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만 수차례…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 '차일피일'
입력 2026.08.07 07:06
수정 2026.08.07 07:06
이억원·이찬진 잇단 공언에도 '불투명'
3연임 제한 핵심…최종안 막판 고심
전문가 "정치권 입김만 키울 수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1차 숏리스트 선정 전인 7월 3일 이전에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점까지 언급했지만, 제시한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수차례 예고한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발표를 또다시 미루면서 정책 신뢰도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제한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한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둘러싼 주주권·경영 자율성 침해 논란이 커지면서 당국도 최종안 확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말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8대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잠정 취소했다.
금융당국은 개선안을 대통령실과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뒤 관계기관과 막판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8월 들어서도 구체적인 발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개선안 발표가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국은 당초 올해 3월 주주총회 이전에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발표를 미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1차 숏리스트를 선정하는 7월 3일 이전에는 발표될 것"이라며 "스케줄에 차질이 없도록 입법과 모범규정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달 하반기 업무계획을 통해 7월 중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재차 예고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금융권에서는 발표가 거듭 연기되는 배경에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제한을 둘러싼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장기 재임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과 별개로 상장 금융회사 CEO의 임기를 정부가 법률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놓고 이견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에서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서 돌아가며 계속 해 먹는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방지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금융지주 회장에게 한 차례 연임만 허용하는 내용이다.
회장 임기가 통상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초임과 한 차례 연임을 합쳐 최장 6년까지만 재임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과 CEO의 임기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견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산업은 정보 비대칭성이 큰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상품이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 범위를 넘어 지배구조 자체에 개입하는 것은 경영행위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기 재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주주총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능으로 해결해야지, 연임 가능성을 사전에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런 식으로 지배구조까지 정부가 통제하려면 금융회사를 상장시키지 말고 공기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며 "주식회사로 운영하면서 CEO 임기까지 법으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임 횟수를 제한하면 다음 금융지주 회장을 뽑을 때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이 금융지주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