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52시간 풀되 문턱은 높게”…해외서 찾는 노사 접점[메가특구법 진통 ④]

정다운 기자 (sanae@dailain.co.kr)
입력 2026.08.15 07:00
수정 2026.08.15 07:00

주요국, 직무·재량·동의 등 다중 기준 적용

R&D 연속성 보장하되 장시간 노동 차단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 ⓒChatGPT

메가특구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로시간은 유연화하되, 해외 주요국처럼 적용 요건과 건강권 보호장치를 촘촘하게 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연구의 연속성은 보장하면서 직무와 재량, 노사 동의 등을 따져 장시간 노동이 상시화되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14일 관계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연내 제정을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 노동특례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최대 6개월로 확대하거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임금 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제도)’을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산업부는 연구 연속성과 첨단산업의속도 경쟁을 고려해 연구개발(R&D) 인력 근로시간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견해다. 반면 노동부는 광범위한 적용 제외에 신중한 입장이다.


노동부가 국회에 보고한 메가특구특별법 추진 방향에는 근로자 동의를 전제로 일부 관리자·R&D 인력을 주 52시간 상한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규정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계부처가 협의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절차, 보호장치는 확정되지 않았다.


연봉만 높다고 예외 아냐…직무·동의 겹겹이 심사


해외에서는 전문직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면서도 소득이나 직함만으로 적용 대상을 정하지 않는다. 실제 업무와 재량권, 본인 및 노사 동의, 건강권 보호조치를 함께 따지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대만은 정부가 지정한 직종도 곧바로 특례를 적용하지 않고 노사가 근로시간·휴일을 서면 약정한 뒤 관할 당국 승인을 받도록 한다. 정보서비스·바이오·학술 분야 일부 R&D 인력은 대상이지만 반도체 R&D 전체는 명시돼 있지 않아 반도체 연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례가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는 신기술 R&D도 적용 대상이다. 연소득 1075만엔 이상과 업무 재량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노사위원회 위원 5분의 4 이상 찬성, 근로자 서면 동의도 필요하다. 연간 104일 이상의 휴일과 건강보호조치는 의무다.


미국 노동부는 화이트칼라 예외 적용 때 직함보다 임금 요건과 실제 업무, 전문지식·재량권을 함께 따진다. 근로시간 상한을 푸는 방식보다 주 40시간 초과근무에 대한 연방 가산수당 적용 제외에 가깝다.


유럽연합(EU) 근로시간지침은 주당 평균 48시간을 원칙으로 둔다. 회원국은 근로자의 개별 동의를 전제로 이 상한에서 벗어나는 ‘옵트아웃(근로시간 상한 적용 제외)’을 허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근로자의 자유롭고 명시적인 사전 동의가 필요하며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줄 수 없다. 하루 11시간의 연속휴식도 보장해야 한다.


주요국은 전문직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면서도 직무 성격과 재량권, 동의 절차 등을 적용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내 특례도 특구 입주 여부나 소득만으로 대상을 정하지 않고 실제 업무에 따라 적용 범위를 가리는 한편 동의·휴식 등 보호장치를 명문화하는 게 과제로 남는다.


지난해 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개별 동의 넘어 거부·철회권도 보장해야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사용자의 일방적인 장시간 근무 지시로 이어지지 않도록 동의 절차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소득 연구직도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데다 겸업금지나 비밀유지 약정으로 이직이 제한될 수 있어 업무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아서다.


현재 검토안은 근로자 동의를 전제로 하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문제는 서면합의만 요건으로 둘 경우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임창근 노동법률사무소 필립 노무사는 “현행 근로자대표 제도는 선출 방법과 절차, 유효기간 등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형식적인 대표를 세워 서면합의를 할 수 있다”며 “개별 근로자나 노동조합, 최소한 해당 직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의 명시적인 동의와 철회권,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 금지 조항을 둘지도 세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이 늘어나면 특정 주에 장시간 근무가 몰릴 수 있고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적용 자는 주 52시간 상한에서 제외돼서다. 특정 주의 최대 근로시간과 연속휴식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관건이다.


임 노무사는 “주 52시간을 완화하더라도 한 주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상한을 둘 필요가 있다”며 “집중근무 허용 기간은 짧게 정하고 장기 평균 근로시간에는 더 낮은 상한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중간에 끊으면 처음부터”…특구보다 직무로 가려야


해외 주요국이 실제 직무와 재량권을 따지는 것처럼 국내 특례도 특구 입주 여부보다 업무 특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제조는 정해진 공정 조건에 따라 인수인계할 수 있지만 R&D는 실험과 분석이 끊기면 앞선 과정을 반복해야 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적용 대상을 선행공정 개발과 램프업(Ramp-up) 등 연속성이 필요한 핵심 R&D 직무로 가려야 한다고 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제조는 정해진 공정 조건에 따라 인수인계할 수 있지만 R&D는 중간에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시간 기준으로 자르기 어렵다”며 “해외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는 만큼 제도 유무보다 R&D 특성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정 특구에만 한정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다운 기자 (sanae@dailai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