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항공사의 성공은 운임이 아니라 객단가에서 나온다
입력 2026.08.05 10:30
수정 2026.08.05 11:08
좌석이 아니라 '가치의 조합'을 판다…운임 경쟁 넘어 고객가치 경쟁으로
거대한 항공기가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도, 항공사가 승객 한 명에게서 남기는 순이익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 정도에 불과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를 통해 항공산업의 낮은 수익성을 설명한다. 항공산업은 거대한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의외로 낮은 산업이다.
그렇다면 항공사는 어떻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까. 해답은 운임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승객 한 명이 만들어 내는 가치, 즉 객단가를 높이는 데 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항공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커피 전문점은 커피 판매량만 늘리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음료와 푸드, 텀블러 등 다양한 상품을 함께 판매해 고객 한 사람이 지출하는 금액을 높인다. 호텔 역시 객실뿐 아니라 객실당 매출과 고객당 소비를 중요한 경영지표로 관리한다. 오늘날 서비스 산업의 경쟁 방식은 더 많이 판매하는 것보다 고객 한 명이 만들어 내는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항공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좌석을 확대하고 있으며,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비상구 좌석과 앞좌석, 추가 수하물, 기내식, 번들 상품 등 다양한 유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부가서비스 확대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승객 한 사람의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러한 변화는 항공산업의 수익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항공사는 유가나 환율이 오르면 연료비와 리스료 등 주요 비용이 즉시 증가한다. 반면 운임은 이미 판매된 항공권과 치열한 시장 경쟁 때문에 곧바로 올리기 어렵다. 비용은 즉시 증가하지만 운임 조정은 늦게 이뤄지는 것이 항공산업의 구조적 특성이다. 따라서 항공편을 늘리거나 승객 수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항공사의 경영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승객을 태우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승객 한 명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프리미엄 좌석 확대도, 유료 좌석 지정도, 추가 수하물과 기내식 판매도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운임을 일률적으로 올리는 대신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그만큼 승객당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러한 변화는 항공사의 경쟁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경쟁은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판매하는 데 있지 않다.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편의를 제공하고, 고객이 기꺼이 선택할 가치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항공사가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좌석이 아니다. 원하는 시간에 떠날 수 있는 선택권, 더 넓고 편안한 개인 공간, 이동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편의성, 그리고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경험이다. 승객은 좌석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가치의 조합을 구매하는 것이다.
앞으로 항공사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승객을 태우느냐보다 승객 한 사람에게 얼마나 높은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객단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고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운임 경쟁의 시대를 넘어 고객가치 경쟁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 항공사의 진정한 경쟁력도 바로 그 가치에서 나올 것이다.
글/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
글/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