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청년?…대선·총선 청년공약, 얼마나 지켜졌나 [Now 2.30]
입력 2026.07.23 07:00
수정 2026.07.23 07:00
말만 화려했던 청년 공약…대부분 공수표
정당 대신 인물로…이동하는 청년 표심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기호 5번 후보에게 투표했다. 거대 정당 후보는 아니지만 유세차가 아닌 도보로 유세를 도는 모습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선거 때마다 다 해줄 것처럼 약속하고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공약을 파기하는 거대 정당보다 작지만 진실된 후보에 더 마음이 갔다. 해당 후보는 득표율 1%를 조금 넘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기성 정치권을 불신하는 20대와 30대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선거 전에는 당락을 결정할 캐스팅보터로 평가받으며 파격적인 공약이 쏟아졌지만 실현된 공약은 극소수에 불과한 탓이다. 공약이 공수표로 돌아오는 일이 빈번하면서 청년들의 분노가 누적되고 있다.
주거·고용 모두 낙제점…정권 달라져도 반복된 '배신'
청년들의 불신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았다. 최근 두 거대 정당이 한 차례 씩 정권을 잡았지만 삶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불만이 가득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한 표를 행사했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매 선거마다 청년을 위한 공약은 화려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청년을 위한 여러 공약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가 제안한 정책은 ▲청년미래적금 신설 등을 통한 자산 형성 지원 ▲청년 구직활동 지원 ▲주거지원 강화 ▲생활 안전망 강화 등이다. 김문수 후보도 9년간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택을 매년 10만 가구 공급하거나 공공주택 10% 이상을 1인 가구 맞춤형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이러한 공약에도 청년들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전에도 많은 후보들이 매력적인 공약을 내세웠음에도 실제로 지켜진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출구조사 결과 기준 20대와 30대 남성 득표율이 각각 58.7%, 52.8%에 달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실제 공약 이행률은 미미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청년 원가주택 30만 가구를 포함한 주택 250만 가구 공급(인허가) ▲여성가족부 폐지 ▲청년도약계좌 도입 ▲부모 급여 월 1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이중 부모 급여와 청년도약계좌를 제외하면 대부분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인허가 물량은 136만7007가구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청년도약계좌도 청년 사이에선 불만이 많았다. 5년 간 월 최대 70만원을 납입하면 약 5000만원을 지급하는 상품이었지만 가입 이후 금리가 바뀌면서 예상 만기액이 줄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C씨는 "청년도약계좌 금리는 처음 연 4.5%였는데 3년이 지나니 더 낮아졌다"며 "5년 만기 상품이라 가입 기간이 긴데 금리도 하루아침에 낮아지니 상품을 가입한 것 자체가 후회됐다"고 말했다.
이전 정권에서도 청년들의 배신감은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청년·신혼부부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을 제시했다.
해당 공약 중 실제로 지켜진 것은 구직촉진수당뿐이다. 공공부문 청년고용할당제를 3%에서 5%로 늘리기로 했지만 여전히 의무고용 비율은 3%에 머물러있다. 청년·신혼부부 주거비 완화는 기록적인 집값 상승으로 오히려 고통을 더 키웠다.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20대 B씨는 "아무리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더라도 당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부동산 가격이 그 정도로 오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 시절 대학을 다녔거나 갓 취업한 젊은 세대는 무슨 잘못이 있어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해야 했나"라고 토로했다.
과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치인들은 청년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해 홍보에 나섰다. 이재명·윤석열 유튜브 채널 캡쳐
공수표가 되는 공약이 많은 만큼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도 임기 초와 임기 말 크게 달랐다.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데일리 오피니언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초기인 2022년 5월 2주(5월 10~12일) 조사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기준 20대 45%와 30대 54%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2024년 11월 4주(11월 26~28일)에 들어서는 각각 10%와 8%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권 초기인 지난 2017년 6월 1주(5월 30일~6월 1일)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20대와 30대는 각각 94%에 달했다. 반면 퇴임을 앞뒀던 2022년 5월 1주(5월 3~4일)에는 20대는 43%, 30대는 51%로 크게 낮아졌다.
맹목적 지지 거두는 2030…"정당보다 인물"
정치권에 실망하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어느 한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 있는 20대는 21.4%, 30대는 27.2%에 그쳤다. 40대(37%)와 50대(40.3%) 등 다른 연령대 대비 크게 낮았다.
지지 정당이 없는 청년들은 정치인 개인의 면모를 보고 표를 주고 있다. 본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 찾기에 나선 셈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거대 정당 후보가 아닌 제 3 후보가 20대 남성들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은 것도 더는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다.
이러한 기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D씨는 "예전에는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표를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가진 소중한 한 표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인물이 나온다면 정당에 상관없이 기꺼이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