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서 일하고 길게 쉰다”…첨단 R&D ‘근로시간 유연화’ 수술대 [메가특구법 진통 ②]
입력 2026.08.13 07:00
수정 2026.08.13 07:00
지방 투자 촉진위해 ‘메가특구법’ 연내 제정
첨단산업 인력 근로시간 유연화 쟁점 부상
관련 이미지. ⓒ데일리안 AI 생성 이미지
‘시간’이 아닌 ‘성과’로 일한 대가를 매기는 방식이 반도체 메가특구에서 먼저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리고, 소득 상위 3% 관리자·R&D 인력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와 충청권 첨단산업, 영남권 피지컬 인공지능(AI)을 3대 메가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지방 투자를 앞당기기 위해 규제, 세제, 재정, 기반시설 지원을 묶은 ‘메가특구특별법’을 연내 제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첨단산업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가 특별법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중 노동자의 근로시간과 관련된 특례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이다. 정산기간은 근로시간이 평균 주 40시간을 넘는지 계산하는 기준 기간이다.
다른 하나는 근로자 동의를 전제로 소득 상위 3% 수준 관리자·R&D 인력을 주 52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최대 6개월로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 총근로시간을 미리 정한 뒤 근로자가 출퇴근 시각과 하루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업무가 몰릴 때 더 일하고 이후 근무시간을 줄여 평균을 맞출 수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산기간은 일반 업무가 최대 1개월이다. 신상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는 R&D 업무에는 최대 3개월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이를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개월을 13주로 단순화하면 마감이 걸린 5주는 주 48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8주는 주 35시간씩 근무할 수 있다. 전체 평균은 주 40시간이다.
정산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근무시간을 배분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진다.
6개월은 약 26주다. 그 중 10주는 주 48시간, 나머지 16주는 주 35시간을 일해도 전체 평균은 주 40시간이므로 선택근로제의 법정 근로시간 기준을 충족한다.
보호장치도 있다. 연구원이 밤 10시에 퇴근했다면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소 11시간을 쉬어야 한다. 임금은 매달 정산해 주당 평균 40시간을 넘긴 근무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다.
6개월 확대안에 이러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정 주에 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과 집중근무를 연속해서 허용할 기간도 정부안의 세부 쟁점이다.
‘시간보다 성과’ 화이트칼라이그젬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일정한 소득과 업무 요건을 갖춘 사무직·전문직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일한 시간보다 업무의 자율성과 성과를 중심으로 보상한다는 취지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근로자 동의를 전제로 한다. 소득 상위 3% 수준 관리자와 R&D 인력에게 주 52시간 상한 등을 적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대신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선택근로제가 일정 기간 평균으로 근로시간을 관리한다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근로시간 규제 자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대상과 절차는 정해지지 않았다. 소득을 산정할 때 성과급을 포함할지, R&D 인력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근로자가 동의를 거부하거나 철회했을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정부안에는 프로젝트별로 업무량 차이가 큰 R&D 현장의 특성을 어떻게 반영할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R&D 인력은 프로젝트 기간에 근무가 집중되고 종료 후에는 업무량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어 매주 같은 근로시간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특례를 도입한다면 메가특구에만 예외를 두기보다 산업과 직무별 특성을 구분해 적용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