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찾으러 떠난 후배 걸그룹 사이, ‘벨벳’ 썸머송 들고온 12년 차의 자신감 [D:가요 뷰]
입력 2026.07.12 11:15
수정 2026.07.12 11:15
낡지 않는 콘셉트로 증명한 장수 아이돌의 깊이
아이돌 그룹의 활동 수명이 길어졌다. 과거에는 해체나 장기 공백 이후 재결합이 이례적 이벤트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2·3세대 그룹의 팀 활동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씨야는 데뷔 20주년을 맞아 해체 15년 만에 완전체 활동을 재개했고, SM엔터테인먼트 안에서도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장수 그룹들이 앨범과 공연을 통해 팀 생명력을 이어왔다.
레드벨벳 ⓒSM엔터테인먼트
이 흐름 속에서 레드벨벳(RedVelvet)의 컴백은 완전체 복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1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레드벨벳은 8월 3일 오후 6시 여름 미니앨범 ‘벨벳 썸머’(Velvet Summer)를 발매한다. 타이틀곡 ‘서핀 보이’(Surfin’ Boy)를 포함해 총 5곡이 수록된 신보다. 완전체 새 앨범은 2024년 6월 ‘코스믹’(Cosmic)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레드벨벳은 2014년 데뷔한 12년차 걸그룹이다. 그러나 이들의 컴백이 ‘추억 소환’으로만 소비되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신곡과 콘셉트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활동을 시작한 3세대 걸그룹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장기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가 글로벌 투어와 대형 팬덤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증명해왔다면 레드벨벳은 사운드와 콘셉트의 다양성을 통해 팀 브랜드를 유지해온 경우다.
레드벨벳의 강점은 연차가 쌓인 뒤에도 팀 이미지가 낡은 방식으로 고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데뷔 초 ‘덤덤’(Dumb Dumb)으로 보여준 키치한 감각, ‘빨간 맛’ ‘파워업’(Power Up)으로 각인된 썸머퀸 이미지, ‘피카부’(Peek-A-Boo) ‘짐살라빔’ ‘싸이코’(Psycho)로 이어진 기묘하고 콘셉추얼한 무드가 한 팀 안에서 공존했다. 이후에도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을 통해 클래식 샘플링과 발레코어 이미지를 결합하며 고연차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의 폭을 넓혔다.
활동 공백기에도 아이린, 슬기, 웬디, 조이 등이 꾸준히 솔로 앨범을 내며 음악 활동을 이어갔고, 멤버 개인 활동에서도 팬덤의 구매력은 확인됐다. 아이린의 첫 솔로 앨범 ‘라이크 어 플라워’(Like A Flower)는 한터차트 기준 초동 판매량 약 33만을 기록해 SM 여자 솔로 가수 중 초동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레드벨벳 여름 미니앨범 ‘벨벳 썸머’ 이미지 ⓒSM엔터테인먼
레드벨벳의 팀 정체성은 ‘레드’와 ‘벨벳’이라는 두 축으로 설명된다. ‘레드’가 밝고 대중적인 에너지를 대표한다면 ‘벨벳’은 몽환적이고 서늘한 분위기, 보다 콘셉추얼한 사운드의 노래다. 특히 여름 히트곡으로 꼽히는 ‘빨간 맛’과 ‘파워업’은 레드의 색이 강한 곡이었기 때문에 ‘벨벳 썸머’로 레드벨벳이 어떤 방식으로 여름송을 풀어낼지에 관심이 모인다.
최근 걸그룹 시장에서 여름송은 숏폼 챌린지를 위한 퍼포먼스 포인트, 직관적이고 전형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SM 후배 걸그룹들의 행보 역시 에스파의 ‘레모네이드’(LEMONADE), 하츠투하츠의 ‘레몬 탱’(Lemon Tang)처럼 레몬을 앞세운 톡 쏘는 여름 이미지를 꺼냈다. 이와 비교하면 레드벨벳은 팀 특유의 무드와 콘셉트를 앞세운 여름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돌 그룹의 장기 활동이 보편화된 시대, 어떤 깊이를 보여주는지가 중요해졌다. 레드벨벳은 데뷔 이래 정형화된 틀을 깨는 독창적인 콘셉트를 구축해 왔고, 바로 그 도전 정신이 12년 차에도 이들의 음악을 늘 '신선한 것'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늘 낡지 않는 새로움을 선사해 온 레드벨벳이기에, 이번 '벨벳 썸머' 역시 케이팝 시장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길지 주목된다.
