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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기자수첩-사회]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7.14 07:00
수정 2026.07.14 07:00

김현지 MBC PD 저격에서 시작된 "무섭노" 일베 낙인

조수진은 뒤늦게 사과…조국은 선긋고 "리센느 야호"

온라인 '입틀막법' 시행 첫날 벌어진 방언 검열 소동

거제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걸그룹 리센느. 경남 거제시 제공

자기 고향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이 남의 언어생활을 검열하겠다고 나섰다. 경남 거제 출신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지난 6월28일 유튜브 콘텐츠에서 무심코 던진 "무섭노"라는 방언 한마디가 보름 가까이 논란이 된 척박한 현실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발단은 7월1일 MBC경남 소속 김현지 PD의 지적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그는 원이의 발언을 두고 "일상화된 일베식 '노' 사용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 지적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조 전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인 조수진 변호사도 7일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저도 경상도 사람인데, 그런 상황에서 '노'가 쓰이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며 원이의 발언을 일베식 표현으로 단정했다. 이날은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된 날이기도 했다.




김현지 MBC경남 PD 소셜미디어 갈무리. 현재는 게시글을 확인할 수 없다.

이른바 '온라인 입틀막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 법은 허위·조작정보 유포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적용 대상은 최근 3개월간 3회 이상 정보를 게시하면서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를 넘는 게재자 등이다.


법조계가 이 법을 두고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다. 무엇이 허위이고 조작이며, 무엇이 혐오 표현인지 가르는 구성요건이 불명확해 자의적 법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


이 법이 시행된 바로 그날,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국어학 전문가도 아닌 이들이 방송에 나와 경상도 방언을 일베식 혐오 표현으로 규정했다. 평생 그 지역에서 살았다는 이들조차 정확한 근거 없이 판단을 내렸다. 무엇이 혐오이고 무엇이 방언인지조차 가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이 그 경계를 명확히 그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법을 조선시대 신언패에 빗대 "500년 전 폭군의 만행이 2026년 7월 7일 '온라인 입틀막법'으로 되살아났다"고 비판하면서, 다름 아닌 원이의 '일베 낙인'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검열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자리에서, 검열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20대 가수의 사투리가 소환된 셈이다.


뒤늦게 국어학 전문가들의 설명이 이어지자 '감별사'들의 태도는 갈렸다.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방언 설명을 들은 조수진 변호사는 9일 "'와이리 무섭노'에서 앞부분이 생략된 것일 뿐"이라며 "젊은 세대의 언어에 제 이해가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 조국 전 대표는 사흘이 더 지난 12일에야 해명 글을 올렸는데 결이 사뭇 달랐다. 조 전 대표는 "어떤 글에서도 리센느를 언급하거나 겨냥한 적이 없다. 리센느가 일베라고 말한 적도 전혀 없다"라며 선 긋기에 급급했다. 자신의 오판으로 열흘 넘게 마녀사냥을 당한 20대 가수를 향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대신 "제 글이 상처를 주는 계기로 활용돼 유감"이라고 했다. 사태의 본질을 비껴간 채 면피성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글 전반에 '성찰'이라는 단어를 담았지만, 정작 "리센느, 야호!"를 외치며 황당한 응원으로 맺었다.


한편 경남신문이 유튜브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거제의 80대 주민들은 취재진 앞에서 "괜찮노, 그거 완전 사투리 아이가"라며 어리둥절해했다. 거제시장도 "정치적 의도를 담아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그 지역에서 오래 살았다는 정치인들이 알아듣지 못한 토박이들의 말을, 정작 현지 주민들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었다.


개정 정통망법 시행 첫날, 무엇이 허위이고 무엇이 혐오인지 판단할 자신도 없는 이들이 앞다퉈 그 경계를 재단하려 든 이 소동은 하나의 시사점을 남긴다. 판단 기준이 모호한 법일수록, 그 모호함은 법정이 아니라 여론과 방송에서 먼저 무기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조수진 변호사가 사과하고 조국 전 대표가 뒤늦게 선을 그은 뒤에도, 20대 가수가 감당해야 했던 열흘 남짓의 명예 실추와 상처는 고스란히 남았다.


말 한마디를 두고 이렇게까지 성급한 낙인과 무책임한 칼춤이 이어지는 걸 지켜보다 보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이 말이 절로 떠오를 뿐이다.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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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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