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덮친 ‘살인 더위’…49도 폭염에 전기도 끊겼다
입력 2026.08.08 07:01
수정 2026.08.08 07:13
튀니지 폭염에 순환정전 장기화…전력난·경제난 겹치며 반정부 시위
엘니뇨·고수온·고기압까지 겹쳤다…유럽 42도·中 다롄 37도 ‘펄펄’
폭염에 발전·물류·관광까지 타격…“기후 넘어 경제·사회 위기로”
지난달 25일 튀니지 수도 튀시스 도심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구촌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는 기온이 50도에 육박한 가운데 전력 공급마저 끊기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유럽에서는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산불과 가뭄을 키우고 중국과 한반도 등 동아시아에서도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튀니지에서는 최근 폭염에 따른 대규모 순환 정전이 이어지면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튀니스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시민들은 밤늦게 거리로 나와 정부를 규탄했다. 폭염과 정전이라는 생활 문제가 장기간 누적된 경제난과 맞물리며 시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다.
튀니지는 지난달부터 살인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일부 지역 기온은 49도까지 치솟았고 에어컨 사용 등이 급증하면서 전력망이 한계에 도달했다. 국영 전력·가스회사(STEG)는 국가 전력망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별 순환 정전에 나섰다. 일부 주민들은 한 번에 6시간 이상 전기가 끊겼다고 호소했다.
에어컨과 냉장고가 멈추면서 폭염은 생존의 문제로 바뀌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 공급까지 차질을 빚었고 관광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숙박업소와 음식점은 자체 발전기를 돌려야 했으며 장시간 정전 지역에서는 예약 취소와 조기 퇴실도 이어졌다.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5.1%를 차지하는 튀니지로서는 폭염이 경제적 손실로 직결되는 셈이다.
유럽 상황도 심각하다. 슬로바키아 돌네 플라흐틴체에서는 기온이 42도까지 치솟았고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도 기존 기록을 넘어서는 고온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는 폭염 적색경보가 내려졌으며 프랑스에서는 고온과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산업과 물류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폴란드에서는 비스와강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화력발전소 가동에 차질이 발생해 발전능력 약 1.3기가와트(GW)가 감소했다. 라인강 등 주요 수로의 수위가 내려가면 선박이 실을 수 있는 화물량도 줄어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폭염과 가뭄이 농업·발전·운송을 동시에 압박하는 셈이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동북부에서는 여름철 비교적 선선한 다롄의 기온이 7일 37도까지 급상승했다. 과거 평균보다 약 10도 높은 수준이다. 중국 북부와 동북부·동부에서는 에어컨 사용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으며 한반도에서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명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0~2019년 전 세계에서 매년 약 48만 9000명이 폭염과 관련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45%가 아시아, 36%가 유럽에서 발생했다. 폭염은 심혈관·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열사병과 각종 사고 위험까지 높이는 대표적인 기상 관련 사망 원인이다.
올해 폭염이 유독 강해진 데에는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여러 자연적 요인이 겹친 영향이 크다. 화석연료 사용 등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평균기온의 출발선 자체가 높아진 가운데 올해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엘니뇨까지 발달했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대기로 더 많은 열을 전달하고 전 세계 대기순환과 강수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여기에 북대서양 등 주요 해역의 높은 수온도 더해지고 있다. 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는 강한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뭄으로 메마른 토양이 지표면을 식히는 효과까지 약해졌다. 장기적인 지구온난화 위에 엘니뇨와 높은 해수면 온도, 고기압 정체와 가뭄이라는 단기 요인이 겹치면서 폭염의 강도가 더욱 커진 셈이다.
ⓒ자료 : 외신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