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주권' 외쳤지만 연설 전 투표 종료?…민주당 전대 '룰의 역설'
입력 2026.08.08 07:00
수정 2026.08.08 07:00
합동연설 앞두고 권리당원 투표 먼저 종료
전준위, 투표기간 늘려 참여 기회 확대
추가투표 요구엔 절차적 공정성 논란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민석, 정청래, 송영길 당대표 후보, 최민희, 김용, 김영호, 서미화, 한민수, 이성윤, 박선원, 임미애 최고위원 후보가 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들어올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주권'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대1로 맞췄지만, 정작 권리당원 투표는 후보들의 권역별 합동연설회보다 먼저 종료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당원의 '표값'은 높였지만 후보들의 지역 공약과 정견을 확인한 뒤 선택할 기회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재 방식 역시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과거 사례와 투표율 등을 검토한 끝에 확정한 룰이다. 이미 경선이 진행 중인 만큼 미투표자에게 추가 투표 기회를 부여할 경우 오히려 후보별 유불리에 따라 경기 도중 규칙을 바꾼다는 공정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어 민주당의 '당원주권' 논쟁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7일 민주당에 따르면, 오는 8일 제주·인천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해당 권역 권리당원 ARS(자동응답) 투표가 이날 마감된다. 강원·대구·경북 역시 9일 합동연설회를 열지만 권리당원 투표는 하루 전인 8일 끝난다.
앞선 경선도 마찬가지였다. 충청권은 지난달 31일 투표를 마치고 이달 1일 합동연설회를 열었으며 부산·울산·경남은 1일 투표 종료 후 2일 후보들의 연설을 들었다. 전남·광주와 전북도 14일 투표가 끝난 뒤 15일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경기·서울 역시 15일 투표를 마감한 뒤 16일 연설회가 예정돼 있다.
이번 전대의 모든 권역에서 사실상 '투표→합동연설→결과 발표' 순서가 반복되는 셈이다. 권역별 순회경선이 시·도당위원장 선출과 당대표·최고위원 경선을 한 행사에서 함께 진행되는 구조인 만큼 해당 지역의 결과를 연설회 당일 개표·발표하기 위해서는 투표를 사전에 마쳐야 하는 운영상 이유도 있다.
반대로 후보들의 연설 이후까지 투표를 열어둘 경우 해당 권역에서 곧바로 결과를 발표하는 현재의 순회경선 방식 자체를 손봐야 한다.
민주당도 전대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를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준위에 참여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합동연설회를 듣고 투표한다고 해서 투표율이 더 높아졌던 전례가 없었다"며 "과거에는 합동연설회 이후 투표할 때 투표 기간이 3일이었는데, 이번에는 투표 기간을 하루 더 늘려 4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합동연설 이후 투표 기회를 주는 대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기간 자체를 확대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 의원은 "그런 부분을 전준위에서 다 검토하고 논의해서 확정한 것"이라며 "선거가 시작된 상황에서 선거 룰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인1표 도입으로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당원주권을 단순히 표의 가치뿐 아니라 '무엇을 보고 표를 행사하느냐'는 측면까지 넓혀 봐야 한다는 문제는 남는다. 지역 당원에게 후보들의 정견과 지역 현안에 대한 구상을 직접 전달하는 합동연설회가 정작 해당 지역 투표가 끝난 뒤 열리면서 그 기능이 반감될 수 있어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옛날부터 이상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라며 "투표를 다 해놓고 대회장에서 이야기하는 셈이라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미리 이야기해 바꿨어야 한다. 지금 진행하는 와중에는 어쩔 수 없고 다음부터 바꾸든지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일부 최고위원 후보들이 미투표 권리당원에게 추가 투표 기회를 제공하자고 요구하면서 논쟁은 더욱 복잡해졌다. 현행 일정의 적절성을 지적하는 것과 이미 일부 권역의 투표가 종료된 상황에서 추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반론이 나온다.
윤 실장은 추가투표 요구에 대해 "게임을 하는 도중 전반전이 끝났는데 후반전 룰을 바꾸자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앞에 이미 지나간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의원 역시 "주장은 해볼 수 있지만 이미 선거가 개시됐는데 도중에 선거 룰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