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부가 판 깐 '피지컬 AI'…현대차 로봇·자율주행 신사업 '기대감' [하반기 경제전략]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7.14 13:33
수정 2026.07.14 14:37

정부, AI 자동차·로봇·팩토리 7대 피지컬 AI 선도 분야로 육성

자율주행 실증 총 3000대·휴머노이드·로봇 연 1000개 현장 보급

현대차그룹, 42조원 영남권 투자와 맞물려 신사업 기반 확대

위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부가 인공지능 자동차와 로봇, AI 공장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차량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휴머노이드 로봇, 첨단 제조시설을 한 그룹 안에서 모두 사업화할 수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유일한 만큼, 미래 신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4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피지컬 AI를 잠재성장률 반등을 이끌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스스로 움직이는 AI 기술을 자동차와 로봇, 제조업에 적용해 ‘피지컬 AI 글로벌 1강’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선정한 7대 선도 분야에는 AI 팩토리와 AI 로봇, AI 자동차가 나란히 포함됐다.


정부는 제조현장에 투입하는 휴머노이드 실증을 지난해 7곳에서 올해 누적 30곳으로 확대하고,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10대 산업에 특화한 AI 로봇을 연간 1000개 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광주에서 올해 200대로 시작한 자율주행 실증도 여러 지역으로 확대해 총 3000대 규모의 차량을 투입한다.


정부 발표에 특정 민간기업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사업 구조만 놓고 보면 정부 전략과 가장 폭넓게 맞닿은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기아는 차량과 대규모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계열사 포티투닷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비롯한 로봇 기술을 갖췄고, 현대모비스는 센서와 제어기, 전동화 부품을 담당한다.


자동차와 AI 소프트웨어, 로봇, 스마트공장을 각각 별도의 사업으로 추진하는 기업은 있지만 이를 자동차 생산과 운행, 물류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할 수 있는 국내 완성차그룹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정부가 AI 자동차·AI 로봇·AI 팩토리를 동시에 육성할수록 현대차그룹이 받을 정책적 수혜가 넓어지는 이유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정부와 현대차그룹의 접점이 이미 구체화됐다. 현대차는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 차량 정밀제어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200대를 공급한다. 광주 전역의 일반 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AI가 학습한 뒤 다시 실도로에서 검증하는 방식이다.


실증 규모가 향후 여러 지역, 총 3000대까지 확대되면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할 공간도 커질 수 있다. 기존 자율주행 실증이 소수 차량을 제한된 구역에서 운행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사업은 대규모 차량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AI 학습 플랫폼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단순한 차량 공급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자율주행 업체들이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차량 제어 인터페이스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로봇 사업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됐다. 정부는 로봇 클러스터와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액추에이터, 센서, 로봇손 등 3대 핵심부품에 대한 전용 연구개발 사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휴머노이드에 적합한 고성능 이차전지 개발과 실증도 2027년부터 지원한다.


이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을 현대차그룹 생산현장에 투입하고,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한 뒤 다른 제조·물류 현장으로 확산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맞물린다. 로봇은 기술 개발만으로 사업화하기 어렵고 실제 공장에서 반복적으로 작동하며 생산성과 내구성을 입증해야 한다. 정부가 실증 현장과 초기 수요를 늘리면 현대차그룹의 로봇 상용화 부담도 일부 낮아질 수 있다.


기존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로봇산업으로 확장할 여지도 커졌다.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의 로봇산업 전환을 지원하고 새만금에 로봇 파운드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터와 제어기, 센서, 배터리 관리, 열관리 기술 가운데 상당 부분은 로봇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로봇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협력사를 활용해 핵심부품의 국내 공급망까지 구축한다면 로봇 사업의 원가 경쟁력과 양산 능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정부 지원이 자동차 부품업체에는 내연기관차 이후의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팩토리 육성책도 현대차그룹의 제조 혁신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정부는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과 풀스택 AI 팩토리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공정과 물류 분야에서 검증한 AI 기술은 중소 제조현장으로 확산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향후 10년간 영남권에 42조원을 투자해 울산을 AI 기반 자동차 제조 허브로 육성하고, 대구와 창원에는 모터·제어기와 열관리 시스템 등 미래차 핵심부품 생산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제시한 AI 팩토리와 자동차 부품사의 로봇산업 전환 구상이 현대차그룹의 투자 방향과 상당 부분 겹친다.


정부가 실증과 연구개발 기반을 조성하고 현대차그룹이 공장과 제품, 공급망에 실제 자본을 투입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이 정부 발표에 맞춰 새롭게 사업 방향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이 국가 성장전략에 포함되면서 연구개발 지원과 규제 개선, 정책금융을 활용할 기회는 한층 넓어졌다.


정부가 피지컬 AI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범용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지원하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자율주행차와 로봇의 성능을 높이려면 실제 도로와 공장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현대차그룹은 차량과 제조현장을 동시에 보유해 양질의 물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자다.


다만 정부 전략이 현대차그룹의 사업 성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휴머노이드 실증 30곳과 로봇 1000개 현장 보급이 실제 구매인지 임대·시범 운영인지 아직 구체적이지 않고, 사업별 예산과 참여 기업도 확정되지 않았다. 자율주행 데이터의 소유권과 기업 간 공유 범위, 로봇 핵심부품의 국산화 수준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이 차량과 로봇, 공장을 모두 갖췄다는 것은 강점이지만,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과 로봇 스타트업, 부품사가 함께 성장하지 못하면 정부의 피지컬 AI 전략이 한 대기업의 기존 투자계획을 지원하는 데 머물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장축이 전기차에서 자율주행과 로봇, AI 제조로 넓어지는 방향은 분명해졌다. 현대차그룹이 기술과 생산 기반을 준비해왔다면 정부는 이를 검증하고 확산할 도로와 공장, 연구개발 환경을 만드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깔아놓은 피지컬 AI 산업 기반을 현대차그룹이 얼마나 빠르게 실제 제품과 매출로 전환하느냐가 향후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