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연설중단에 말실수 지적까지 격화된 '명청대전'…장내·장외도 '격화'
입력 2026.08.10 06:30
수정 2026.08.10 06:30
당권주자 따라 최고위원 지지자도 '헤쳐 모여'
장외응원전 마친 뒤 연설회 도중 고성 오가자
최민희 연설 중단되기도…지지자들은 '격돌'
정청래 "이명박 반도체" 실수에도 소요 일어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정청래·김민석 대표 후보가 9일 대구 북구 인터불고 엑스코호텔에서 진행될 합동연설회에 앞서 호텔 앞에 모인 지지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일주일여 앞둔 9일 오후 2시 45분께 대구 북구 인터불고 엑스코호텔 앞은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군데군데 '노사모'란 글씨가 적힌 노란색 옷을 입은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모인 호텔 앞은 그야말로 작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호텔 앞이 그리 넓지 않아 마련된 자그마한 공터에는 기호 1번 송영길 후보와 2번 정청래 후보, 3번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거의 어깨를 붙이고 각 후보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거기다 8명에 달하는 최고위원 후보를 응원하는 인파까지 뒤섞여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공터는 더 좁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당원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는 명확하게 구분이 됐다. 송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인 '송골매'(송영길 지지 모임)는 관광버스를 대절해 인천에서 대구까지 내려와 결집해 있었다. 이들은 '비상하라 송골매'란 큼지막한 글씨가 적힌 깃발을 흔들면서 송 후보를 응원했다. 뿐만 아니라 "기호 1번 송영길, 당대표는 송영길, 지도자는 송영길"이라는 자체 구호를 만들어 한 세력을 형성했다. '울산송사랑'이란 깃발을 든 지지자들도 있었다.
대구 수성구 파동에 거주하는 김모(남성·50대)씨는 "정청래(후보가) 의리라고 하는데 송영길(후보)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역구 주고, 교도소도 갔다왔다. 송영길이 진짜 의리 아닌가"라며 "그런 송영길이 돼야 당도 정부도 잘 되고 이 대통령도 잘 될거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오후 3시40분에 호텔 앞에 송 후보가 도착하자 극에 달했다. 송 후보도 지지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화답했다. 송 후보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박선원·김영호 최고위원 후보들의 선거 운동도 송 후보 측과 함께 진행됐다.
정청래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잼잼 길벗들'과 '노사모' 깃발을 내걸고 존재감을 과시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당원이 주인이다'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민주당을 민주당 답게' 라는 글씨를 새로로 새긴 깃발 3개까지 동원해 정 후보를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노란 바람개비를 든 노사모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정 후보와 함께 응원을 받은 최고위원 후보는 이성윤·한민수·최민희 후보였다. 이들은 오후 3시43분께 정 후보가 호텔 앞에 도착하자 가장 큰 무리를 만들어 목이 터져라 '팀정청래'를 응원하기도 했다. 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왔다는 오모(여성·60대)씨는 "정청래(후보)가 (대표할 때) 검찰도 없애고 잘 했지 않나. 1년 만에 그런 성과를 낸 사람이 어디있나"라고 극찬했다.
이어 오모 씨는 "그리고 우리가 신천지냐.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니냐. 본인이 이기겠다고 우리를 신천지로 만드는 사람이 어케 우리 대표가 되나"라며 "지방선거도 솔직히 우리가 이긴거 아니냐. 서울 하나 졌다고 그렇게 (폄하를) 하나. 솔직히 그게 정청래(대표만의) 잘못도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9일 대구 북구 인터불고 엑스코호텔에서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송영길·정청래·김민석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 지지자들이 지지후보를 향한 응원을 펼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팀이재명'이라는 티셔츠와 '다시 이기는 민주당 김민석'이라는 글씨가 적힌 야구 유니폼을 입고 도열해 있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 국정 파트너 김민석'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당대표는 김민석, 이재명도 김민석"이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김민석의 부산 동지들'이라는 깃발을 펄럭이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경북 안동 옥동에서 왔다는 권모(남성·60대)씨는 "부채 보면 당정일치라고 적혀있지 않나. 이 대통령이 잘하려면 김민석(후보)이 돼야 된다"며 "과거엔 정청래(후보도) 좋게 봤는데 영 아니더라. 정청래(후보)가 만날 김 총리가 배신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대통령 배신한 게 정청래 아닌가. 정청래가 되면 바로 레임덕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김 후보는 오후 3시49분께 호텔 앞에 도착해 이들 지지자들과 합류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 중에서는 '싫다는데 왜 나오는 거야 왜? 왜 나오는데?'라는 정 후보를 겨냥한 담요를 두른 이들도 있었다.
지지자들의 열띤 응원은 연설회가 열리는 호텔 내 그랜드볼룸에서도 이어졌다. 심지어 친청계인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가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갔을때, 김 후보를 지지자로 보이는 당원의 고성과 야유에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최 후보가 "저는 오늘 불편한 진실 얘기하려 한다"면서 선호투표제 도입 강행 등을 비판하려고 하자 일부 지지자들이 "내려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다. 이에 사회자가 연설을 중단시키고 "우리는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까지 자제를 요청했지만, 지지자들은 고성을 주고 받으며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상황이 진정되자 최 후보는 자신을 옹호해준 것으로 보이는 당원에게 큰절을 올린 뒤 다시 연설을 이어나갔다.
당권주자인 정 후보가 연설 도중 "'이명박' 임기 내 광주 반도체 제품 출시하겠다"는 말실수를 한 것을 송 후보가 꼬집었을 때에도 지지자들 사이에서 소요가 일었다.
송 후보는 자신의 연설 도중 "정 후보가 (바로 전 연설에서) 이명박 정권 임기 안에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완성시키겠다고 말실수를 했다"며 "말실수를 한 줄도 모르고 넘어갔다. 이미 이명박 임기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송 후보는 "(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 후보도 정권 '교체'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실수했다. 말실수를 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것은 말실수가 아니다. 정말 이재명 정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정 후보가 앞서 대표 시절 한 표현이다.
이에 송 후보의 지지자들은 정 후보의 지지자들을 향해 다시 고성을 질렀다. 하지만 정 후보 지지자들은 두 번째였던 정 후보의 연설이 끝난 후 대거 이석했기 때문에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진행된 경선 결과 발표에서 김 후보가 정 후보를 꺾어내자 분위기는 다시 한번 달아올랐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당대표는 김민석"을 연신 외치며 서로 얼싸안거나 박수를 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남아있는 정 후보 측 일부 지지자들은 침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강원 및 대구·경북 순회경선 결과 김 후보는 1만8977표(48.54%), 정 후보는 1만7355표(44.40%), 송 후보는 2760표(7.06%)를 획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