 맺은 정책협약을 거론하며 "지금의 일방적인 지방이전 추진은 이러한 약속과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은주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은 정책금융 체계 훼손 가능성을,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과거 부산 이전 저지 경험을 강조하며 공동 대응 의지를 밝혔다.
국책은행 3사의 반발은 금융노조 차원의 쟁의행위와도 맞물리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12일 실시한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6만8878명 가운데 6만6154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찬성률은 96.05%다.
금융노조는 오는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 뒤 다음 달 4일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책은행 노조가 지방 이전 논의 단계부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과거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에 맞닿아 있다.
현재 지방 이전 논의에 군불이 계속 지펴지고 있지만, 국책은행 지방 이전이 현실화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각각 한국산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본점을 옮기려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
과거 산업은행 부산 이전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산업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본점 이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당시 노조는 이전공공기관 지정에 반발해 회장과 부행장 등의 출근을 저지했고, 부산으로 발령된 직원들의 전보와 경영협의회 의결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지방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역시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과거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3대 국책은행이 실제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경우 법 개정과 함께 노정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 등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정작 당사자인 국책은행 내부에서도 혼란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한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오전에 들은 내용과 오후에 들은 내용이 달라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어디서는 간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아니라고 하니 현재로서는 이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전 관련 기사가 나오는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하나하나 대응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이전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의 자체는 이전에도 반복됐지만 이번에는 거론되는 내용이 많고 구체적인 데다 공식적인 정보는 부족해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소식 자체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나오는 게 아니라 기사 등을 통해서 접하다 보니 다들 우왕좌왕하는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이야기는 항상 있었지만 이번에는 나오는 정보가 굉장히 많고 내용도 상세해 분위기가 예전과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구체적인 이전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관측만 잇따르면서 국책은행 내부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향후 이전 대상과 지역이 구체화할 경우 노조의 반발 역시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