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막는 대출규제 걸림돌…무주택자 규제 완화 ‘갑론을박’
입력 2026.07.16 07:02
수정 2026.07.16 07:02
금융 정책 관련 부동산 토론회 진행
당국, 가계대출 엄격 관리 기조 재확인
“무주택 서민만 피해, 규제 풀어달라” 요청 쇄도
총량규제 한계에 ‘공감’, 규제 완화는 ‘의견 분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학계·전문가, 금융/주택·건설업계, 일반 국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부동산정책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금융위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볼멘소리가 거세다.
무리한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외려 자극하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력을 악화시킨단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데다 부작용도 상당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2030 청년층 중심의 주거 안정 대책, 전세대출 완화, 이주비 대출 확대 등 현안에 대해선 전문가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15일 금융위원회는 주택금융 분야 부동산 정책 국민토론회를 진행했다.
수요 억제책으로 마련된 대출총량 규제가 자산 형성기가 짧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무주택 서민의 주택 자금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청년 등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및 정책대출 확대 ▲전세대출 보증비율 등 규제 재검토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 도입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상으론 “실수요자에 대해선 대출 규제를 예외 적용해달라”, “정책대출 주택 가격, 소득 기준을 대폭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대해선 한계점이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 도입은 신중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주택 관련 대출 수요를 줄이고 집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준조세 성격의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주택가격, 대출 비중, 규제지역 및 다주택 여부 등을 기준으로 주담대 대출액에 가령 2.0% 수준의 부담금을 더 얹어 세금을 부과하자는 의미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부담금이 도입되면 보유세보다 조세저항이 적고 고가주택 위주의 신규 대출 및 갈아타기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제도권 주담대가 제한돼 부모찬스나 직장대출을 활용하는 ‘그림자 금융’이 존재하는 만큼 형평성 문제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의 한계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청년층 정책대출 확대, 전세대출 규제 완화 등 부동산 현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금융위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총량 규제는 사실상 실패했다”며 “대출 받을 때 이제 공적 금융뿐만 아니라 가족 간 대여금, 직장인 대출 등 사적 금융까지 활용하고, 부유층 자제들은 특히 이런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거시건전성 부담금은 긍정적이지만, 개인에게 직접 부과할 경우 저항이 심할 것”이라며 “건전성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일정 기금을 마련해 대비하거나 금융기관, 은행 등에 부담을 주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2030 청년층을 비롯한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청년가구 비중이 지난해 기준 3명 중 1명꼴이었다”며 “기준금리 인상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청년층 대출을 늘리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청년들을 위한 대출 완화가 정책 의도와 달리 청년층이 사야 할 집값만 올리고 매도자, 개발업자의 이익으로 귀속된단 점을 고려하면 목 마른데 소금물을 마시는 격이 될 수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로 청년층 주거 안정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영수 상무는 “구조적인 소득 양극화로 도움이 필요한 청년과 부모·조부모 도움과 (재테크) 자산 등으로 집을 사는 청년들을 구분해야 한다”며 “15억원 아파트값의 70%를 빚 없이 자기자본으로 사는 청년들은 어떻게 걸러낼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실수요층을 차등해 지원하지 않는 건 또다른 집값 폭등만 야기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대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청년층만 지원하면 그 외 세대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6·27대책으로 정책대출 한도마저 축소됐는데, 집값 상승을 고려하면 정책 대출 확대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수도권의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대출 완화 역시 신중해야 한단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원장 삼프로TV 부사장은 “전세대출은 묶거나 축소하면 안 되고 무주택 서민을 위해 확대해야 한다”며 “당국은 전세대출 확대가 갭투자로 번질까봐 우려하는데 전세대출을 받아도 자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집이 없고, 실거주 의무도 강화됐으며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 갭투자할 수요도 없다”고 진단했다.
김 부사장은 “임대주택이 실질적인 주거복지인데 재고율이 6% 정도”라며 “진짜 무주택 서민을 골라내 전세대출을 내주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겠지만, 그런 걸 잘하는 게 좋은 금융당국”이라고 덧붙였다.
이주비 대출 확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주택자금 대출은 한정된 재원인데 서울 고가주택 밀집지역의 일부 조합원들을 위해 이미 6억원이나 해주는 대출을 더 확대하는 게 맞냐”며 “이는 당국이 줄곧 강조해 온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원칙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원장 부사장은 “당국이 대출을 억제하는 건 집값을 안정화하고 투기수요 및 가수요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사업 승인이 나고 관리처분인가, 착공까지 앞둔 사업장에 이주비 대출을 하지 않는 건 어떤 투기수요와 가수요를 잡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대열 본부장은 “정비사업은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신규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고,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을 받아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며 “6억원으로 한도가 묶이면서 부족분을 마련하기 위해 조합원들은 추가로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의 금융부담은 가중되고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정비사업 추진에 큰 애로가 있다”며 “대출 규제로 공급에 차질이 있는 게 사실이고,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근본적으론 서울·수도권의 수요 쏠림을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대출총량 규제는 대출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취약계층 수요만 단기적으로 차단해 가격 왜곡을 일으킨다”며 “중장기적으로 총량 규제를 완화하되, 수도권 쏠림을 완화할 일자리 분산, 주택공급 확대라는 근본적인 해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규제 완화와 현행 유지에 대해선)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며 “주택금융 정책 관련 복잡한 실타래를 사실의 영역과 정책·선택의 영역으로 구분하고 좁혀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