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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오디세이' 사이 빛난 日 다큐 '어떻게 해야 했을까'…관객 마음 움직인 이유 [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8.09 14:01
수정 2026.08.09 14:01

일본서 61개관 출발해 78개관 확대

실제 가족의 20년 기록·정답 없는 질문이 입소문으로

"OTT 공개 NO" 감독의 선택, 관객 경험으로 이어져

일본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대형 상업영화 틈에서 이례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장악한 가운데, 개봉 6일 만에 3만 관객을 돌파했고 개봉 첫 주말 평균 좌석판매율 50.9%를 기록했다. 전국 61개관에서 출발한 영화는 입소문을 타며 현재 78개관까지 상영관을 확대했다.


통상 여름 성수기에는 대형 상업영화에 스크린이 집중되는 만큼, 독립예술영화의 상영관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지난해 일본에서도 4개관으로 출발해 100여 개관까지 상영관을 확대하며 약 1년 동안 1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엣나인필름

흥행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실제 가족의 기록'이라는 진정성이 꼽힌다. 영화는 조현병 증상을 보인 누나를 의사였던 부모가 병원 대신 집 안에 가둔 채 20여 년을 보낸 가족사를 남동생 후지노 도모키 감독이 직접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단순히 정신질환을 관찰하거나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작품이 아니라 감독 자신의 가장 사적인 상처를 세상에 꺼내놓은 기록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안겼다는 평가다.


애초 후지노 감독은 이 기록을 영화로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가족과 같은 일이 또 다른 가정에서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했다. 조현병이라는 질환 자체보다 질환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가족의 고립, 돌봄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화는 특정 인물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볼 질문을 던지는 데 집중한다.


특히 영화는 부모를 비난하거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목처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끝까지 남겨둔다. 부모의 선택은 옳았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관객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구조가 입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현병이라는 소재보다 가족의 돌봄과 침묵, 죄책감, 무력감 등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감정을 담담하게 따라가며 보다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로 확장됐다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관객층도 기존 예상을 뛰어넘었다. 주희 엣나인필름 총괄 기획홍보 이사는 "다큐멘터리와 예술영화를 즐겨 보는 관객이 중심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가족 단위 관객과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 정신건강 분야 종사자뿐 아니라 20대 여성 관객도 많이 찾고 있다"며 "한 가족의 이야기가 각자의 경험과 맞닿으면서 공감이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병이라는 질환 자체보다 영화 속 가족의 관계와 감정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는 관객이 많다"고 전했다.


OTT에서 서비스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선택도 눈길을 끈다. 후지노 감독은 애초 상업영화를 목표로 제작한 작품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가족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개를 결정했다. OTT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 역시 같은 맥락이다. 주희 총괄 기획홍보 이사는 "감독은 OTT에서는 작품이 너무 가볍게 소비될 수 있다고 봤다"며 "능동적으로 극장을 찾아 티켓을 끊고 영화를 볼 관객에게만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일본에서도 OTT 서비스를 하지 않았고 국내도 같은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배급 전략은 작품을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영화'로 인식하게 하며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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