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마친 프로야구, 100경기 벼락치기와 아시안게임
입력 2026.08.11 14:25
수정 2026.08.11 14:25
폭염으로 인해 리그 잠시 중단, 11일부터 재개
9월 이후 소화 경기만 100경기, 순위 싸움 변수
폭염으로 잠시 리그 운영을 중단한 프로야구. ⓒ 뉴시스
프로야구가 사상 초유의 ‘여름방학’을 마치고 11일 다시 기지개를 켠다. 하지만 닷새간의 휴식이 끝났다고 해서 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미 취소된 경기와 애초 추후 편성 대상으로 남겨둔 일정이 겹치면서 9월 이후 새로 소화해야 할 경기가 무려 100경기에 달한다.
여기에 9월에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기다리고 있다.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해지는 시즌 막판, KBO리그가 빡빡한 일정과 기상 변수라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KBO는 지난 5일 당일 예정된 전 경기를 취소한 데 이어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7~9일 주말 경기까지 모두 취소했다. 이에 따라 5일부터 9일까지 예정됐던 1군 정규시즌 25경기가 모두 열리지 않았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폭염으로 전국 모든 구장의 경기가 한꺼번에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면 중단에 앞서서도 1일 부산·창원 2경기, 2일 창원 1경기, 4일 잠실·광주 2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된 바 있다.
5일부터 9일까지 취소된 25경기를 더하면 올 시즌 폭염 취소는 30경기다. 여기에 우천 취소 21경기와 그라운드 사정 4경기까지 더해 10일 기준 전체 취소 경기는 55경기로 늘었다.
문제는 취소된 경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즌 막판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KBO는 올 시즌 팀당 144경기 가운데 135경기를 9월 6일까지 우선 편성하고, 나머지 45경기는 추후 편성하기로 했다.
애초 뒤로 미뤄둔 45경기에 이미 취소된 55경기가 더해지면서 9월 6일 이후 새롭게 편성해야 할 경기는 총 100경기다. 11일 재개 이후에도 폭염이나 비로 추가 취소가 발생할 경우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 편성 가능성도 커진다.
팀별 부담도 다르다. 10일 기준 NC 다이노스는 95경기만 치러 49경기를 남겨 10개 구단 가운데 잔여 경기가 가장 많다. 반면 고척스카이돔을 사용하는 키움 히어로즈는 104경기를 소화해 40경기만 남았다.
9월 6일 이후 추후 편성 대상도 NC가 25경기로 가장 많고 키움은 16경기로 가장 적다. 리그 전체로는 720경기 가운데 500경기를 치러 220경기가 남아 있다.
다음 달에는 아시안게임 변수와도 마주해야 한다. 단, 리그 일정은 중단없이 진행된다. ⓒ 뉴시스
더 큰 변수는 아시안게임이다. 대표팀은 다음 달 21일 예선을 시작해 27일 결승까지 최대 6경기를 치르며, KBO리그는 대회 기간에도 중단하지 않는다.
대표팀은 총 24명으로 구성됐으며 SSG 랜더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에서 각각 3명씩 선발됐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는 2명,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1명씩 차출된다. 한화는 아시아쿼터 외국인 투수 왕옌청까지 대만 대표팀에 선발돼 아시안게임 기간 총 3명의 공백이 발생한다.
KBO는 차출 부담과 혹서기 일정을 고려해 후반기 현역 선수 등록 가능 인원을 29명에서 30명으로 확대하고, 매년 9월 1일부터 시행하던 확대 엔트리도 올해는 8월 25일로 앞당겼다. 확대 엔트리 시행 이후에는 최대 34명 등록, 32명 출장이 가능하다.
폭염 속 경기 운영을 둘러싼 현장의 불만도 이어졌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취소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며 “어제는 안 하고, 오늘은 하고. 기준이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고, 이호준 NC 감독 역시 퓨처스리그만 취소된 상황에서 “2군은 안 되고 1군은 되나”라고 반문했다.
KBO는 이번 사태를 거치며 폭염 경기 취소 기준을 두 차례 손질했다. 단순한 기상특보뿐 아니라 구장별 복사열과 통풍, 관중 밀집도 등 현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11일 재개 이후에는 9월 6일까지 고척돔을 제외한 전 구장의 평일·주말 경기가 오후 7시에 시작된다. 3회와 7회 종료 뒤에는 4분의 쿨링 브레이크를 운영하고, 5회 종료 뒤 클리닝타임도 필요할 경우 최대 6분까지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안전 대책과 별개로 일정 부담은 여전히 크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폭염과 우천, 선수 부상 등으로 경기가 계속 밀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144경기 체제 축소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상 첫 ‘여름방학’은 끝났다. 9월 6일 이후 새로 편성해야 할 경기와 아시안게임, 폭염과 비라는 기상 변수가 놓여 있는 가운데 종착점을 향한 마지막 레이스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