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임차인 어디로 가죠”…씨 마른 서울 전월세에 주거 불안 확산
입력 2026.08.06 14:23
수정 2026.08.06 14:24
“실거주 강화로 전월세 매물 급감…매매가격 상승 부작용”
“임차인 외곽·노후주택으로 밀려…사회문제 발전 가능성”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민 대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예전에는 전체 거래 중 70~80%가 전월세 거래였고 10~20%가 매매였는데 지금은 반대입니다. 전월세는 10~20%밖에 안 되고 매매가 대부분입니다.”(강서구 공인중개사 김용혁씨)
서울시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는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이 다수 제기됐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실거주 강화 정책으로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또 전월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시가 6일 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는 서울 각지에서 근무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시장에 나와 있는 전월세 매물이 부족하다고 입 모았다.
공인중개사 김용혁씨는 “정부가 다주택자를 죄악시하고 1주택자에게 실거주를 강요하니 기존에 거주하던 세입자는 새 물건을 찾아야 한다”며 “시장에 있는 전월세 물건이 없으니 결국은 매매로 내몰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집을 보여주고 10~15일 후에는 그 물건이 다 팔려 없다”며 “손님이 집을 보고 바로 결정하지 못하면 집을 못 살 정도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준씨는 “기존에 주택을 임대해줬던 소유주들이 실거주하니 과거 50~80개였던 각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10개 이하로 급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차인은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 탓에 외곽으로 밀려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임차인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동구 천호동에서 근무하는 공인중개사 노향남씨는 “현재 서울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아파트는 무조건 실거주 해야 해 임대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며 “대출 규제로 임차인이 대출을 받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돈 없는 임차인은 노후화 된 주택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월세 계약을 체결한 시민이 참석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올해 6월부터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는 사회초년생 김민정씨는 “여러 지역 부동산을 방문했지만 매물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주택 가격이나 상태를 비교하면서 집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동시에 “새재개편으로 임대인이 실거주하면 임차인은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많다”며 “청년들이 집 걱정 없이 서울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 등으로 실거주 중심 주택 정책을 강화하면서 전월세 문제가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겸 서울총괄건축가는 “서울 등 대도시권은 일자리가 많아 임대 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다”며 “전월세 가격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그 도시는 굉장히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은 임대 수요를 내쫓고 자산 여력이 있는 계층만 부동산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며 “주택시장 만의 문제가 아닌 큰 사회적 문제로 촉발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