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출만 숨통, 나머지는 더 조인다…‘핀셋’에 차주들 신음
입력 2026.08.12 08:13
수정 2026.08.12 08:13
실수요자 한숨 돌렸지만
은행권, 총량 관리에 ‘배수진’
주담대·신용대출 취급 보수적
대출받으려 ‘오픈런’ 진풍경
금융당국이 잔금대출 등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는 여전히 거세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보완책을 검토 중이지만, 차주들의 표정은 어둡다.
일부 집단대출의 숨통을 터줬을 뿐 일반 가계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아서다.
정부가 일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핀셋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차주들의 자금 조달 여력은 한동안 개선되기 힘들어 보인다.
1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382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금융당국에 연간 증가 목표액으로 제출한 4조3363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 들어선 이후 은행권 대출 셧다운은 현실화하고 있다. 은행권 상당수가 가계대출 문턱을 일제히 올리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고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관리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모기지보험 가입을 중단했고,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도 막은 상태다. 지난 7일부터는 비대면 주담대 신규 접수도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주담대 월 신규 취급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했고, NH농협은행 역시 모기지보험 신규 가입 및 대출모집인 채널을 닫았다.
잔금대출은 은행들이 별도로 한도를 배정해 공급을 확대하는 반면, 일반 가계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당국의 총량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은행들이 기존 제한을 곧장 풀기도 어렵다.
이미 연간 증가 목표치를 모두 채운 데다 연말까지 집행할 물량을 고려하면 신규 대출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단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 주담대, 신용대출에 대한 수요도 있고, 잔금대출로 배정해야 할 물량도 실제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워 총량 관리를 놓을 수는 없다”며 “당국에서 총량 자체를 늘려줄지, 일부 집단대출만 예외로 할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현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금 계획을 세워 내 집 마련에 나선 차주들은 은행 대출 한도 축소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담대 한도가 축소돼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채우려 해도,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마저 연 소득 이내로 바짝 조이고 있어 사실상 자금 조달의 길이 봉쇄된 상태다.
특히 일반 구축 주택이나 아파트를 매수했거나, 이사를 앞둔 전세 차주,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대출 오픈런’까지 마다하지 않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완전히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남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차주들은 대출 신청이 시작되는 매일 아침 일찍 앱에 접속해 소위 ‘광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오전 6시 주담대 접수가 시작되면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일일 대출 한도가 모두 소진되는 실정이다.
한도가 막힌 차주들은 고금리를 감수하며 제2금융권이나 지방은행 등으로 원정 대출을 나서는 등 금융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당국의 실수요자 보호 조치에 따라 잔금대출 공급을 늘리면 그만큼 일반 차주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획일적인 총량 규제의 부작용으로 당국의 핀셋 지원이 마련되고, 이는 또 다른 금융 사각지대를 만들어 형평성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이라는 전체 그릇의 크기가 고정된 상태에서 특정 대출만 터주면 다른 일반 대출은 더 까다롭게 관리해야 한다”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대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혼란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만큼 은행도, 차주도 자금 계획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 조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