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K-게임 없는 지스타?… 대형사 외면에 '중국 게임' 끌어모았다
입력 2026.08.13 14:32
수정 2026.08.13 14:35
국내 대형 게임사 불참 기조
첫 비게임사 메인스폰서 '크랙'
중국 게임사 비중 두드러져
지스타조직위원회가 13일 공개한 지스타 2026 제1전시장 BTC 주요 참가 기업들. 중국계 게임사가 대거 눈에 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가 대형 게임사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변화를 택했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등 이른바 '3N2K'의 올해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전시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게임사 후원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콘텐츠와 관람객층을 넓혀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6' 운영 방향을 공개했다. 조직위가 별도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2023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참가사 구성이다. 메인스폰서는 뤼튼테크놀로지스의 AI 스토리 창작 플랫폼 '크랙'이 맡는다. 게임사가 아닌 기업이 지스타 메인스폰서를 맡는 지스타 역사상 최초다.
1차 공개된 제1전시장 주요 참가사를 보면 변화가 두드러진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서는 웹젠이 이름을 올린 반면 호요버스와 넷이즈게임즈, 빌리빌리 게임, 센추리게임즈 등 중국계 게임사 쏠림 현상이 눈에 띈다. 현장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쇼가 자칫 '중국 게임 축제'처럼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직위는 현재 공개된 명단이 전체 참가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승우 지스타조직위원회 실장은 "정확한 규모와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국내 주요 게임사도 참여한다"고 밝혔다. 제2전시장에는 일본의 세가와 코에이테크모 등이 참여하는 별도 신작 시연 공간도 마련된다.
대형 게임사 이탈로 불거진 '지스타 위기설'에 대해서도 조직위는 "기존 참가사 중심의 전시 구조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조영기 지스타조직위원장은 "대형 게임사들도 지스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대형 신작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대형 게임사가 얼마나 참여했느냐, 해외 게임사가 얼마나 참여했느냐는 식의 양분법보다 참가 기업과 관람객이 만족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영기 지스타 조직위원장이 13일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게임 개발 환경이 모바일 중심에서 PC·콘솔과 글로벌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신작 개발 기간이 길어진 점도 대형사가 매년 지스타에 나서기 어려워진 이유로 꼽았다. 조직위는 해외 주요 시장에서 콘솔 비중이 약 25%에 이르는 반면 국내는 약 5%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국내 게임쇼가 처한 한계로 들었다.
조직위가 제시한 올해 지스타의 핵심 키워드는 '외연 확장'과 '자체 콘텐츠 확대'다. 참가 게임사의 신작 숫자에 따라 해마다 전시 경험이 달라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스타가 직접 제공할 콘텐츠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웹툰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와 협업한 키비주얼을 제작하고 크림(KREAM)과 공식 굿즈 및 스페셜 패스를 선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제2전시장에서 시뮬레이션 레이싱과 현대 N 차량을 활용한 전시를 연다. 인디게임 전시와 인플루언서 라운지, 코스어 지원 공간도 확대한다.
G-CON 역시 외연 확장의 한 축이다. 장항준·이병헌 감독을 비롯해 '무빙' 박인제 감독과 '프래그마타' 조용희 디렉터,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와 미카미 신지 등 게임과 영화·콘텐츠 분야 창작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더 위쳐' 시리즈 제작진과 '파이널 판타지 VII' 리메이크 개발진도 참여한다.
기업간거래(B2B) 전시의 약세는 조직위도 인정했다. 올해는 이용률이 높았던 비즈니스 라운지를 전년보다 크게 넓히고 소규모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0.5부스 규모의 '라운지 부스'를 신설한다. 투자자·퍼블리셔를 연결하는 '인베스트 마켓'도 다시 운영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B2B 네트워킹 파티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다.
게임 이외 콘텐츠가 늘면서 '게임쇼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게임쇼의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외연 확장"이라며 "'게임쇼가 이래야 한다'는 기본적인 철칙은 잃지 않되, 그 외에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올해 지스타가 던진 승부수는 '대형사 부재를 뛰어넘는 콘텐츠 다변화'로 요약된다. 다만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빠진 자리를 비게임 콘텐츠와 중국계 게임사들이 채우는 모습이 얼마나 관람객을 설득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외연 확장이 위기를 돌파할 해법이 될지, 국내 대표 게임쇼의 정체성을 희석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오는 11월 현장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