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역설] ‘포용금융’ 외치더니…취약차주만 밀려난다
입력 2026.08.05 07:09
수정 2026.08.05 07:09
시중은행 대출 문턱 상향 조정
고신용자도 인뱅·2금융권 ‘기웃’
건전성 관리, 우량차주 중심 자금 배정
중·저신용자 대출 입지 위축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고신용자들도 인뱅이나 2금융권 등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조달 여력은 더 위축된 모습이다.ⓒ뉴시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와 상생·포용금융 확대를 동시에 주문하고 있지만, 금융 현장에서는 취약 차주들의 입지가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이다.
1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환 능력이 비교적 우수한 고신용자들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인뱅) 및 2금융권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인뱅을 비롯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신용대출을 받는 차주들의 신용점수가 높아지는 추세다.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고신용 차주들도 인터넷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부족한 자금을 채우겠단 의도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인터넷뱅크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일반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KCB 기준)는 약 882점으로 조사됐다.
카카오뱅크가 931점으로 가장 높았고, 케이뱅크가 880점, 토스뱅크 834점 순이었다.
당초 중·저신용자 대상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최근 들어선 일부 시중은행보다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높은 기현상도 포착된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NH농협은행(927점), 신한은행(913점)보다 차주의 신용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 신용점수가 오른 가운데 전반적인 대출 금리는 하락했다. 이들 3사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58%로 한 달 전보다 0.11%포인트(p) 낮아졌다.
다만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의 평균 금리는 같은 기준 0.29%p 오른 7.89%로 집계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이 심해지는 만큼 인뱅은 상환 능력이 뛰어난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늘리는 안전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6월과 7월 공시분에 모두 포함된 신용대출 상품 112개 가운데 61개에서 신용점수 801점 이상 차주의 신규 취급액 비중이 늘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비타WON프리미엄’(원리금균등)이 경우 지난달 900점 초과 우량 차주의 신규 취급 비중이 66.07%로 한 달 전보다 15.34%포인트(p) 상승했다.
고려저축은행 ‘희망대론’은 같은 기간 10.04%에서 22.50%로 12.46%p 뛰었다.
801점 이상 차주로 확대하면 NH저축은행의 ‘NH직장인행복대출’은 같은 기간 35.58%에서 41.56%로 확대됐고, SBI저축은행 ‘SBI신용대출(플러스)’은 40.67%에서 45.01%로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부실채권 우려가 커진 저축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환 능력을 우선 고려해 우량 차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자산 건전성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정해진 총량 한도 내에서 연체 위험이 적은 고신용 차주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1금융권 대출이 막힌 고신용자들이 인뱅과 2금융권 등으로 이동하면서 본래 이들 금융사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던 중·저신용자, 서민들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우려가 커졌다.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들은 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해 카드론, 현금서비스는 물론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까지 내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포용·상생금융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고강도 대출 규제와 정책이 충돌하면서 결과적으로 취약 차주들을 대출 절벽으로 내몰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과도한 이자 부담에 따른 부실 위험을 키우는 것은 물론, 당분간 신용등급별 양극화도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효과가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규제가 깐깐해지면서 고신용자와 신용등급 관리 여력이 부족한 중·저신용자 간 양극화도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