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관광①] 관광객은 한국으로, 수익은 해외로?…글로벌 OTA의 역설
입력 2026.08.11 07:00
수정 2026.08.11 07:00
트립닷컴, 놀·여기어때 제치고 국내 MAU 1위
방한객 2000만명 시대 눈앞…글로벌 OTA 영향력도 확대
글로벌 OTA 의존 커지면 '관광수익 누수' 가능성 커져
K컬처 열풍으로 방한 외국인이 빠르게 늘며 연간 2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관광객 증가의 과실이 국내 여행업계의 성장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뉴시스
국내 여행 시장이 날로 커져가고 있지만, 커지는 시장의 과실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막대한 자본과 글로벌 이용자망을 갖춘 해외 온라인여행사(OTA)가 국내 여행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관광수익의 해외 유출과 플랫폼 종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OTA 중심으로 재편되는 한국 여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국내 여행업계가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찾아야 할 생존 해법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K컬처 열풍으로 방한 외국인이 빠르게 늘며 연간 2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관광객 증가의 과실이 국내 여행업계의 성장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립닷컴 등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예약·유통시장의 영향력을 키우면서 관광 수익의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관광수익 누수(Tourism Leakage)'가 커질 수 있어서다.
1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래객은 1070만991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3월 이후 매월 200만명 안팎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으면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방한객 20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K팝과 K드라마 등 K콘텐츠의 인기가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방한 관광시장의 외형은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관광 수요 확대와 별개로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관광객과 국내 사업자를 연결하는 여행 유통시장의 주도권은 글로벌 OTA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및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실시한 ‘최근 OTA 시장 동향 분석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부킹홀딩스, 익스피디아, 에어비앤비, 트립닷컴 등 4개 기업이 세계 OTA 시장 매출의 9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OTA의 영향력 확대는 국내 여행시장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트립닷컴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트립닷컴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77만명으로 집계됐다.
놀유니버스(NOL·452만명)와 여기어때(381만명)를 제치고 주요 종합여행 플랫폼 가운데 이용자 수 1위에 올라섰다.
트립닷컴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글로벌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립닷컴 그룹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전체의 '영업·마케팅' 비용은 2024년 119억 위안(2조5400억원)에서 2025년 149억 위안(3조1800억원)으로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품개발비는 131억 위안(약 2조7900억원)에서 151억 위안(3조2200억원)으로 15% 늘었다.
트립닷컴은 한국 사업의 마케팅 집행액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여행업계에서는 트립닷컴이 올여름 국내 시장에 약 35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개된 광고 지표에서도 마케팅 확대 흐름은 나타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여행업종 내 트립닷컴의 광고 점유율은 2024년 상반기 13%에서 지난해 37%로 상승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글로벌 OTA가 몸집을 키워가는 가운데, 이들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관광수익 누수(Tourism Leakage)' 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광수익 누수란 관광객이 지출한 금액 가운데 일부가 해외 기업이나 외국계 여행·유통 사업자 등을 통해 목적지 경제 밖으로 빠져나가 현지에 남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같은 관광수익 누수 문제는 국제기구에서도 주요 관광정책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간한 'OECD 관광 동향 및 정책 2026' 보고서에서 관광이 이뤄진 목적지 밖으로 일정 수준의 수익이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 같은 '누수(leakage)'가 커질 경우 관광이 지역사회의 경제 발전과 인프라·서비스 투자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이 같은 누수 현상이 패키지 여행 등의 상품을 통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OTA 기업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한 외국인이 한국 호텔에 숙박하고 국내 관광상품을 이용하더라도 상품 탐색부터 예약·결제까지 해외 OTA를 거칠 경우 중개 수수료 등 수익의 일부가 해외 사업자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한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객이 늘더라도 항공권과 숙박 예약이 글로벌 OTA를 중심으로 이뤄지면 수요 증가분이 국내 여행사의 실적으로 얼마나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객들이 많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숙박 등 국내 관광사업체가 가져가는 수익도 있지만, 글로벌 OTA에 지급하는 수수료 자체는 해외로 나가기 때문에 그 비중이 커질수록 해외로 유출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국내 여행사들이 이들에 대항할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부킹홀딩스 등 글로벌 OTA의 자산 규모 등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들을 앞서는 무언가를 만들기가 쉽지 않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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