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단 1주에…무기한선물 800억원 청산
입력 2026.07.30 17:59
수정 2026.07.30 18:00
NXT 프리마켓 하한가 체결, 무기한선물 기준가로 전이
가격 제한 장치 작동했지만 청산 못 막아…9월 정적 VI 도입
NXT에서 체결된 SK하이닉스 한 주의 이상 가격이 온체인 무기한선물에 반영돼 5740만 달러 규모의 청산을 일으키면서 오라클 가격 검증의 허점이 드러났다. ⓒ 연합뉴스
넥스트레이드(NXT)에서 거래된 SK하이닉스 주식 단 한 주가 5740만 달러(약 800억원)규모의 온체인 파생상품 청산을 불러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물시장의 일시적인 이상 가격이 오라클을 거쳐 무기한선물의 기준가격으로 반영되면서다.
30일 신한투자증권의 ‘SK하이닉스발 하이퍼리퀴드 청산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8시 NXT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 한 주가 127만2000원에 체결됐다.
직전 거래일 종가인 181만6000원보다 29.99% 낮은 가격이다.
이후 매수 주문이 유입되면서 주가는 곧바로 170만원대로 회복했다.
문제는 이 가격이 하이퍼리퀴드에서 운영되는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의 기초 데이터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해당 상품을 운영하는 트레이드XYZ(Trade.xyz)는 국내 주가를 원·달러 환율로 환산해 오라클 가격을 산출한다.
국내 현물시장이 열려 있을 때는 NXT를 비롯한 외부 시장에서 실제 체결 가능한 가격을 반영한다.
이에 NXT에서 거래된 한 주의 가격이 오라클에 반영되면서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 가격은 약 917달러까지 떨어졌다.
신한투자증권은 하락률을 17.9%로 집계했다.
현물가격의 낙폭인 29.99%보다는 작았지만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대응하기에는 충분히 가파른 하락이었다.
이 과정에서 롱 포지션 5740만 달러어치가 강제청산됐다.
가격 급락을 완화하는 장치는 작동했다.
트레이드XYZ는 상품 가격의 한 차례 변동폭을 제한하고, 하이퍼리퀴드의 HIP-3도 기준가격인 마크 프라이스가 급격히 움직이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현물가격의 하락폭이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가격 갱신이 반복되면서 낙폭이 누적된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 제한 장치가 충격의 속도는 늦췄지만 청산 자체를 막지는 못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오라클의 단순 오작동이라기보다 가격 검증 구조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오라클은 NXT에서 실제 체결된 가격을 설계된 절차대로 반영했지만 거래량이 한 주에 불과하다는 점과 호가 깊이까지 걸러내지는 못했다.
NXT는 오는 9월14일부터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10% 이상 급변하면 2분 동안 단일가매매로 전환하는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를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현물시장 제도 개선과 함께 오라클에도 최소 체결 수량과 거래대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 시장 가격의 중앙값이나 일정 시간의 가중평균가격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박성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유효성과 가격 대표성은 다른 개념”이라며 “현물 체결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더라도 파생상품의 참조가격으로 적절한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