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비켜"…‘보컬’로 승부수 던진 여성 그룹 하티크 [D:인터뷰]
입력 2026.07.14 07:00
수정 2026.07.14 10:53
키사, 채이, 가연으로 구성된 하티크, 데뷔곡 '일상' 발표
정말 오랜만에 보는 '신인 그룹'이다. 그것도 3인조 여성 보컬 그룹이다. 근래 데뷔한 여성 그룹은 대부분 다인원 아이돌 그룹이다. 멤버 중 몇몇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팬층을 확보한 상태로 데뷔하고, 방송 출연이 없더라도 기획사의 사전 마케팅 덕분에 '신인 아닌 신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배경 없이 오직 보컬 실력 하나로 무대에 선 하티크(Hat:q / 키사, 채이, 가연)는 여러 면에서 신선했다.
키사, 채이, 가연ⓒ레이백
셋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가수 노아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키사가 오디션을 보고 들어왔고, 같은 학교 실용음악과에 다니던 채이가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노아 대표가 온라인에서 멤버를 물색하던 중 가연이 눈에 띄어 합류하게 됐다. 셋이 처음 함께 모여 호흡을 맞춘 것이 지난해 10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키사와 채이가 처음 본 가연, 그리고 가연이 처음 본 키사와 채이의 모습은 서로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디션 보러 가서 언니들을 처음 봤는데 좀 무서웠어요. 특히 키사 언니는 첫인상이 무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데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진짜 노래 엄청 잘할 것 같다', '무대에서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회사에 들어와 보니 성격이 제일 순둥순둥한 거예요. 그것도 놀랐죠." (가연)
"저희는 이 친구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인스타그램부터 염탐했어요. 사진을 보고 '얘 기가 굉장히 세 보인다', '노래도 엄청 잘할 것 같다'면서 '우리가 기에 눌리면 어떡하지' 걱정했거든요. 게다가 실력 좋기로 유명한 서울예대 출신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가연이가 오니까 되게 똘망똘망하고 귀엽게 생겼고, 기 세지도 않고 성격이 굉장히 착했어요." (채이, 키사)
셋 모두 방송이나 오디션 경험은 없었지만, 음악적 환경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다. 키사의 아버지는 어릴 적 꿈이 가수였다. 물론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딸을 취미 삼아 보컬 학원에 보냈다. 본인도 흥미가 있었는지 일반고에 다니다가 실용음악과로 진로를 바꿨고, 이후 오디션을 봐서 데뷔까지 이어졌다. 채이 역시 아버지가 한때 가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아버지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고 종종 녹음실에도 데려간 덕분에, 어릴 때부터 TV 속 아이돌 가수를 보며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실제로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며 학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아이돌 대신 실용음악과를 선택했고, 결국 친구를 따라 자연스럽게 데뷔로 이어진 셈이다. 막내 가연은 어릴 적 꿈을 그대로 이룬 경우다. 군포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수리 동요제를 비롯해 여러 가요제에 나가 수상했고, 청소년 수련관 뮤지컬 무대에 서거나 군포시립 소년소녀 합창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는데, 이 모든 과정이 데뷔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셈이다.
ⓒ레이백
의외였던 건 이들의 선택이다. 아이돌 그룹이 아닌 보컬 그룹을 택한 것. 10대 초반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0대 중후반에 데뷔하는 것이 일반적인 요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을 고려하면 보컬 그룹이라는 선택은 나쁘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 이들에게는 '생소함'과 '기대'가 교차했다.
"처음엔 콘셉트가 좀 생소했어요. 한국에서 이런 보컬 그룹을 많이 못 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죠. 그러다 노아 대표님이 놀라운 설득력으로 저를 설득하셨어요. 그래서 믿고 회사에 들어온 것 같아요. 사실 아이돌 회사에서도 몇 번 컨택이 왔었는데 항상 거절했어요. 춤추는 것에 흥미가 없고, 아이돌 음악보다는 보컬에 집중하고 싶어서 이런 회사를 찾았던 것 같기도 해요." (가연)
"저도 원래 아이돌을 준비하면서 회사를 알아봤는데, 20살이 넘어가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만 열심히 다녔죠. 마음이 복잡해서 잠깐 휴학도 했어요. 저는 원래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어딜 가든 '이 사람이랑 하면 왠지 잘될 것 같다', '왠지 걱정이 없다'는 느낌이 들면 일단 도전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때 이 회사에 들어왔는데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생소한 그룹이고 정보도 없었지만, 키사랑 함께라면 잘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어요." (채이)
"사실 저는 가수에 큰 뜻이 없었는데 갑자기 컨택이 와서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대표님이 오디션을 보시고 '조금 연습하면서 지켜보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를 좋게 봐주신다는 게 느껴져서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하고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키사)
'하티크'라는 팀명은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다. 여러 단어와 의미를 조합하며 논의하다 나온 이름이다. 하지만 자칫 노아 대표의 엉뚱한(?) 상상력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팀명이 될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저희 셋이서 계속 얘기를 나누면서 지었는데, 정말 별별 이상한 팀명이 다 나왔어요. 그런데 대표님이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으면 '베이비 디바'로 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희가 '베이비'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팀명을 정말 열심히 짓기로 했죠. 그러다 갑자기 '하트'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그걸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하트'(Heart)와 '유니크'(Unique)를 합쳐서 '하티크'라는 이름을 만들었어요. PPT까지 만들어서 대표님께 보여드린 끝에 '베이비 디바'가 아니라 '하티크'가 될 수 있었죠." (채이)
ⓒ레이백
이렇게 탄생한 하티크는 지난 6월 30일 데뷔 싱글 '일상'을 발표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 바쁘게 살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편안함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곡 '일상'은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과 서서히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을 담아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잠시 여유를 느끼고, 해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되새기는 순간들을 노래한 곡이다.
신인 그룹에게 곡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도 잊지 못할 기억이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의 노래를 들고 오르는 첫 무대, 특히 음악방송 첫 무대는 평생 잊지 못한다.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음악방송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신인에게 '첫 음악방송'은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그러다 보니 본인들이 정한 콘셉트가 무대 위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사실 실감이 잘 안 났어요. '이제 뭐지', '방금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하다가, 막상 방송에 나가고 나서야 '아, 진짜 시작했구나', '내가 데뷔를 했구나' 싶었어요. 걱정도 엄청 많았고 설레는 마음도 엄청 컸어요. 무대에서 관객분들을 바라보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카메라 앞에 섰는데 관객분들이 호응을 너무 잘해주시니까 '이 연예계 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방송에 비친 제 얼굴을 보니 걱정도 되고 복잡한 감정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저는 원래 '청순' 콘셉트를 맡았는데, 스모키 화장을 하다 보니 청순한 느낌이 사라져서 그냥 '예쁜 척이라도 하자'로 방향을 틀었죠." (채이)
"언니는 저희 중 유일하게 아이돌을 준비했던 사람이라, 카메라 앞에서 웃는 것도 혼자 연습을 많이 해요. 저희는 아직 카메라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서 그냥 눈 감고 노래만 부르는 느낌으로 무대에 섰죠. 사실 저는 생긴 것도 그렇고 평소 행동도 귀여운 편인데, 노래 분위기랑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일부러 귀엽게 안 보이려고 멋있는 척을 했어요." (가연)
신인 그룹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사람 인생은 모른다. 언제 어떻게 풀릴지." 지금은 큰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그룹 중에도 시작이 초라했던 팀이 있고,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어느새 사라진 팀도 있다. 잊힌 팀에서 보석 같은 멤버가 나오기도 하고, 팀은 높은 인지도를 얻었지만 정작 멤버는 사라진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신인 그룹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우면서도 그만큼 기대가 된다. 다만 그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자신들이 품은 '꿈'이다. 1년 후의 하티크는 어떤 모습일지 물었더니, 정말 '신인 그룹'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하티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아, 보컬 그룹 걔네' 하고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좀 더 크게 꿈꿔본다면, 노래 잘하는 사람을 보고 '어, 하티크 같다', '하티크 느낌인데' 하고 말할 정도로 저희만의 색깔을 사람들이 알아봐 줬으면 좋겠어요." (채이)
"인스타그램 팔로워 10만 명이요. 보통 10만 명 정도 되면 사람들이 저희를 대부분 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1년 후 목표는 팔로워 10만 명을 갖는 거예요." (가연)
"저는 활동으로 바빠서 쓰러질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정말 일상이 바빠서 하루 일을 끝내고 보람을 느끼면서 '아, 내가 진짜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키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