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역설] "청년·신혼부부 풀어볼까"…땜질식 '핀셋' 실수요자 혼돈
입력 2026.08.11 07:05
수정 2026.08.11 07:05
대출 목표치 훌쩍 넘긴 5대 은행
정부, 뒤늦은 선별지원 구상에
은행 창구·실수요자 연일 발만 동동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말 기준 6조3821억원으로 집계됐다.ⓒ연합뉴스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을 대폭 높이고 있다.
이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예외 적용 조항을 들여다보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말 기준 6조38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가 4조3363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한참 웃돈다.
금융당국은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기존 1.7%에서 1.5%로 낮췄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연초부터 대출 관리를 강화했으나 이미 관리선은 무너졌다.
은행들은 하반기 가계대출 잔액을 강제로 줄이거나 극도로 제한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주담대와 '빚투' 수요가 동시에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신축 아파트 입주예정자의 잔금대출 등 필수 자금 흐름마저 막히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실수요자에 한해 가계대출 총량을 예외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9일 공개된 유튜브 '삼프로TV' 인터뷰에서 "공급확대 방안과 주택 금융을 합리화하는 방안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며 "전세를 구하는 청년·신혼부부 등 특수한 상황에 대해선 금융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내에서도 일률적인 총량 규제의 방식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연간 목표 초과 여부만 기계적으로 따진 것의 부작용"이라며 "실수요 집단대출 등을 일반 주담대와 똑같은 잣대로 묶어버리면 총량 관리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뒤늦은 선별 지원이 실제 현장에서 불거지는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구체적인 실행 기준이 아닌 아이디어 수준의 대책 검토 발언만 이어지면서 현장의 불안감만 고조된다는 지적이다.
은행 창구에서도 정책 혼선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다.
매주 정책이 바뀌거나 명확하지 않은 예외 적용 기준 탓에 창구를 찾은 고객에게 대출 가능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단 볼멘소리가 거세다.
한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대출 가능 여부를 확답받지 못한 대출 신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창구 직원들과의 마찰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관성 없는 땜질식 지원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정작 자금이 절실한 무주택 실수요자만 피해를 입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확정적으로 대출이 어떻게 진행된다는 지침이 없어 분양자들이 계약이나 입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