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에 담긴 반도체 기밀…SK하이닉스 前직원 항소심도 실형
입력 2026.08.09 09:56
수정 2026.08.09 09:56
서울고법, 징역 1년 6개월 유지…하이브리드 본딩 자료는 1·2심 모두 무죄
SK하이닉스 ⓒ연합뉴스
이직용 이력서를 쓰겠다며 회사 문서관리시스템에서 반도체 기밀을 빼돌린 SK하이닉스 전 직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벗지 못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1부(이상호 이재신 이혜란 고법판사)는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 측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SK하이닉스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던 2022년, CIS 관련 기술자료를 사내 문서관리시스템에서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CIS는 빛을 전기·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로,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이다.
조사 결과 김씨는 당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보안규정을 어기고 사내 자료를 출력하거나 사진으로 촬영해 빼돌렸고, 일부 내용은 실제 이력서에 옮겨 적어 중국 기업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자료를 대량으로 빼내 이력서 형태로 외부에 넘긴 점을 들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해외 경쟁사가 인재 영입을 명분으로 국내 기업이 오랜 기간 자원을 들여 쌓은 기술을 손쉽게 가져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다만 김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빼돌린 자료 대부분이 회수된 사정은 유리하게 참작했다.
판단이 갈린 대목은 하이브리드 본딩이었다. 인공지능(AI)용 HBM 구현에 쓰이는 이 공정 관련 자료를 유출한 혐의에 대해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기술 및 제품의 범위' 고시가 규정한 첨단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2심도 이 부분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고시상 지정 여부는 반도체 기술유출 재판에서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쟁점이다.
앞서 SK하이닉스 중국법인에서 일하다 2022년 화웨이로 옮긴 중국 국적 전 직원 사건에서도 하이브리드 본딩 강의자료가 국가핵심기술·첨단기술에 해당하는지가 다퉈졌고, 이 사건은 1심 징역 1년 6개월에서 항소심(수원고법) 징역 5년으로 형이 크게 올랐다. 올해 4월에는 중국에 반도체 공정 기술을 넘긴 삼성전자 전직 부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유형의 유출이라도 해당 자료가 국가핵심기술이나 첨단기술로 지정돼 있었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