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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장세? 폭락장세!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7.30 08:00
수정 2026.07.30 08:00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조정장’의 추억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상처를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2000년대 초, 필자가 특집부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당시 필자는 1주일에 한번 스튜디오에 출연해 정치와 경제의 주요 현안을 요약 정리하는 코너를 담당했다. 보도국이 데일리뉴스를 담당한다면 특집부는 보도제작국에 소속돼 주간 이상의 단위로 방영되는 시사프로그램이나 시사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어느 금요일 오후, 열심히 주식 시황을 정리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처음에는 책상위 벨이 울리더니 나중에는 핸드폰이 울렸다. 그래도 무시하고 계속 원고를 쓰고 있는데, 부장이 달려와 말한다.


“국장이 자네한테 전화해도 안 받으니 나한테 전화했네. 내일 방송 나갈 원고 들고, 국장 방으로 가 봐.”

‘이런, 한창 바쁜데 왜 부르지?’

투덜거리며 되는대로 원고를 출력해 들고, 슬리퍼를 구두로 갈아신고 국장 방으로 들어갔다.

“부르셨습니까?”

“어, 내일 아침 나가는 XXXX 주식 시장 주간 정리, 자네가 하나?” “예”

“출연 원고 갖고 왔지? 이리 줘 봐.”


국장이 빨간 사인펜을 찾아 들고는 원고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폭락’, ‘급락’이라는 단어만 찾아서 ‘조정’, ‘변동성 장세’라 고치는 게 아닌가? 경제부 근처에도 안 가본 순수한 사회부 기자가 뭐를 알아 고치겠는가? 어디서 급하게 전화 받은 때문이겠지. ‘폭락’이나 ‘급락’이라면 기겁하던 시절이었다.


애널리스트, 믿을 수 있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믿을 만한 분석가가 아니다. 객관적 중립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애널리스트는 소속 증권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의무가 있다. 둘째, 증권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보를 독과점하고 필요에 따라 정보를 사용하거나 묵살한다. 때로는 애널리스트 카르텔끼리 정보를 공유한다. 셋째, 대기업 계열 증권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계열사에 불리한 보고서를 쓸 수 없다. 넷째, 정부 당국자, 규제 당국자 그리고 정치권의 유무형의 압력을 받는다.


이 4가지 제약으로 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제약과 한계가 뚜렷하다. 장이 호황일 때는 그래도 덜하다. 일단 장이 꺾이면 제약과 한계가 심해진다. 폭락 장세에서는 글자 하나 토씨 하나까지 간섭을 받게 된다. 그럼 학교나 연구기관은 객관적이고 자유로운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업계나 기업의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내밀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업계와 기업, 정부에 우호적으로 때로 비굴해져야 한다.


증권사는 믿을 수 있나?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 자체도 자산 운용에 운신의 한계가 있다. 증권사는 소속 대기업 집단의 주가를 유지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계열사 주식은 보유만 할 뿐 매각하지 못한다. 또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은 서로 품앗이로 주가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기업 주식은 매우 제한적으로 거래될 뿐이다. 그래서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계열사 주가 관리의 부담이 없는 외국인과 연기금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그러나 단타매매를 많이 하지 않는 외국인과 연기금은 증권사의 운용 수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데일리안DB

결국 증권사는 큰 이익을 내기 위해 개인 투자자를 주식 투자, 단타 매매, 공매도 등으로 유인한다. 증권사 직원과 애널리스트도 회사가 이익을 내야 본인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으니 개인 투자자를 달콤한 말로 유혹하고 유인하는 보고서를 내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 달콤한 유혹의 말이 ‘변동성’ 장세며 “변동성 장세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변동성 장세’의 정확한 표현은 ‘위험천만한 폭락 장세’다.


도박소굴, 도박중독자


코스피의 최근 하락세에 대해 홍콩 투자사 CLSA의 수석 전략가는 “나는 (한국)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신용거래에 의존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운전대를 잡고 있어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한 외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비중이 너무 높다”고 전했다. (S&P500에서 엔비디아의 비중은 7% 선인데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비중은 55%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한국 증시에 대해 신랄한 표현들을 골랐다. 카지노(casino)는 그 중 점잖은 편이고 ‘도박 소굴’(gambling den)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국내 언론은 ‘충동적’이라고 표현을 순화했지만, ‘도박중독자’(addicted gamblers)라고까지 불렀다. 그 와중에도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낙관론으로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한다.


그러나 지난 28일 단 하루만에 코스피는 10.84% 급락했고 다음날인 29일에도 5.98%나 하락했다. 지난 한 달 사이 코스피 시가총액이 2000조원 이상 날라가는, 말 그대로 폭락 장세다. 무려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3년 반 치가 사라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라


그런데도 여전히 국내 언론은 증권사의 위험천만한 낙관론을 기사 말미에 붙인다.


“....국내 증권가에선 반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O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당장 낙폭 과대로 인해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높아졌다...어느 때 반발 매수세가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파이낸셜뉴스, 7월 20일자 ‘세계 1위 수익률이었는데...'세계 꼴찌'로 추락한 코스피’ 인용)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말했다. 목표 주가가 발표될 때가 바로 매각 신호라고.

필자는 당부한다. “절대 믿지 말지어다, 애널리스트를! 증권사 분석 보고서를!”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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