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진출 10년…심폐소생술도 못 하는 ‘위기의’ 한국 드라마들 [드라마 시장 체질개선①]
입력 2026.07.15 06:49
수정 2026.07.15 06:49
방송사 고군분투 속,
JTBC 회생 파장→OTT 합병 제자리걸음
분위기 반전 어려운 드라마 시장
2016년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활약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눈에 띄는 시나리오는 모두 넷플릭스로 간다”는 말이 나올 만큼,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분위기가 바뀐 것을 넘어, 넷플릭스의 등장이 한국 콘텐츠 생태계를 재편했다.
'킹덤' 스틸ⓒ넷플릭스
계기는 확실했다. 첫 번째 전환 포인트는 2019년 김은희 작가가 쓴 ‘킹덤’이 공개되면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공개된 이 작품은 K-장르물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한국 시청자들은 ‘킹덤’의 완성도 높은 전개에 호응했으며, 해외 시청자들은 멋스러운 조선의 의복과 갓에 열광하며 색다른 좀비물의 맛을 즐겼다.
2021년, 한국의 전통놀이와 생존 서사를 결합한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소비는 이 흐름을 가속화했다.
숫자로 본 성과도 뚜렷하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 오른 한국 작품은 총 210편에 달한다. 올해만 총 29편의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넷플릭스는 투자 축소설이 나올 때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후 한시도 멈추지 않고 투자를 하고 있다. 작품 편수도 늘렸고, 작품 종류도 다양화했다. 앞으로도 바뀌는 건 없다. 먼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 화려한 성과가 정작 국내 제작 생태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데 있다. 글로벌 OTT의 적극적인 투자가 장르물의 성장을 이끌고, 이에 글로벌 흥행 가능성은 커졌지만 동시에 “넷플릭스를 제외한 나머지 플랫폼은 모두 어려워 졌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토로가 나올 만큼 쏠림 현상이 심화 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집계한 371개 방송사업자의 지난해 매출은 18조 6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7억원(0.8%) 감소했다. 방송광고매출은 2830억원(12.3%) 줄어든 2조 134억원으로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대부분 사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C에서 방송 중인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MBC
한국의 방송사들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비상 경영에 돌입하고, 넷플릭스에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새 수익원을 확보한 SBS는 2025년 3분기 기준 1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MBC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무빙’,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을 편성하며 ‘가성비’를 챙겼다. OTT 콘텐츠를 재방송하는 것에 대해 비판도 이어지지만, ‘카지노’ 편성으로 최고 시청률 4.5%를 기록한 것을 봤을 때, 이를 마냥 ‘궁여지책’이라고 지적하기는 힘들다.
어려움 속, 사라졌던 주중 드라마 부활도 시도 중이다. tvN은 지난해 2022년 ‘유미의 세포들’ 이후 3년 만에 수목드라마 ‘그놈은 흑염룡’을 선보였고, SBS는 ‘키스는 괜히 해서’를 시작으로 수목드라마를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KBS도 주1회지만, 목요드라마의 부활을 통해 드라마 시장에 활기를 더했다.
관계자들은 "아직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체감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206억원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JTBC 사태는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지는 국내 OTT 웨이브, 티빙의 합병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두 회사의 임원겸임 방식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으나,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최종 동의를 미루고 있다. KT는 과거 티빙이 KT의 OTT '시즌'을 흡수합병하며 맺은 주주간 계약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정산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시, 늘어날 구독자의 숫자도 기대 포인트지만, 콘텐츠 수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너지가 기대된다. 넷플릭스를 거치지 않고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넷플릭스 쏠림 현상의 심화를 막을 방안으로 꼽히지만, 주주간 이견으로 인해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 쏠림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이를 상쇄할 카드조차 꺼내지 못하는 상황은 지금 한국 드라마 시장이 처한 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