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캐디피 카드 결제’ 취지 좋지만 현장은 글쎄, 왜? [기자수첩]
입력 2026.08.11 09:59
수정 2026.08.11 10:00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 캐디피 결제 수단 다양화 추진
카드 수수료로 오히려 캐디피가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
위 사진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함으로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현금으로 내야 하는 '캐디피(캐디 인건비)'가 골프장 이용 문화의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간편결제 등으로 결제 수단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국회 차원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카드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골프장에서의 실제 이용률이 1%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10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김대현 제2차관을 만나 대중형 골프장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체육시설법 개정안에 공감을 표하며, 대중형 골프장 제도를 보다 실효성 있게 다듬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년간 골프장 제도 개혁을 추진해왔고, 캐디피 결제 수단을 현금 외로 넓히는 방안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골퍼 입장에서 선택지가 느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라운드 후 별도로 현금을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법인카드를 쓰면 지출 증빙도 한결 수월해진다. 캐디 입장에서도 결제 내역이 남으면 소득 관리가 투명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민간 핀테크 업체들은 이미 카트에 부착된 QR코드로 캐디피를 결제하는 서비스를 내놓았고, 지난 2월에는 한 결제 서비스 업체가 전국 85개 골프장에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경에는 갈수록 치솟는 캐디피 부담이 있다. 한국골프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대중형 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는 2006년 8만 1800원에서 2026년 14만 6300원으로 78.9% 상승했다. 올해 2월 기준 18홀 이상 골프장 406곳 가운데 팀당 캐디피가 15만원대인 곳은 306곳으로 전체의 75.4%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골퍼들이 지출한 캐디피 총액은 1조 7800억원, 골퍼 1인당 연간 약 32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보니, 현금으로만 지급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해 달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현장과의 온도차다. 골프장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카드결제 서비스를 하는 골프장이 있고 캐디들도 투명하게 소득신고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현금이든 카드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카드결제가 시행 중인 골프장에서의 실제 카드결제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제도는 갖춰졌는데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다면, 그 이유부터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위 사진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함으로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캐디피는 골프장 이용료와 성격이 다르다. 골프장 이용료는 골프장과 이용객 사이의 거래이고, 캐디피는 캐디라는 별도의 서비스 제공자에게 지급되는 비용이다.
따라서 ‘캐디피 결제 수단의 다양화’가 본격화될 경우 골프장은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새로 떠안아야 한다. 캐디 역시 카드 수수료와 정산 절차라는 낯선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급기야 카드결제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경우 수수료 부담이 발생하게 돼 결국 캐디피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결제 편의를 높이자고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현금결제 관행이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선택지를 넓히는 일과 그 선택지가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골퍼가 왜 여전히 현금을 선호하는지, 골프장과 캐디가 왜 카드결제를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결국 결제 절차가 복잡하거나 비용이 더 든다면, 소비자는 결국 다시 현금을 택할 수밖에 없고 정책의 실효성도 흐려진다.
골퍼에게 결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타당하다. 다만 그 취지가 현장에 실제로 뿌리내리려면, 골퍼의 편의뿐 아니라 캐디의 정당한 수입과 골프장의 관리 부담까지 함께 고려된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