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기아 자율주행 특허, 美 등록…韓선 진보성 공방
입력 2026.08.06 12:32
수정 2026.08.06 13:05
실내카메라·음주감지로 운전자 상태 확인…부주의 누적 시 자율주행 유지
수동운전 시간만큼 요금 할인…심사에 인용된 특허 3건 중 2건은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의 자율주행 로보택시.ⓒ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공유 자율주행차 운전자의 부주의 행동이 반복되면 자율주행 모드를 유지하고 요금까지 산정하는 기술로 미국 특허를 등록받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같은 발명은 2020년 한국에 먼저 출원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특허청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차량은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거나 자율주행·원격 운전을 선택할 수 있는 공유 차량으로, 로보택시에도 활용 가능한 구조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지난달 21일 현대차·기아가 공동 출원한 '공유 차량 및 그 제어 방법'(등록번호 US 12,688,519) 특허를 등록했다. 발명자는 박성준·지창열 연구원이다.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이 차량은 실내 카메라와 스티어링휠 파지 감지 센서(핸즈오프 검출부), 음주 감지 센서(음주 검출부)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명세서는 부주의 행동의 예로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오래 떼거나 자주 떼는 경우,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를 조작하는 경우, 졸음운전이 감지되는 경우를 든다.
운전자가 졸음이나 휴대전화 조작 등 부주의 행동을 보이면 차량은 먼저 경고를 보낸 뒤 자율주행으로 전환한다. 이후 운전자에게 다시 직접 운전할지 선택권을 주지만 부주의가 반복돼 기준치를 넘으면 자율주행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명세서에는 상황에 따라 텔레매틱스 센터 서버에 원격 운전을 요청하는 방안도 담겼다.
요금 체계도 이 구조와 같은 특허 청구항에 포함됐다. 청구항 1항은 부주의 감지에 따른 모드 전환과 요금 계산을 하나의 발명으로 묶었는데, 이 요금은 전방 차량의 서행 여부를 카메라로 판독해 산출한 교통 혼잡 시간과 수동·자율 운전 각각의 운행 시간을 반영해 정해진다. 명세서에는 운전석 탑승자가 '합승'을 허용하면 추가 탑승자 수만큼 요금 할인이 쌓이고, 운전석 탑승자가 하차하면 다음 탑승자에게 운전석과 합승 권한이 자동으로 넘어가는 구조도 담았다.
이 발명은 2020년 12월 한국에 먼저 출원됐다가 이듬해 미국과 중국(CN114694317)에도 출원됐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는 지난달 특허 등록이 완료됐다. 반면 한국 출원(10-2020-0185007)은 8월 현재까지도 법적상태가 '공개'(심사 계류 중)에 머물러 있다.
모셔널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와 함께 아이오닉5를 이용해 시범 서비즈 중인 로보택시.ⓒ현대자동차그룹
한국 특허청은 지난해 11월 이 출원에 대해 진보성 부족(특허법 제29조 제2항)을 이유로 거절이유를 통지했다. 진보성은 기존 기술을 결합해 쉽게 도출할 수 있는 발명이라면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요건이다. 다만 거절이유의 초점은 부주의 감지·자율전환 기능이 아니라 요금 계산 방식이었다.
심사관은 국내 공개특허 3건(10-2018-0089202, 10-2019-0100092, 10-2019-0052407)을 결합하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3건의 출원인을 확인한 결과 2건은 LG전자, 1건은 현대차·기아 자사의 2017년 출원(등록번호 10-2598946)이었다. 즉 심사 과정에서 인용된 선행기술은 경쟁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LG전자 특허 2건과 현대차·기아의 과거 특허 1건이었다.
LG전자의 두 특허는 각각 지도 위에 합승 일정을 표시하는 이동 단말기와 탑승객 인증 결과에 따라 주행 제어 수준을 결정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현대차·기아 자사 특허는 충전·자율주행·편의사양 등 차량 설정값에 따라 공유 서비스 비용을 산출하는 장치였다.
이에 현대차·기아 측은 지난 3월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반박했다. LG전자의 합승 일정 표시 특허는 차량을 부를 때 이미 정해진 고정 요금제일 뿐이지만, 이번 특허는 자동 운전을 기본으로 정해놓고도 실제로 사람이 직접 운전한 시간만큼을 계산해 요금에서 빼주는 방식이라 다르다는 논리다. 함께 제출한 보정서에서는 청구항 1항에 이 계산식을 아예 명문화해 청구범위를 좁혔다. 아직 특허청의 재심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은 지난 3월 우버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5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안전요원이 운전석에 탑승하며 연말까지 완전 무인 운행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같은 달 엔비디아와 레벨4 로보택시를 포함해 레벨2부터 레벨4까지 아우르는 자율주행 기술 협력을 확대했고, 5월에는 기아 첫 목적기반차(PBV) PV5를 로보택시용으로 개발하는 작업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홍승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연구위원은 “이번 특허는 자율주행을 편의기술이 아닌 사고 예방을 위한 능동형 안전기술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상용화를 위해서는 운전자 모니터링의 신뢰성과 사고 책임 등 기술적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하며, 초기에는 자율주행 실증도시 등 제한된 환경에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