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 美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입력 2026.08.09 07:07
수정 2026.08.09 07:07
中AI 기업, 美에 보란 듯이 차세대 AI 모델 잇달아 선보여
문샷AI·딥시크·알리바바 모델, 서로 다른 특장점 내세워
中AI, ‘가성비 좋은’ 대안서 美 최고성능 모델과 지능경쟁
美, 자국 기업에 중국산 모델 사용 금지 제재방안 검토 중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15일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방문한 뒤 떠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시 주석은 9월24일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내가 베이징에 있었을 때 AI에 대해 얘기했고, (다음 회담에서) 다시 AI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미국에 보란 듯이 지난 한 달 사이 차세대 AI 모델을 잇달아 공개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문샷(Moonshot·月之暗面)AI의 '키미(Kimi) K3'를 필두로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의 'V4-플래시', 알리바바(阿里巴巴·Alibaba)의 '큐원(Qwen·通義千問) 3.8-맥스(Max)'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서로 다른 특장점을 내세운 AI 모델을 선보여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AI 성능 분석업체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딥시크가 지난달 31일 공식 출시한 ‘V4-플래시(Flash)’ 최신 버전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모델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와 비교해 운용비용이 10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확인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3일 보도했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V4-플래시는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14달러(약 200원), 출력 토큰 100만 개당 0.28달러의 비용을 부과한다. 토큰은 AI 모델이 처리하는 데이터의 기본 단위다. 테스트 1회당 평균 비용은 3센트로 추산된다. 중국 내 경쟁사인 문샷AI가 개발한 키미 K3의 86센트는 말할 것도 없고 오픈AI의 GPT-5.6 솔 1.86달러, 클로드 페이블 5의 3.15달러 등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모델마다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처리하는 데이터와 생성하는 출력량이 달라지는 까닭에 단순 가격보다 테스트당 평균 비용이 실질적인 경제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설명했다. 이런 만큼 표면적으로 비용이 낮게 제시되더라도 답변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모델보다 훨씬 많은 추론·출력 토큰을 사용하는 등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면 실제 투입 비용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행사장의 '문샷AI'의 '키미 K3' 홍보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V4-플래시는 이처럼 비용이 매우 저렴하지만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종합 성능지표인 지능지수에서 50점을 받았다. 이 평가 점수는 코딩과 추론, 업무 수행 등 9개 벤치마크를 종합해 산출한 것이다. 구글의 제미나이 3.6 플래시와 같은 수준이다. 이는 메타의 ‘뮤즈 스파크 1.1’과 즈푸(智譜·Z.ai)AI의 ‘GLM-5.2’보다 각각 1점 낮다. 키미 K3는 57점을 받았다. 반면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5와 클로드 페이블 5, 오픈AI의 GPT-5.6은 딥시크 V4-플래시보다 9점 이상 높았다.
딥시크는 올해 초 공개한 추론 모델 R1으로 글로벌 AI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R1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 빅테크(기술대기업)의 대규모 AI 투자 효율성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고,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를 부채질하기도 했다. 현재 딥시크는 V4-플래시보다 성능을 높인 ‘V4-프로’(V4-Pro)도 개발 중이지만 공식 출시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알리바바도 자체 개발한 AI 중 최고 성능의 모델이라고 내세우는 ‘큐원 3.8-맥스’를 4일 공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큐원 3.8-맥스는 연산 능력의 근거가 되는 매개변수가 2조 4000억 개다. 지난달 출시된 인기 AI 제품인 문샷AI의 ‘키미 K3’(2조 8000억 개)와 비교해 모델 규모 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매개변수(Parameter)는 수치가 성능과 무조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AI 시스템의 연산 능력과 데이터 규모를 가늠하는 양적 척도로 흔히 거론된다. 오픈AI의 'GTP-4', 구글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등은 매개변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약 2억 개 규모로 추정한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알리바바 그룹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AFP/연합뉴스
알리바바는 이 모델이 요청마다 전체 모델을 가동하는 대신 특화된 부분들로 작업을 분산하는 ‘전문가 혼합’ 설계를 채택해 한 번에 950억 개의 매개변수만 사용하는 만큼 비용과 응답 지연이 줄어든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텍스트·이미지·영상까지 아우르며 한 번에 최대 100만 개의 토큰을 처리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16일 만에 완료했다”고 전했다.
100만 개 토큰이면 두꺼운 전화번호부 한 권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화번호부 한 권을 한 번에 입력해도 AI가 인식해서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알리바바는 “큐원 3.8-맥스가 AI 시스템 평가 플랫폼인 아레나에서 텍스트 모델 중국 1위, 이미지 등 시각 자료 분석 모델 세계 2위에 올라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에만 뒤처졌다”고 밝혔다.
문자처리 능력에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과 클로드 오퍼스에만 뒤쳐졌고, 이미지 분석 능력에서는 클로드 페이블에만 뒤졌고 클로드 오퍼스보다 앞섰다. 단, 이 순위는 알리바바 자체 발표로 아레나나 아티피셜애널리시스 등 독립 벤치마크 기관의 공식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AI 스타트업 문샷AI은 앞서 지난달 17일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최첨단 모델에 근접한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를 공개했다. 오픈웨이트는 AI가 학습한 결과물인 가중치를 외부에 공개해 개발자가 내려받아 수정하거나 자체 서버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문샷AI는 “전체적인 성능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와 오픈AI의 ‘GPT-5.6’을 제외한 경쟁 모델보다 뛰어나다”고 밝혔다.
키미 K3는 특히 AI 모델의 복잡성과 규모를 보여주는 매개변수가 2조 8000억 개에 달한다. 코딩과 웹 개발, 여러 단계를 스스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작업에서 높은 성능을 보였다. 지난달 17일 오후 기준 키미 K3는 AI 모델 평가 플랫폼 아레나의 웹 개발 부문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 자료: 외신종합
평가 방식에 따라 세부 순위에는 차이가 있었다. 독립 평가업체 발스AI의 벤치마크에서는 키미 K3가 앤트로픽의 페이블 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오픈AI의 GPT-5.6 솔을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비해 전체적인 성능에서는 페이블 5와 GPT-5.6이 키미 K3보다 앞선다는 것이 문샷AI의 자체 설명이다.
아레나를 공동 설립한 이온 스토이카 UC버클리 컴퓨터공학 교수는 코딩 분야의 초기 평가 결과를 토대로 키미 K3가 앤트로픽 페이블과 오픈AI의 고급 모델 GPT-5.6 솔과 ‘비슷한 범위’에 있다며 “과거에는 중국 오픈소스 모델이 최첨단 모델보다 6~9개월 뒤처져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2~3개월 정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좋은 성적은 중국 AI 업계 내부의 예상까지 뒤집은 결과다. 올해 초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 주요 AI 기업 경영진들은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상당하며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앤트로픽의 한 임원도 최근까지 자사의 기술이 중국 경쟁사보다 6~12개월 앞서 있다고 판단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기업인 박스(Box)의 애런 레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에서 모두가 키미 K3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오픈 모델로서는 상당히 큰 돌파구”라고 말했다. 오픈 모델은 일반적으로 폐쇄형 모델보다 저렴하고 맞춤형으로 활용하기 쉽지만 성능은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키미 K3가 이 같은 통념을 깨뜨렸다는 것이다.
중국 AI 모델은 그동안 미 최첨단 AI 모델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싸다는 효율성을 앞세웠다. 그러나 ‘키미 K3’는 이런 구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2조 8000억 개 매개변수를 갖춘 이 모델은 앤트로픽의 페이블 5와 오픈AI의 GPT-5.6 Sol(솔)을 성능 지표에서 턱밑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 자료: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중국 AI가 더 이상 ‘가성비 좋은’ 대안에 머물지 않고 미국과 프런티어 모델의 지능 자체를 두고 경쟁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리 유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중국 대형 언어모델(LLM)이 모델 규모와 성능, 가격 면에서 미 선두 기업들을 전방위적으로 따라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중국 LLM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AI가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2~3개월까지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 중심의 AI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의 중국산 AI 모델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키미 K3’가 급부상하면서 자국 기업을 겨냥해 중국산 모델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검토하는 제재 방안으론 조달 규정을 통해 기업의 중국 모델 사용을 제한하거나, 중국 모델을 사용하는 미국 기업을 공개 압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간 중국의 AI 개발역량을 제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및 제조장비 수출을 막아왔지만, 중국 AI 모델의 민간 사용 자체를 전면 금지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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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국제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