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아둔 앱만 10개…전기차, 충전 때마다 회원 가입 ‘스트레스’
입력 2026.08.08 07:00
수정 2026.08.08 07:00
전기차 충전 앱, 업체마다 제각각
충전하려면 매번 다운 후 회원가입
‘이음카드’ 통하면 앱 없이 충전하지만
카드 인식 오류에 요금 차이도 커
전기차 충전기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집이 아닌 장소에서는 매번 앱을 새로 깐다. 집에서는 환경부 앱을 기본으로 하고, 밖에서는 충전기마다 앱이 다르니까 새로 깔아야 된다. 전기차를 산 지 석 달 됐는데, 휴대폰에 깔린 충전 앱만 8개다.”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110만 대에 육박한다. 전국에 깔린 전기차 충전기도 54만 대에 달한다. 문제는 충전기 운영 업체가 제각각이고, 충전을 위해 휴대전화에 설치해야 애플리케이션도 모두 달라 이용자 불편이 크다는 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하반기 고성능 전기차 집중 보급과 저렴한 충전 환경 조성으로 전기차 주류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신차 대비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고, 공공부문과 영업용 차량은 100% 전기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전기차 충전 문제 요금 체계를 세분화하고 비용 부담 완화, 충전시설 전담 기구 지정 등을 약속했다.
정부는 그동안 전기차 보급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애써왔다. 덕분에 6월 말 현재 전국에 53만5000여 대의 충전기가 깔려 있다. 일부 오지나 도서 지역을 제외하면 충전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드물게 됐다.
전국에 충전기가 보급됐지만 충전 과정의 불편은 여전하다. 전기차 사용자들은 휴게소, 대형 마트, 주차장, 아파트 등 충전할 때마다 충전기에 맞는 별도 앱을 설치해야 한다. 등록된 전기 충전기 업체만 132곳에 달한다.
특히 회원 요금과 비회원 요금이 차이가 크다.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회원가입을 유도해 ‘충성 고객’을 만들겠다는 업체 계산이 깔린 탓이다. 고객은 저렴한 가격으로 충전하기 위해 앱마다 회원가입과 카드 등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전기차 이용자 대부분이 여러 개의 충전 앱을 사용 중이다. 자주 이용하지 않는 충전기는 앱을 한 번 썼다가 지우기도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충전 ‘로밍’ 제도를 운용 중이다. 충전기 사업자 간 협약을 통해 기후부에서 발급하는 ‘이음카드’를 쓰면 112개 업체의 충전기를 앱 설치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해당 업체에 회원 가업을 하는 경우 이음카드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싸게 충전할 수 있다. 이음카드와 비교해 가격 차가 크면 소비자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앱을 내려받고, 회원가입을 하게 된다.
이음카드 인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편을 겪는 일도 많다.
전기차 운전자 박희찬(48) 씨는 “환경부(기후부) 카드를 써도 통신 연결이 안 된다거나, QR 오류가 자주 뜬다”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앱을 새로 깔아 회원가입을 하고, 카드까지 등록해서 충전한다”고 말했다.
기후부도 충전 앱 관련 불편은 인지하고 있다. 단일 플랫폼 필요성도 공감한다. 다만 다수의 민간 사업자가 참가하는 시장 환경으로 인해 하나의 플랫폼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게 기후부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충전 사업자마다 별도 회원가입과 결제 앱이 필요해 불편하다는 문제 제기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요금 책정이나 서비스 운영은 사업자 자율적 경영에 해당해 정부가 특정 플랫폼 사용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다만 이음카드 사용이 잘 안되거나 오류가 나는 부분은 업체나 협회 쪽에서 챙기도록 하겠다”면서 “(회원 가입 시) 요금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편의성이나 사용 패턴 등에 따라 선택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