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 3490억에 美 항공엔진 핵심 단조기지 품었다
입력 2026.08.12 11:33
수정 2026.08.12 11:33
하우멧 산하 퍼스릭슨 조지아 단조기지, 2.31억 달러에 인수
GE·롤스로이스·P&W·한화에어로 등 글로벌 엔진업체 지원
세계 최대급 1.9만t 등온단조 프레스…단조→엔진→발전 밸류체인
한화머티리얼즈의 단조 공정 모습. 한화머티리얼즈는 미국 조지아주 생산기지에 세계 최대 생산용 1만9000톤급 등온단조 프레스를 갖추고 항공엔진용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한화머티리얼즈
한화가 3490억원을 들여 미국 항공엔진 핵심 단조기지를 인수하고 '한화머티리얼즈(Hanwha Materials)'를 출범시킨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세계 최대급 1만9000톤(t) 등온단조 프레스를 갖춘 이곳은 GE에어로스페이스·프랫앤드휘트니(P&W)·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엔진업체를 지원하는 생산기지다.
한화머티리얼즈는 지난달 영국 판버러 국제에어쇼(Farnborough International Airshow 2026)에 한화 편입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항공엔진용 디스크·케이스·실(seal, 밀폐 부품)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이번 참가를 '공식 글로벌 데뷔'라고 소개하며 행사 기간 주요 글로벌 엔진업체들과 전략 미팅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 4월 1일 조지아 사업장이 한화 편입을 마치고 새롭게 출범했다고 공식 채널을 통해 밝혔다. 앞서 국내에서는 한화에너지USA홀딩스가 미국의 한 단조 업체(금속을 두드리거나 눌러서 부품을 만드는 업체) 인수를 추진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인수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 결과 인수 대상은 미국 항공엔진 부품업체 하우멧 에어로스페이스(Howmet Aerospace) 산하 조지아주 단조업체 퍼스릭슨 포징스(Firth Rixson Forgings LLC)로 확인됐다. 한화 측이 지분 100%를 인수했다. 공시상 취득대가는 3489억8800만원(약 2억3100만 달러)이다.
계약은 지난해 11월, 종결은 올해 3월
한화에너지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는 지난해 11월 3일 Firth Rixson Forging LLC 지분을 기본 매수가액 약 2억3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기재됐다. 사업보고서 작성 기준일인 지난해 12월 31일 시점까지는 규제 승인 등 거래 종결 조건이 남아 계약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거래는 올해 들어 마무리됐다. 한화에너지가 지난 5월 15일 제출한 2026년 1분기보고서는 해당 법인(현재 사명 Hanwha Materials Savannah, LLC)의 지분 100%를 지난 3월 31일 취득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화에너지에 따르면 이 회사를 올해 1월부터 연결했다고 가정할 경우 1분기 매출은 약 696억원, 순이익은 약 86억원이다. 튀르키예 경쟁당국도 지난해 12월 하우멧이 지배하던 해당 법인의 단독 지배권을 한화 측이 취득하는 거래를 승인했다.
매도자인 하우멧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도 같은 거래가 확인된다. 하우멧은 지난 3월 31일 조지아주 서배너의 디스크 단조 공장을 약 2억3000만 달러에 매각 완료했으며 이 거래로 9300만 달러의 세전이익을 인식했다고 공시했다.
한화가 인수한 것은 '퍼스릭슨' 전체가 아니라 조지아주 미드웨이에 위치한 퍼스릭슨 포징스다. 하우멧이 공개한 AS9100 인증서에는 이 사업장의 사업 내용이 '항공기용 핵심 회전 디스크 단조품 제조'로 명시돼 있다. 뉴욕주 로체스터의 퍼스릭슨(Firth Rixson, Inc.)은 별도 법인이다.
한화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등온단조 디스크. 회사는 항공우주와 산업용 가스터빈 등에 단조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한화머티리얼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원 대상에
Hanwha Materials 공식 홈페이지는 항공우주·방산·산업·우주 분야에 디스크, 케이스, 실, 에어포일 등 부품을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프랫앤드휘트니, 롤스로이스, GE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자사가 지원하는 글로벌 엔진업체로 소개하고 있다.
생산능력도 상당하다. 회사 측은 1만9000톤급 등온단조 프레스를 '세계 최대 생산용 등온단조 프레스'로 소개하고 있다. 등온단조는 금형과 소재를 고온으로 유지한 채 압력을 가해 니켈계 초내열합금처럼 가공이 까다로운 소재를 정밀 성형하는 공정으로, 항공엔진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회전하는 디스크 등 핵심 부품 제조에 쓰인다. 5600톤·3만3000톤급 일반 단조 프레스와 40대 이상의 자체 가공센터도 갖춰 단조부터 열처리·가공·검사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한화머티리얼즈의 사업 영역은 항공엔진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용 가스터빈용 단조 부품과 우주용 제품도 생산한다. 회사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우주왕복선용 로켓엔진 RS-25의 핵심 부품인 주 산화제 터보펌프(MOTP) 하우징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RS-25는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SLS 로켓에도 쓰이고 있다.
단조-터빈·엔진-발전 밸류체인 구축
한화에너지는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이번 미국 단조회사 인수 목적을 "소재사업(단조)-가공(터빈·엔진 등)-발전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축"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미국 단조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 체계도 구축했다. 한화에너지USA홀딩스가 한화머티리얼즈(Hanwha Materials, LLC)를 100% 보유하고, 한화머티리얼즈가 다시 서배너와 휴스턴 법인을 각각 100%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서배너 법인은 이번 인수를 통해 편입됐으며 휴스턴 법인은 올해 1분기 별도로 신설됐다.
항공엔진 분야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접점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프랫앤드휘트니의 GTF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RSP)에 참여하고 있으며 KF-21에 탑재되는 GE에어로스페이스 F414 엔진을 국내에서 면허생산하는 한편, 독자 항공엔진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머티리얼즈는 GE에어로스페이스, 프랫앤드휘트니, 롤스로이스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자사가 지원하는 글로벌 엔진업체로 직접 명시하고 있다. 한화가 미국에서 항공엔진 핵심 부품의 단조·열처리·가공 생산기반까지 확보하면서 향후 그룹 항공엔진 사업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도 관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