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MBK·영풍, 美사업 명칭 두고 격돌…"무단사용"vs"탄압"
입력 2026.08.05 14:09
수정 2026.08.05 14:14
고려아연, 도메인·리셉션 명칭 사용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
영풍·MBK "등록상표 아냐…최대주주 권리행사를 탄압"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미국 통합제련소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고려아연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미국 통합제련소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고려아연이 명칭 무단 사용을 이유로 형사고발에 나서자, 영풍·MBK는 주주권 탄압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의 명칭과 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MBK·영풍 측을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고 5일 밝혔다.
고발 대상은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위해 설립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 윤종하 MBK 부회장, 영풍 창업주 일가인 장형진 고문의 차남 장세환 영풍문고홀딩스 대표이사 등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MBK·영풍 측은 지난 6월27일 프로젝트 크루서블 명칭과 사업 지역인 테네시주 이름을 결합한 도메인을 등록자 정보 비공개 방식으로 등록했다. 7월 초에는 테네시 주정부 관계자와 지역 인사, 언론인 등에게 프로젝트 크루서블 명칭을 주최 측 성명보다 크게 적은 초대장을 배포했다는 게 고려아연 설명이다.
이어 7월9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허미티지 호텔에서 리셉션을 열어 윤종하 MBK 부회장이 MBK 투자 포트폴리오를 소개하고 장세환 대표이사가 영풍 석포제련소 기술이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행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리셉션과 도메인 운영이 마치 프로젝트 주체인 고려아연에 의해 이뤄지는 것처럼 오인하게 해 인허가·투자 유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영풍은 고려아연이 프로젝트 크루서블 추진을 발표한 다음날 바로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프로젝트 추진을 원천적으로 막으려 했다"며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가치와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온 MBK·영풍이 이제 와서 마치 사업 주체가 자신들인 양 홍보하는 건 양국 정부와 투자자, 주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영풍·MBK파트너스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정면 반박했다. 이들은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독점적인 권리를 보유한 등록 상표가 아니"라며 "프로젝트의 명칭과 사업 내용은 고려아연 스스로 대외적으로 공개해온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대주주로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과 미국 현지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행사 주최자를 명확히 밝힌 가운데 소통 행사를 개최했다"며 "이를 두고 마치 프로젝트를 사칭하거나 영업표지를 침해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와 법리를 모두 왜곡한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취지를 두고도 양측 설명이 엇갈렸다. 영풍·MBK는 "과거 제기된 가처분은 프로젝트 자체를 막기 위함이 아니라, 최윤범 사내이사가 해당 프로젝트를 핑계로 거래구조상 필요하지도 않은 편법적인 신주발행을 감행해 우호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려던 시도를 저지하기 위함이었다"며 "프로젝트 추진과 주주권 보호는 양립할 수 있는 가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사의 자산과 조직, 대외 커뮤니케이션 채널까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2025년 12월15일 미국 정부 및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약 74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테네시주에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한 비철금속 12종과 반도체황산 등을 생산하는 통합제련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앞서 MBK·영풍 측이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지난해 12월24일 기각됐으며,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당 거래를 "미국의 핵심광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협력 강화, 채무자(고려아연)의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처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하여 추진된 거래"라고 평가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