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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페널티'가 만든 역쇼윈도 부부…결혼식 올려도 혼인신고 미룬다 [Now 2.30]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8.08 07:00
수정 2026.08.08 07:00

디딤돌·보금자리론 미혼 소득기준은 각 7000만원…부부합산 기준은 8500만원

1년 이상 신고를 미룬 부부 비율 2014년 10.9%→지난해 19.6%로 상승

신혼부부 특별공급 7년 기한도 혼인신고일부터 시작돼 미룰 유인 커져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남들 앞에서만 부부인 척하는 이들을 일컫는 '쇼윈도 부부'. 최근에는 결혼을 했음에도 부부가 아닌 척하는 '역쇼윈도 부부'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와 B씨도 이러한 사례다.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신혼집에서 함께 살고 있으며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두 사람을 부부로 안다. 하지만 이 결혼을 모르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정부다. 두 사람은 정부를 상대로 '비밀 결혼' 중이다.


집을 고른 것도 계약금을 모은 것도 둘이었지만 매매계약서에 적힌 이름은 하나뿐이다. 집값의 절반 가까이 보탠 B씨의 이름은 등기부등본 어디에도 없다. 은행에 낸 대출 서류에서 B씨의 신분은 배우자가 아니라 무상거주인이었다.


부부인 이들은 왜 정부 앞에서 굳이 '남'이기를 자처할까. 결혼을 증명하지 않아야 집을 사기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7000 더하기 7000은 8500


7000 더하기 7000은 8500. 계산이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현행 제도가 그렇다. 내 집 마련 디딤돌대출의 생애최초 소득요건은 부부합산 연 7000만원 이하이고 보금자리론이 미혼 단독세대주에게 적용하는 기준도 7000만원 이하다. 각자 이 선 아래면 둘 다 대상이다.


그런데 혼인신고서를 내는 순간 기준이 달라진다. 두 사람 연봉이 각각 7000만원이라 가정할 때 소득은 합산 1억4000만원이 되는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혼 가구 기준은 8500만원이 된다. 소득은 1원도 늘지 않았는데 서류 한 장이 자격을 지운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이 때문에 앞서 말한 ‘역쇼윈도 부부’ 선택은 이미 흔하다.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루는 비중은 2014년 10.9%에서 지난해 19.6%로 가파르게 올랐다. 다섯 쌍 중 한 쌍꼴이다.


A씨는 주변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고 했다. 혼인신고를 안 하느냐고 묻던 사람들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요즘은 안 하는 추세라고, 하면 손해라고 스스로 말을 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다들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온라인에서도 관련 고민의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생애최초 자격을 지키려고 혼인신고를 미룬 채 한 사람 명의로 집을 사려는데 자금을 합치면 증여세 문제가 생기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댓글로는 공감을 표하며 본인들도 차용증을 썼다거나 쓸 예정이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결혼을 앞둔 C씨와 D씨도 혼인신고를 당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들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혼인신고 후 7년이라는 기한이 있어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고하면 청약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최근 분양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는 몇 년이라도 시간을 확보해 종잣돈을 모으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상 혜택보다 청약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혼인신고를 늦추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미루면 시계는 멈춰 있다. 예비신혼부부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면 특별공급에 신청할 수 있다. 청약 기회는 열어둔 채 7년을 아껴두는 셈이다. 미룰 이유가 제도 안에 설계돼 있는 구조다.


임대는 2배, 구입은 1.21배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말 디딤돌·버팀목대출의 부부합산 소득기준을 개인의 2배 수준으로 올리거나, 소득이 낮은 배우자 소득의 30~50%를 공제하거나, 기준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수준의 200%(약 1억3000만원)으로 조정하라고 국토교통부에 권고했다. 7개월이 지났지만 구입자금 기준은 그대로다.


정부가 손을 대기는 했다. 지난 6월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결혼 친화형 제도개편 방안'에서 행복주택 맞벌이 소득기준은 763만원에서 1인 가구 458만원의 2배 수준인 939만원으로, 통합공공임대 일반공급은 798만원에서 924만원으로 올랐다. 혼인으로 소득·자산 기준을 초과해도 1회에 한해 재계약이 허용된다. 혼인 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에 붙던 가산금리도 절반으로 낮아졌다.


ⓒ 게티이미지

임대에서는 2배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구입자금인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의 신혼가구 기준 8500만원은 손대지 않았다. 미혼 단독세대주에게 붙는 주택가격·면적 제한도 그대로다. 청약에서 배우자의 혼인 전 당첨 이력을 배제하고 부부 중복 청약을 허용한 흐름과도 어긋난다. 집을 고를 문은 넓혔는데 그 집을 살 돈을 빌리는 문만 그대로 둔 셈이다.


이 문제는 최근 정부 최고위 논의로 올라왔다. 최근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결혼으로 불이익 받는 제도를 전수조사해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나흘 뒤 한성숙 국무총리는 전수조사로 찾아낸 사례가 12건이며 게시판에도 20건 넘게 올라와 있어 부처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임대 위주 대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27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싼 집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주거"라며 "정부의 정책 목표가 안정적인 임대주택 제공인지 임대에서 자가 마련까지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 구축인지 묻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루기가 공짜인 것도 아니다.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은 법률상 배우자에게만 적용돼 혼인신고 전에 집값을 보태면 증여로 잡힐 수 있다. A씨와 B씨가 차용증을 쓴 것도 그래서다.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민법상 혼인은 신고로 효력이 생기지만 신고 기한도 처벌 규정도 없다. 다만 A씨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제도를 이용하는 것 같아 양심에 걸렸어요. 그런데 결혼 페널티가 너무 커서 우회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생활비가 2배로 늘지는 않는다는 것이 부부 기준을 개인의 2배로 두지 않는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집값은 2배로 나눠 내지 않는다. 한 채를 사야 하고 그 한 채의 값은 각자 벌던 시절보다 싸지지 않았다.


정부가 여러 고민을 하고 있지만 A씨와 B씨의 혼인신고서는 아직 비어 있다. 정부가 두 사람을 부부로 만나게 되는 날은 혼인신고를 미뤄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날일 것이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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