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저항에도 與 '폭주 기관차' 돌진…野, 대여 투쟁 방식 수정될까
입력 2026.07.21 05:00
수정 2026.07.21 05:00
역풍 부각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與
국민의힘, 국회 운영 폭주에 반발 고조
21일 의총서 원구성 대응 방안 논의
'강경이냐 온건이냐'…기조 논의될 듯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정점식 원내대표 등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차 종합특검 연장 규탄대회'에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원구성 협상 대치로 정국이 경색된 상황에서 여당이 끝내 2차 종합특검의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을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맞섰지만, 소수 야당의 한계는 더욱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여론전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당은 새로운 대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20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을 상대로 곧바로 무력화될 수밖에 없지만, 2차 종합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취지다.
이 개정안은 대통령 승인을 거친 수사 기간 연장 횟수를 현행 1회 30일에서 2회 각 30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최종 개정되면 특검 수사 시한은 오는 24일에서 내달 23일로 갱신된다. 지난 2월 출범한 종합특검은 기존 법에 따라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한 바 있는데, 국민의힘은 특검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만큼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종합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 17건 중 11건이 기각돼 기각률은 65%에 달하고 있다. 최근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전무곤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 4명에 대해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모두 기각했다. 더욱이 3대 특검 중 내란특검은 기각률이 46.1%, 김건희 특검 31.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진행된 규탄대회에서 "혐의 소명조차 못 하면서 구속영장만 남발하다 신뢰를 잃었다"며 "일선 검사는 차출해 민생 사건 수사만 지체시키다가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하는 특검을 왜 그토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여당이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폐지하려고 하지만, 특검을 연장하는 방식이 사실상 '보완 수사'라며 모순점을 꼬집었다. 그는 "2차 종합특검 자체가 태생적으로 1차 3대 특검에 대한 보완 수사 개념"이라면서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빼앗고 폐지하겠다더니 자신들이 주도하는 특검은 보완 수사라는 명목을 붙여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는 게 도대체 앞뒤가 맞는 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규탄 대회뿐만 아니라 필리버스터까지 동원하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지만, 여당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날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윤상현 의원이 여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대해 "'대한민국 주권은 민주당에 있고 모든 권력은 민주당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바꿔야 한다"고 직격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지만, 민주당은 예정대로 21일 오후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고 2차 종합특검 연장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지난달 30일부터 보름 넘게 원구성 정상화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지만, 여당은 사실상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각 상임위의 여당 간사가 선출되거나, 정무위에선 홈플러스 사태 현안질의를, 문화체육관광위에선 대한축구협회 청문회가 예정된 상태다.
민주당은 야당의 보이콧과 무관하게 예정된 국회 일정을 소화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필리버스터를 단호히 끊어내고 내란을 끝까지 단죄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상임위원장이 없는 상임위는 간사를 중심으로 주요 민생 입법 과제와 관련된 간담회를 진행해 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입장에선 여론전도 통하지 않은 여당에 대해 고심에 빠진 분위기다. 그동안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상임위 차원에서 풀어야 할 현안은 누적되고 있고 국정감사 역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선 국정감사를 대비해야 하지만, 우선 원구성 결과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과 역풍 우려가 원구성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여당이 물러서지 않는 것도 딜레마로 꼽힌다.
이에 국민의힘은 21일 오후 의원총회를 개최해 후반기 원구성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당이 2차 종합특검 연장 법안을 강행 처리한 직후 개최가 예정된 만큼, 향후 대여 투쟁 방식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원구성 정상화 없이 국회 운영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체위의 축협 청문회도 현재로선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현안을 계속 패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의 강경 기조는 현재 상임위원장 대상인 3선 의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내 일부 중진 의원 사이에선 '상임위 포기' 카드를 유지한 채 여당에 책임론을 부각하는 대여 투쟁 방식을 지속해야 한다는 분위기지만, 정 원내대표 입장에선 지지를 재확인 받아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날 의원총회에서 향후 대여 투쟁 기조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21일 의원총회에선 그동안 여당과 한 협상에 대한 경과를 설명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여당의 행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게 될 것 같다"며 "당장 대여 투쟁 방식을 특별하게 바꾼다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구성 관련해) 당 소속 의원들의 얘기를 들은 지 시간이 많이 경과됐기 때문에 청취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원내에선 대여 투쟁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소수 야당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딜레마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축협의 무능과 부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법적 조치를 하는 것이 맞는데, 청문회까지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손흥민·황희찬 선수를 참고인으로 신청했다가 철회한 것만 봐도 여당이 운영하는 청문회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수 야당으로서 힘이 없는 탓에 여당의 독주를 두고 봐야 하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2차 종합 특검 연장도 필요성을 이해할 수 없는데, 강행을 막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