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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지방은 더 챙기고 반도체는 더 깐깐하게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8.04 12:12
수정 2026.08.04 12:12

지방이전 세제 18개 특례에 감면한도·환류의무 신설

반도체 R&D 관세감면은 종료, 지원기술 적용기한도 신설

ⓒ데일리안 AI 이미지

정부가 지방 투자를 늘리기 위해 세제 혜택은 확대하면서도 사후관리는 한층 강화했다. 세금을 깎아주되 감면액의 30% 이상은 지역에 다시 쓰도록 했고, 반도체 연구장비에 적용되던 관세 감면은 종료했다. 지난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 상세본을 보면 세제 혜택 확대와 사후관리 강화를 함께 담은 조항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제 세제지원을 받는 것만큼 그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감면받은 만큼 지역에 다시 투자해야 하고, 위장이전이나 고용 감소가 확인되면 감면받은 세액을 추징하며 향후 특례 적용도 배제한다.


가장 큰 손질은 지방이전·특구입주 세제다. 재정경제부는 감면요건 정비, 감면한도 신설, 지역환류 의무 도입, 사후관리 강화, 최저한세 적용 확대 등 다섯 가지 장치를 지방이전 6개 특례와 특구입주 12개 특례, 총 18개 조세특례에 한꺼번에 적용했다.


감면한도(조특법 제134조)도 새 계산방식을 도입했다. 해당 지역 투자누계액의 70%(특구는 50%)에, 상시근로자 수에 1500만원을 곱한 금액을 더해서 산정한다. 청년이나 서비스업, 연구개발 우수인력을 채용했다면 1인당 2000만원으로 올라간다.


더 눈에 띄는 건 지역환류 의무(제145조·제146조 제2항)다. 투자누계액, 연구개발비, 신규채용 인건비, 협력중소기업 출연금을 다 합쳐서 감면세액의 30%를 채우지 못하면 그 차액을 추징한다. 특례 마지막 연도에는 이걸 입증하는 자료까지 제출해야 한다. 세금을 감면받은 뒤에도 실제 지역 기여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위장이전'에 대한 경계도 뚜렷해졌다. 지방으로 옮긴 뒤 수도권에 같은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나 사실상 본사 노릇을 하는 사무소를 차리면 그동안 받은 세제지원을 추징하고 향후 특례 적용도 배제한다. 상시근로자 수가 줄어도 마찬가지다. 조선업 등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기회발전특구에서 창업하는 기업도 이 규정에서 예외가 아니다. 적용은 내년 1월 1일 이후 이전·입주분부터다.


반도체·배터리 등 6대 분야를 겨냥한 국내생산세액공제에도 조건이 붙는다. 올해 12월 31일 이전에 통합투자세액공제를 받은 기업이 국내생산세액공제로 갈아타려면 기존 공제액에 이자상당액까지 얹어 돌려줘야 한다. 전환에도 이자상당액 부담이 따르는 구조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날 논평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 자체는 반겼지만, 요건이 엄격해 정작 기업이 쓰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추가 검토를 요구했다.


정작 연구개발 쪽 관세 지원은 줄었다. 그동안 감면 대상이던 '산업기술 연구개발용 물품'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기업이 들여오는 연구장비는 내년 8월 1일 수입신고분부터 관세를 그대로 물어야 한다. 국내 제작이 어려운 신재생에너지 기자재에 대한 중소·중견기업 관세 감면도 올해 말 끝난다.


신성장원천기술·국가전략기술 R&D 지원의 기준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기술 카테고리 자체에만 기한이 걸려 있어서, 오래전에 지정된 개별 기술도 카테고리가 연장될 때마다 덩달아 살아남았다. 앞으로는 기술·시설 하나하나가 지정된 연도에 따라 각자 기한을 받는다. 반도체는 2017년 이전 지정 기술이 내년 말, 2023년 이후 지정 기술은 2031년 말까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달 16일 낸 재정포럼 7월호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제기한 바 있다. 신성장·원천기술은 2010년 91개에서 현재 284개로, 국가전략기술은 2021년 36개에서 85개로 늘어났다며 지원 분야를 꼭 필요한 곳으로 한정하고 주기적 재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부설연구소나 연구개발전담부서에 있는 외국인기술자·내국인 우수인력에 대한 소득세 감면 대상도 좁아진다. 국가전략기술·신성장원천기술 관련 세액공제를 받거나, 국가전략기술·전략기술·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 소속으로 한정된다. 내년 4월 1일 이후 맺는 근로계약부터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 생산 지원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요건과 사후관리도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며 "세부 시행령을 봐야 실제 투자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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